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화>-한용운
당신은 해당화 피기 전에 오신다고 하였습니다.
봄은 벌써 늦었습니다.
봄이 오기 전에는 어서 오기를 바랐더니,
봄이 오고 보니 너무 일찍 왔나 두려워합니다.
철모르는 아이들은 뒷동산에 해당화가 피었다고,
다투어 말하기로 듣고도 못 들은 체하였더니
야속한 봄바람은 나는 꽃을 불어서
경대 위에 놓입니다 그려.
시름없이 꽃을 주워서 입술에 대고
"너는 언제 피었니?"하고 물었습니다.
꽃은 말도 없이 나의 눈물에 비쳐서
둘도 되고 셋도 됩니다.
이 작품에서 아이들은 꽃에 취해 있지만, 이들의 엄마인 젊은 여인은 수심에 잠긴 표정으로 생각에 잠겨 있다. 해당화가 피기 전에 오신다는 말을 굳게 믿고 님을 기다렸건만, 님은 오지 않고 속절없이 해당화만 피어 있는 현실이 야속할 뿐이다. 조국의 해방을 간절히 고대하던 시인의 마음이 그림 속 여인의 표정에서 고스란히 느껴진다.
이 시기에 식민지배에 나섰던 일본을 제외한 나머지 아시아 국가들은 피식민지배를 경험했다. 메이지 유신을 통해 서양문물을 받아들였던 일본은 서양회화 기법을 일찍이 받아들였고, 식민지배를 받았던 아시아 나라들의작가들 역시 식민지 시기에 일본이나 유럽유학을 통해 서양회화기법을 받아들였다. 한중일은 묵화 위주의 동양화 전통에서 거의 대부분 유화로 바뀌었다. 따라서이번 전시에서도 거의 대부분이 유화로 된 작품이고,드물게 베트남의 옻칠 그림이나 수묵 작품 등이 눈에 띌 뿐이다.
피식민지배 시기의 작품들은 암울한 시대상황을 반영하고 있다. 식민지배에서 벗어나 나라를 세우던 시기에는 새로운 사회를 꿈꾸는 소망과 힘찬 의욕이 담겨 있고, 그리고 다시 독재치하로 접어든 시기에는 저항정신이 그림 속에 담겨져 있다. 반면 식민지배국인 일본의 그림에는 전쟁에 동원된 병사들의 모습이 그려진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김인혜 학예연구사는 "20세기 내내 아시아 다른 나라와 한국은 매우 유사한 문화적 충격, 식민지 구조,이념 갈등, 정치적 격변을 경험했고, 이러한 공통된 경험을 토대로, 다르지만 유사한 미술적 성과들이 이루어져왔다"고 설명한다.하지만 "''극단의 시대''로 표현되는 거대한 20세기의 대서사 못지않게, 한 시대를 진실하게 살다간 예술가 한사람 한사람의 작은 이야기들이 중요하며, 그들의 생생한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볼 것"을 권했다.
☞김인혜 학예연구사 인터뷰:미술에서 리얼리즘이란?
이번 전시에서 인도의 시성 타고르의 초상을 볼 수 있으며, 이쾌대, 오윤, 신학철, 이종구 등 한국 민중미술 작가의 작품 13점을 만날 수 있다. 중국작가 서비홍의 <우공이산(1940년)은 아쉽게도 전시도록에만 실리고, 실제 전시는 이뤄지지 못했다.
전시장소:덕수궁미술관 전관
입장료: 성인 5,000원, 청소년 2,500원.
입장권 예매:1544-1555
문의:02-2188-6000/2022-0600, 홈페이지 http://asia.moca.go.kr사진제공:국립현대미술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