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투표율은 높았으되 무효표는 아까웠다
◈ 나를 놀라게 한 20대의 높은 투표율 (이세영/ 동명대 신문방송 4학년)
하지만 막상 선거 당일 취재를 나가보니 그동안 내가 만난 사람들이 변했거나 아니면 내가 만나보지 못했던 사람들이 많았던 걸까 의구심이 생길 만큼 투표소의 모습은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부모님과 함께 투표를 하러 온 젊은 유권자들부터 친구들과 함께 소중한 한 표를 찍으러 온 새내기 유권자들도 있었다.
투표를 하고 밖으로 나와 아버지가 딸에게 "후보자들 알고는 찍었나? 아무나 찍고 나온 것은 아니냐?"라는 질문에 딸은 진지한 얼굴로 "아니에요. 얼마나 신중하게 찍었는데요. 공약도 꼼꼼하게 다 읽어 보고 왔다고요"며 승리의 V를 그리는 모습이 정말 멋있어 보였다.
통계적으로도 지난 선거 때 보다 20대 유권자들의 투표율이 높게 나왔다. 아마 4대강 사업과 천안함 사건 등을 보며 젊은 유권자들이 대한민국에 많은 변화가 필요하다고 깨달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조금씩 젊은 유권자들의 생각들이 발전하다 보면 훗날에는 사람들의 투표 인식이 더 좋아지고, 투표일마다 많은 사람들과 활기찬 투표소의 모습, 진정한 민주주의의 축제가 벌어질 그날을 기대해 본다.
◈ 나를 화나게 한 무효표들 (안광욱/ 경성대 신문방송 4학년)
2일 저녁 부산의 한 개표소에서 개표장면을 지켜봤다. 기권표 중에서는 모든 후보에 기표를 한 용지, 아무도 찍지 않은 백지용지, 선택란이 아닌 엉뚱한 곳에 찍은 투표용지, 투표용지 전체에 X표로 기표한 용지 등 다양한 종류가 쏟아져 나왔다. 우르르 몰려나오는 무효표들을 보고 있자니 이렇게 장난친 사람의 얼굴이 궁금해지며 유치하기 짝이 없다.
제일 박빙이었던 서울 시장처럼 부산 교육감에서도 박빙의 승부가 벌어졌다. 교육감 선거의 두 후보 표차는 약 3만7천 표. 무효표로 처리된 수는 약 11만 표. 기권자들이 제대로 투표했다면 결과는 얼마든지 뒤집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무효표는 참으로 안타까운 종이 한 장이 아닐 수 없다.
기왕 투표율을 올려줄 의향이었다면 선택 또한 소신껏 했을 때 더 의미 있는 투표가 되지 않았을까? 부산의 4년을 맡길 사람을 선택하는 자리에서 누가되든지 상관없다는 식의 표는 투표를 하지 않은 것과 같은 책임방기다. 이런 사람들이 정치인들의 능력을 탓할 생각을 하니 우습기만하다.
우리가 장난스럽게 던진 표는 정치의 본질을 흐리는 주범이다. 제발 국민들이 성실하게 투표에 임해서 반 토막 승리, 찝찝한 승리가 아닌 모두가 함께 한 후회 없는 선택이 되었으면 한다.
[2] 선거는 전쟁이었지만 후보는 인간적이었다
◈ 선거, "총성 없는 전쟁" (조정주/ 부산대 신문방송 4학년)
"이제 총성 없는 전쟁 한 가운데 들어오신 겁니다." 민주당 김정길 부산시장 후보 선거운동본부 실장님의 첫 인사를 들었을 때 떠올린 것도 내 어릴 적 ''''전쟁''''이었다. 정치에 무관심한 편이었던 나는 선거를 그저 아이들 기 싸움이 커진 정도로 생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본격적인 선거 운동이 시작된 후 겪은 것은 전혀 달랐다. 시장선거는 부산이란 큰 체스판 위에서 벌이는 ''''전쟁''''과 다름없었다.
지난달 25일 열렸던 부산CBS 부산시장 후보 토론회에서는 그 치열함이 더했다. 차분한 파란색 배경을 깔아두었지만 그간의 실정을 알리려는 김정길 후보와 경험에서 나온 노련함을 강조하려는 허남식 후보의 토론은 스튜디오를 뜨겁게 만들었다. 특히 유료도로 보전금과 관련해 자유토론 할 때는 중간에 누군가가 끼어들 새도 없이 반박과 재반박이 오가며 목소리가 높아졌다.
