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할머니 기자, 한마디 실언으로 결국 사직

헬렌 토머스(89), 유대인 비난 발언 후폭풍...불명예 퇴직

무려 49년동안 미국 백악관 출입기자로 활동하며 ''백악관의 살아있는 전설''로 불렸던 헬렌 토머스(89) 기자가 한마디 실언 때문에 기자직을 떠나게 됐다.

토머스 기자는 7일(이하 현지시간) 유대인을 비난했던 자신의 최근 발언으로 각계의 비난이 확산되자 결국 기자직을 그만두기로 결정했다.

토머스 기자의 소속사인 ''허스트 코퍼레이션''은 이날 성명을 통해 "그동안 ''허스트 뉴스 서비스''의 칼럼니스트로 활동해 온 토머스가 오늘 자로 사직하게 됐다"고 발표했다.

레바논 이민자 2세인 토머스 기자는 지난달 27일 백악관에서 열린 유대인 행사에서 한 온라인매체(RabbiLive.com) 기자의 질문을 받고 "유대인들은 팔레스타인을 떠나야 한다(Jews should get the hell out of Palestine)"고 말했다.

그는 또 "팔레스타인 주민들은 자신들의 땅을 점령당했다"면서 "유대인들은 폴란드나 독일, 미국 등 어디로든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토머스 기자의 발언 내용을 담은 비디오 동영상은 곧바로 ''드러지 리포트'' 등 유명 웹사이트를 통해 급속히 퍼져나갔고, 그는 4일 개인 성명을 통해 "내 발언에 대해 깊이 후회하고 있다"며 공식 사과입장을 밝혔다.


그는 "당시 나의 발언은 상호존중과 인내의 중요성을 인식할 때에만 중동지역에 평화가 도래할 것이라는 나의 진심어린 신념이 반영되지 않은 것이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세계유대인회의(WJC) 엘런 스타인버그 대표는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며 "그는 홀로코스트와 2차대전을 기억하기에는 너무 늙었다"고 독설을 퍼부었고, 로버트 깁스 백악관 대변인까지도 "토머스의 발언은 모욕적이며 비난받을 만하다"고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일부 백악관 출입기자들은 ''헬렌 토머스''라는 이름의 동판이 새겨진 백악관 브리핑룸 맨 앞줄 한 가운데 지정석도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나섰다.

특히 토머스 기자의 이번 유대인 비난 발언은 최근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로 향하던 국제구호선을 공격해 민간인 9명이 사망한 사건과 맞물리면서 큰 파문을 일으켰다.

그러나 이번 발언 파문에도 불구하고 백악관 취재의 개척자로 인정 받아온 토머스가 오는 8월 4일 90세 생일을 앞두고 자신의 천직을 잃은 데 대해 안타깝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1943년 UPI통신사 기자로 언론계에 입문한 헬렌 토마스는 1960년 대통령에 당선된 존 F. 케네디를 시작으로 린든 존슨, 리처드 닉슨, 제럴드 포드, 지미 카터, 로널드 레이건, 조지 H. 부시, 빌 클린턴, 조시 W. 부시, 버락 오바마까지 10명의 미국 대통령을 취재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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