환자들이 수술을 한 뒤 심한 통증을 잊기 위해 맞는 무통주사. 그러나 CBS 확인결과 상당수 병원들이 인근 의료용품점과 결탁해 불법을 일삼으며 엄청난 폭리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말 그대로 ''통증을 없애준다''는 뜻으로 산부인과나 신경외과, 정형외과 등에서 주로 쓰이며 환자들이 수술 후에 겪게 되는 수일간 계속되는 통증을 없애주기 위한 무통주사.
이미 ''무통주사''는 많은 사람들에게 지난해 산부인과 의사들의 집단 분만 수술 거부 사태로 기억에 남아있다.
당시 행정당국은 분만시 무통주사를 할 경우 100% 환자부담으로 하되 금액은 보험수가를 적용해 일정 금액 이상을 받지 못하도록 고시했다.
따라서 그동안 비보험 처리를 하며 보험수가보다 훨씬 많은 금액을 받아왔던 산부인과마다 환급을 요구하는 환자들이 줄을 이었다.
여기에 의사들은 무통주사 보험수가가 터무니없이 낮다며 집단으로 분만수술을 거부하기에 이르렀고 결국 보건복지부는 올해부터 자연분만의 경우에 한해서만 무통주사를 놓을 경우 환자부담 20%, 보험 지원 80%로 합의안을 마련해 시행하고 있는 상태다.
그리고 분만수술이 아닌 나머지 모든 수술에 따른 무통주사는 환자 본인부담으로 보험수가 적용을 받도록 규정돼 있다.
그런데 이런 일반 무통주사가 대다수 병원에서 아직도 보험수가 적용을 받지 않고 고가의 비용으로 비보험으로 처리되고 있었다.
무통주사 비보험 처리는 명백한 불법
사실 확인을 위해 전북은 물론 충청과 경상도, 서울, 경기 지역 등을 대상으로 무통주사에 대한 보험처리 여부를 확인한 결과 대다수의 병원은 "보험처리가 되지 않는 비보험"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러나 의료 보험 전반에 대한 관리감독을 시행하고 있는 건강보험 심사평가원 관계자는 이같은 병원들의 비보험 처리에 대해 "엄연한 보험수가 적용을 받게 돼 있다"며 "비보험 처리는 명백한 불법"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보험수가로 수동식 무동주사 기구는 일반적으로 2만5000원, 기계식은 3만3800원이 적용되고 있다"며 구체적인 보험수가까지 밝혔다.

시중의 일반 의료용품 매장에서 확인한 결과 이들 무통주사용 기구는 개당 2만원 안팎에 거래되고 있었다.
특히 병원들 가운데 일부는 이런 무통주사용 기구를 병원 안이나 인접한 위치에 있는 의료용품 매장에서 무려 5배 이상 비싼 가격에 구입해 올 것을 주문하고 다른 곳에서 사올 경우에는 추가 비용을 내라고 말했다.
불법투성이 속, "2만원짜리 무통주사용 기구 병원 근처 12만원까지 거래돼"
전주지역 병원들을 대상으로 확인한 결과 무통주사용 기구는 병원 근처 의료용품점에서 개당 최저 8만원에서 12만원에 거래되고 있었고 병원이 지정한 의료용품점이 아닌 다른 곳에서 구입할 경우 5만원의 추가 비용을 요구하는 병원까지 있었다.
관련 법규정에 따르면 의료용품점에서는 무통주사용 기구를 취급할 수 조차 없었고 무통주사에 관한 모든 것은 병원이 직접 처방하고 병원 내에서 조치하도록 돼 있었다.
이처럼 병원과 의료용품점은 불법을 일삼으며 환자들로부터 폭리를 취했지만 환자들은 아무 것도 모른 채 수술 뒤 통증을 달래기 위해 의료용품점을 찾으며 호주머니를 털고 있다.
환자들, 병원 폭리에 "이게 병원이냐?" 반문
며칠 전 전주의 한 병원에서 디스크 수술을 받은 유모(45)씨는 "수술한 뒤 아프니까 당연히 무통주사를 맞을 수 밖에 없는데 병원 측이 의료기 매점에서 사오라고 해서 11만5000원을 주고 구입했는데 이렇게 폭리를 취할 줄은 몰랐다"며 "이게 병원이냐"고 반문했다.
''무통 백''이라 불리는 무통주사용 기구의 적정 가격이 얼마인지를 확인해 본 결과 병원을 끼고 있지 않은 전북 군산의 한 의료용품점은 "''무통 백''을 취급하는 것 자체가 불법이지만 대략 2만원선이면 구입이 가능하고 대량구입할 경우 가격은 1만원대로 떨어진다"고 말했다.
그러나 병원을 끼고 있는 의료용품점에서 구입할 경우 무통주사용 기구는 10만원 안팎에 거래돼 가격은 무려 5배까지 치솟았다.
이처럼 무통 주사용 기구가 불법으로 턱없이 비싼 가격에 팔리고 있는 데에는 병원과 의료용품점 사이의 검은 거래망이 형성돼 있기 때문으로 밝혀졌다.

"병원과 의료용품점 사이의 ''검은 거래망''은 오래된 관행"
취재 도중 만난 의료용품 업자들은 이구동성으로 판매 수익을 병원과 나누는게 당연하지 않느냐고 반문했으며 무통주사용 기구가 대표적이고 다른 분야에서도 이런 검은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전직 병원 원무과 직원이라는 A(40)씨는 "병원을 끼고 있는 의료용품점은 독점이기 때문에 커미션이 들어갈 수 밖에 없다"고 말한 뒤 "나 역시 그렇게 의료용품점과 거래를 했었다"고 털어놨다.
또 광주에서 의료기 사업에 근무하는 B(37)씨는 "이쪽 분야에 근무한지 10년이 넘었는데 병원과 의료용품점의 ''물밑 거래''는 이미 오래된 관행이고 또 은밀하게 이뤄지다보니 밖으로 알려지지 않고 있으며 무통주사용 기구가 대표적이지만 다른 것도 이런 식으로
거래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환자들에게 인근 의료용품점을 통해 무통주사용 기구를 구입해 오도록 한 전주 C 병원 관계자를 만나 의료용품점과의 금전거래 여부를 묻자 처음에 완강히 부인하던 병원 관계자는 결국 "병원 개원일 같은 때에 협찬을 받는다"고 시인했다.
또 다른 D병원은 "우리 병원 뿐만 아니라 상당수 병원들이 그렇게 하고 있고, 특히 병원 안이나 근처에 소비조합이라 불리는 의료용품점이 있을 경우 거의 모두가 비슷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런 병원과 의료용품점과의 검은 거래는 ''로컬''이라 불리는 지역 병원들, 그리고 정형외과와 신경외과 등 수술을 많이 하는 병원들 사이에서 특히 정도가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환자들의 통증을 없애주는 무통주사, 그러나 돈에 눈이 멀어 불법도 마다하지 않는 병원과 의료용품점의 검은 거래망 속에 환자들만 고통을 고스란히 안은 채 ''봉''이 되고 있다.
CBS전북방송 이균형기자 balancelee@c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