상대 후보의 말에 반박할 자료를 재빠르게 찾는 실무진의 손, 웃으면서도 자신의 논리를 펴나가는 후보의 말, 후보를 뒤에서 수행하는 수행원의 발은 그 하나하나가 ''''총알''''이 되어 날아다녔다. 그것들은 TV나 라디오, 신문으로 볼 때는 느낄 수 없던 현장의 치열함이었다.
이제까지 내가 유권자로서 봐왔던 후보는 가운데 자리를 지키는 하나의 ''''킹''''일 뿐이었다. 그를 둘러싼 폰과 나이트, 비숍, 룩 등 수 많은 말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쉴 새 없이 움직였다. 상대 진영의 공략을 읽어가면서, 적절한 공격과 방어를 해가면서 이 전쟁을 승리로 이끌기 위해 애를 썼다.
그렇게 치열했던 전쟁은 6월 2일에 끝이 났다. 그 밤에 누군가는 승리 잔을, 누군가의 패배의 깃발을 들었다. 하지만 20여 일을 위해 장렬히 자신을 태운 그 누군가의 열의 앞에 승패는 크게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그 20일은 얼마나 뜨거운 날들이었는지!
◈ 인간적이었던 多人多色 교육감 후보들 (박민정/ 동아대 신문방송 4학년)
하지만 개인적으로 취재를 통해 본 그들의 모습은 매우 인간적이었다. 열심히 선거운동을 하고 차 안으로 돌아오면 곧바로 잠을 청하는 후보가 있는가 하면, 선거 운동에 사용하려고 오카리나를 연습하는 후보도 있었다. 또 다른 한 후보는 다른 사람들과 교육이야기를 나눌 때면 자신의 교육철학을 관철시키기 위해 자리를 쉽사리 떠나지 않아 수행원들의 애를 태우기도 했다.
옆에서 지켜본 바 각 후보들은 교육감이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해 선거운동을 했다. 다만, 그들은 동상이몽이었다. 그들의 이상은 참된 교육을 아이들에게 제공하겠다는 것이지만, 그 이상을 이루기 위해 추구한 방법은 달랐다. 그래서 목표를 지향하면서도 다른 꿈을 꿀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나름의 방식으로 최선을 다해 운동을 했고, 많은 유권자들로부터 환호를 받았다. 자신의 이념과는 다르다는 이유로 서로 단합되지 못했을 뿐, 그들의 마음 한 구석에는 참된 교육이 자리잡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결국 그 중 1명이 교육감에 당선됐다. 이제는 한 교육감의 지휘 아래 동상이몽이 아닌 참된 교육이라는 이상을 만들어가야 한다. 탈락된 후보들은 교육감에게 좋은 자극제가 될 수 있도록 견제의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3] 선거때 보여준 모습 쭉 보여주길
◈ 시민을 섬기는 시장이 되길(주우진/ 부산대 신문방송 4학년)
허 후보는 3선 시장에 도전하는 만큼 시민들의 인지도가 아주 높았다. 악수를 거절하는 사람 없이, 반갑다는 인사말을 건네거나 포옹하는 시민들도 있었다. 허 후보의 표정도 덩달아 밝아 졌지만 반가운 인사말이 끝난 뒤에는 시정에 대한 냉정한 평가를 내놓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대형마트로 인한 재래시장의 상권 문제를 얘기할 때면 목소리가 높아지기도 했다. 후보자는 ''''노력하겠다, 고민하고 있다''''는 말로 시민들의 마음을 달랬다. 그리고 그 때마다 겸허한 표정으로 경청하는 자세를 보였다.
선거운동 기간 동안 후보들은 하루에만 수 백 명의 시민들을 만난다. 그리고 그만큼의 인사말과 웃음, 악수를 건넨다. 물론 허남식 후보도 시종일관 웃음을 잃지 않았다. 후보자도 사람이라 힘든 순간이나 짜증나는 일이 있을 법 한데 시민들과 마주하는 순간이면 허리를 숙이고 손을 내밀었다.
6월 2일 지방선거를 통해 허남식 후보는 부산의 민선 5기, 3선 시장이 됐다. 앞으로 2014년 까지 부산을 이끄는 일꾼이 됐다. 거리유세에서 시민을 위해 일하는 시장이 되겠다던 그의 목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시민들 앞에서 겸허했던 그의 표정이 보인다. 앞으로 시정을 운영해나가면서 선거 운동 때의 말과 표정을 잃지 않길 기대한다. 시민들 앞에서는 한 없이 작고 허리를 숙이는 시장이 됐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