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회 참가하면 자동으로 ''불법 게이머''(?)
지난 2000년 시작돼 이미 세계 최고의 게임축제로 자리잡은 월드사이버게임즈(World Cyber Games, WCG).
올해 미국 LA에서 열리는 WCG 2010의 모바일 게임 종목으로 레이싱 게임인 ''아스팔트5''가 선정돼 현재 전 세계에서 예선이 치러지고 있다.
문제는 우리나라의 게임물 사전심의제도 탓에, 스마트폰 오픈마켓에서 해당 게임을 즐길 수 없다는 점이다.
현재 애플과 구글은 한국의 게임물 사전심의제도가 ''중복 규제''라는 등의 이유로 우리나라에서만 앱스토어의 ''게임''항목을 없앤 상태로 앱스토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오는 7월부터 ''아스팔트5''의 국내 예선전이 치러지는데, 합법적인 방법으로는 국내에서 ''아스팔트5''를 즐길 수 없어, 예선전 참가자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불법 게이머''가 돼버리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 삼성전자 노력으로 불은 껐지만…
발등에 불이 떨어진 쪽은 뜻 밖에 삼성전자였다.
WCG 2010 모바일 게임분야의 공식 게임폰으로 삼성전자의 ''갤럭시S''가 선정됐기 때문이다.
자칫하면 갤럭시S를 갖고 국내 ''아스팔트5'' 예선전에 나선 게이머 전부가 ''불법 게이머''가 될 수도 있는 상황.
결국 삼성전자는 이달 초쯤 게임제작사인 게임로프트와 계약을 맺고 ''아스팔트5''의 국내 라이선스를 취득해 이달 말쯤 삼성앱스와 SK텔레콤의 T스토어를 통해 무료로 배포하기로 결정했다.
아스팔트5가 게임물등급위원회의 심의를 이미 지난해 12월 통과했기 때문에, 구글의 안드로이드 마켓이 아닌 국내 앱스토어를 통한 유통은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고객에게 다양하고 고사양의 게임 애플리케이션을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계약을 맺었다"면서도 "WCG에 대한 부분도 고려가 이뤄졌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 근본적인 처방은 결국 국회에서 내려야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이를 일종의 ''땜질 처방''으로 바라본다. 삼성전자의 노력 덕분에 급한 불은 껐지만, 오픈마켓 게임물 사전심의 철폐라는 거대한 규제의 벽은 여전히 살아있기 때문이다.
한 모바일게임 업계 관계자는 "오픈마켓에는 하루에도 수백 종의 게임물이 올라오지만, 현실적으로 이를 모두 심의할 인력조차 없지 않느냐"면서 "이미 오픈마켓으로 ''국경''개념이 희미해진 상황에서 규제를 고집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털어놨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현행법은 과거 일년에 수백 종 정도의 패키지게임 등을 심의하기에는 적합하지만, 하루에도 수백 종 씩 쏟아지는 오픈마켓 게임물 심의에는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비판이 거세지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지난 4월 오픈마켓 게임물의 사전심의를 폐지하는 내용의 ''게임법'' 개정안을 법안심사소위에 회부키로 결정했다.
하지만 여성가족부와 시민단체의 반발에 막혀, 소위는 일정조차 잡히지 못한 상태다.
이들은 음란물이 범람할 수 있다는 등의 이유로 현행 심의체제를 계속 유지하는 편이 낫다는 쪽으로 내부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구글이나 애플측은 스마트폰을 통해 성인인증 과정을 거치므로 이같은 문제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결국, 이 상태라면 6월 임시국회 회기 내 법안 통과가 물 건너 갈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앞서 민주당 전병헌 의원 등은 오픈마켓 게임물을 새롭게 규정하고 심의에서 예외로 하는 게임법 개정안을 지난 4월 법사위에 회부한 바 있다.
한편 구글과 애플이 전 세계에서 자사 오픈마켓 게임 항목을 차단한 국가는 한국이 유일하며, 오픈마켓 게임물을 사전심의받도록 한 국가도 역시 우리나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