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한·스페인 수교 60주년 기념 <언어의 그늘. 바르셀로나 현대미술관 소장품>전 개막에 맞춰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을 방문한 마리 관장은 먼저 언어와 미술의 관계를 이렇게 설명했다. "말은 살아있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말은 공기와 같아서 눈으로 보이지 않기 때문에 그늘을 만들 수 없다. 언어는 발화됨으로써 그늘을 만들어낸다." 즉, 언어는 그 자체로서도 의미를 담고 있기도 하지만 동시에 미술작품을 통해 다양한 의미를 창조할 수 있다는 얘기다. 전시 제목이 왜 ''언어의 그늘''인가? 마리 관장은 "그늘은 그리스로마 신화에서 유래된 것으로 모든 예술의 기본이 된다. 조각작품도 아름다운 사람을 보고 그 실루엣이 아름다워 탄생한 것이다."고 설명했다.
언어는 발화함으로써 형상을 만들어내고, 그림자를 드리운다. 뒤집어 얘기하면 언어· 시각· 조형 예술로 형상화된 모든 창조물들은 언어로 환원이 가능하며, 해석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그래서 이번 전시는 ''언어와 미술작품''이라는 큰 범주 안에서, 문학, 정치, 대중매체 등과 미술작품과 연관성을 살펴보고 있으며, 그것을 시(詩), 쓰기와 행위, 정치적 표현, 미디어, 연극과 영화'' 등 8개의 소주제로 나눠 보여주고 있다.
라바스칼의 <<스페인은 달라요>>는 스페인의 정치와 문화에 대한 강력한 비판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프랑코 독재 정권 시절 스페인 정부는 스페인의 관광을 위한 광고를 제작하는데, 그때 쓰였던 광고 문안이 ''스페인은 달라요''이다. 당시의 정치적 상황을 은폐하고 스페인의 햇살, 오렌지, 춤 등 관광객을 끌어들일 려한 광고를 유럽과 세계로 홍보했었다. 라바스칼은 이를 비판하고 있다. 라바스칼은 동일한 광고 문안을 차용하여, 당시의 정치 상황을 비판한 것이다. 라바스칼이 말하는 스페인은 ''정말 다르다.'' 당시 스페인은 다른 국가와 달리 권총으로 언론과 여론을 통제하고, 축구나 스포츠로 국민의 눈을 현혹하기도 했다. ''다르다''라는 말은 이렇듯 말을 사용하는 주체와 받아들이는 사람에 의해 다양한 현상을 반영하는 것이다.
''또다른 기하학''주제관에서는 상징 기호와 오브제에서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주는 작품들을 창작해낸 스페인의 대표적인 작가 안토니 타피에슨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타피에스는 흙을 비롯한 다양한 료를 활용하였다. 그는 동양사상에 영향을 많이 받았으며, 십자가를 작품에 담아내기도 했다.
언어를 주제로 한 이번 전시에서는 스페인의 대표작가를 중심으로 작가 63명의 작품 138점을 선보인다. 언어의 특성에 대해 마리 관장은 이렇게 말한다. "언어는 깨지기 쉽고, 다루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그래서 언어는 역사를 바꾸기도 하지만, 조작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번 전시작품 관람을 통해 관객들은 각각의 미술작품들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자기의 언어로 이해하고 느껴볼 수 있을 것이다. 마리 관장은 강조한다. "미술은 결코 어려운 것이 아니다.언어처럼 누구나 소통할 수 있다"고.
전시부문 : 회화, 조각, 드로잉, 미디어, 영상 등 전 부문
전시설명회 : 평일 오후 1시, 3시 토 · 일 - 5시 추가. 2시 영어 설명
관람료 : 5000원
국립현대미술관홈페이지 www.moca.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