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머 학원을 운영하는 박 모(24) 씨는 지난해 9월 초 평소 알고 지내던 모 구단 소속 프로게이머 A(22)씨에게 스타크래프트 게임에서 져주면 돈을 주겠다고 승부 조작을 제안했다.
박 씨는 이어 같은 달 4일 열린 게임에서 불법 베팅사이트를 통해 A씨의 상대방이 이기는 쪽으로 490만원을 걸어 배당금으로 1085만원을 챙긴 뒤 A씨에게는 승부조작의 대가로 300만원을 줬다.
박 씨는 이같은 수법으로 지난해 9월부터 올해 2월까지 9차례에 걸친 승부 조작을 통해 5300만원을 배팅하고 8300만원의 배당금을 받았다.
또 A씨는 같은 기간 동안 3차례 걸쳐 자신이 출전한 경기에서 일부러 패해 박 씨 등으로부터 750만원을 받고, 다른 게이머들에게도 승부 조작에 가담하도록 알선했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2부(위재천 부장검사)는 사기 등의 혐의로 박 씨를 구속기소하고, 또 다른 브로커인 K3리그 소속 프로축구 선수 정 모(27) 씨를 불구속기소했다고 16일 밝혔다.
검찰은 또 A씨 등 프로게이머 2명을 불구속기소하고, B씨 등 프로게이머 6명을 약식기소했으며 달아난 브로커인 수원남문파 조직폭력배 김 모 씨를 기소중지했다.
검찰에 따르면 박 씨를 비롯한 브로커들은 A씨 등 프로게이머들에게 건당 200∼650만원을 주고 승률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경기에서 일부러 패하도록 매수했다.
이에 대해 A씨 등은 단 한 번의 실수만으로도 승패가 갈리는 게임의 특성을 이용해 일방적인 경기를 하다가도 갑자기 상대의 공격에 방어를 허술하게 하는 등의 수법으로 일부러 져주었다.
검찰은 "대부분의 프로게이머들이 청소년기에 게임에 빠져 지내느라 학력이 낮은데다 전성기인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을 지나면 퇴출되도 마땅히 할 일이 없다"며 "유혹에 빠지기 쉽다"고 말했다.
검찰은 또 "특급대우를 받는 일부 게이머의 연봉은 2억원에 이르고 유명 게이머는 6000∼8000만원의 연봉을 받지만 그렇지 않은 게이머는 연봉 2000만원에 불과한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검찰은 지난 3월 프로게이머들이 돈을 받고 승부를 조작하고 있다는 소문이 무성했던 가운데 한국e스포츠협회가 수사를 의뢰하자 수사에 착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