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배우 홍석천은 국회에서 보건복지부 국정감사 참고인 자격으로 설 예정이었지만, 일부 의원들의 반대로 무산됐다. 당시 한국일보 기사(2000년 11월 3일)에 따르면, 일부 의원은 ''''동성애자는 정신과 치료대상인데, 국회 출석은 말도 안 된다.''''며 강력 반발했다.
대중매체도 사회 분위기를 의식한 듯, 동성애 작품들은 대부분 어둡고 무거웠다. 오늘 날의 대중매체는 동성애를 다양한 장르와 분위기로 나타내 보인다.
동성애 설정 논란, 감독이 직접 해명하기도...
2000년 동성애는 커밍아웃을 계기로 사회적 논쟁꺼리가 됐다.
동성애를 소재로 했던 작품들은 대중의 외면으로 제대로 평가 받지 못했다.
2001년 개봉 한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는 17년 전 사랑했던 여인이 주인공의 제자로 환생했다는 설정의 멜로 영화다.
영화의 남성 사제지간의 동성애 설정은 논란이 됐다. 당시 감독은 ''''동성애 영화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2002년 개봉 한 영화 <로드무비>는 동성애 베드신 등 파격적인 접근으로 비평가들에게 찬사를 받았지만, 대중에겐 외면당했다.
두 영화는 동성애에 대해 다른 태도를 보였지만, 대중은 동성애 영화들로 인식했다. 대중의 동성애 인식은 바늘 꽂을 자리도 없을 만큼 완고했다.
왕의 남자로 전환점을 맞이하다
한국 사회에서 2000년은 동성애가 사회적 논쟁이 된 시기라면, 2005년은 전환점이 된 시기였다.
전환점의 계기는 2005년 개봉 한 영화 <왕의 남자>였다. 영화는 제목''''왕의 남자''''처럼 동성애를 노골적으로 들어 내지 않았다.
동성애 코드는 광대 패 놀이 속에서 복선들과 함께 섞여 중의적으로 표현됐다.
대중은 다각적인 해석을 통해 동성애를 수용했다.
이전의 대중매체는 동성애를 남성의 강한 느낌으로 표현했다. 반면, <왕의 남자>는 예쁜 남자 배우를 등장시켜 동성애 거부감을 줄였다.표현 방식의 변화는 동성애 작품에 대한 인식 전환과, 대중성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2006년 개봉 한 영화 <후회하지 않아>는 동성애의 정통멜로를 지향하며, 4만 5000명의 관객을 기록했다.
이 집계는 <워낭소리>와 <똥파리>에 이어 독립영화 역대 흥행 3위다.
이 영화는 <왕의 남자>에서처럼 곱상한 외모의 배우들로 동성애의 거부감을 완화시켰다.
이 전략은 젊은 여성 관객에게 좋은 반응을 불러 일으켰다.
두 영화의 흥행은 한국 사회의 동성애에 대한 인식의 변화를 기대하게 했다.
꽃미남 판타지와 대중성의 한계
영화 <왕의 남자>와 <후회하지 않아>의 흥행 이후, 동성애 소재 작품은 대중매체에서 로맨스, 코믹, 멜로 등의 여러 장르와 결합됐다. 그만큼 10년 전과 달리, 동성애 소재의 작품들은 대중에게 다가가기도 쉬워졌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대중의 동성애 수용은 ''꽃미남 동성애''로 가능했다.
''꽃미남 동성애''열풍은 2005년 개봉한〈왕의 남자>의 주인공 이준기의 ''''예쁜 남자''''신드롬에서 시작됐다.
꽃미남 시대는 남성상 트렌드 변화만 가져오지 않았다.
제작되는 동성애 소재 영화, 드라마에도 변화에도 계기가 됐다.
변화는 ''''꽃미남 동성애''''를 주로 다룬 드라마와 영화를 통해 나타났다.
대표적인 예로 2007년 MBC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에서는 오해로 인한 꽃미남들의 동성애 고민을 유쾌하게 그려 젊은 여성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다.
그 외에도 2007년 케이블 CGV채널의 <에이틴 - 램프의 요정> 2008년 영화 <서양골동양과자점 앤티크>, <쌍화점>, <소년, 소년을 만나다>, 2009년 영화 <친구 사이?>, 2010년 MBC의 <개인의 취향>, SBS의 <인생은 아름다워>등 대중매체는 ''꽃미남 동성애'' 작품들로 봇물을 이뤘다.
잘생긴 배우들이 등장하는 동성애 코드가 20~30대 여성층을 공략하기 좋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주 시청 층이 20~30대의 여성들인 점에는 이유가 있다.이들은 10대 부터 미국과 일본 등의 해외 대중문화와 1세대 아이돌의 팬덤(fandom) 문화를 경험한 세대이다.
이들에게 ''''섹스 앤 더 시티''''에서 캐리의 게이친구 스탠포드와 동성애자의 삶을 그린 ''''퀴어 애즈 포크''''의 동성커플 저스틴과 브라이언이 낯설지 않을 것이다.
이들에게 다양한 매체의 간접 경험은 대중매체의 동성애를 소재를 가볍게 즐기고, 동성애에 대해서도 관대한 태도를 갖게 했다.
이들은 트렌드 소비에 있어 주요 타깃이자, 다른 세대까지 영향을 미치는 파급효과를 갖는다.
이에 따라 동성애를 소재로 한 작품들은 우선적으로 20~30대 여성들에게 친숙한 ''''꽃미남 동성애''''를 위주로 제작 될 수밖에 없다.그러나 이것은 동성애 소재 작품에 한계점이 될 수 있다.
동성애는 사회적 의미가 강한 소재이다. 대중매체를 통해 동성애는 예쁘고 잘생긴 사람들이 하는 것이라는 인식이 자연스러운 고착된다면, 그렇지 않은 동성애에 대해서는 거부감이 커질 수 있다.
지난 10년간의 대중매체에서 동성애는 휴머니즘을 지향하는 ''''인간 대 인간''''의 사랑을 표현하려 했지만, 사회적 정서에 부딪혀 어려움을 겪었다.
그리고 현재 대중매체는 <왕의 남자>의 표현 방식을 답습하고 있다.
대중매체들이 동성애를 많이 다루고 있지만 실제 동성애를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시각과 동성애자들의 실질적인 고민과 고충 등은 외면하고 있다.
혹시, 우리 모두가 잘생긴 남자의 판타지만 상상하고 있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