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창민, "저를 짝사랑한다고 해서 감복했죠."

대작''신돈''주인공 손창민 중국 현지 촬영 인터뷰서 평소 꺼리던 사극주인공 결정 이유 털어놔

중국 북경 만리장성 일대에서 고행장면을 촬영중인 손창민(MBC제공/노컷뉴스)

지난 6월 말, 손창민(40)은 성공적으로 끝마친 SBS TV ''불량주부''의 쫑파티를 마치고 다음날 집에서 오랜만에 실컷 잠을 자고 일어났다. "이상하게도 이날 아내가 그러는 거에요 다음 작품은 뭐하기로 했냐고요. 사극한 번 해보는 건 어떻겠느냐고 말하는데 정말 그러고 보니 전 사극을 한번도 제대로 해본 게 없었어요. 그래서 정말 괜찮은 사극이 있으면 이제는 해봐야 겠다는 의욕이 강하게 들었죠."

아닌게 아니라 벌써 몇달째 ''명성황후''의 극본을 썼던 정하연 작가가 계속 같이 하자고 했던 작품이 있었다. 그것이 바로 방송 드라마 사상 200억에 가까운 제작비가 소요되는 사극 ''신돈''(정하연 극본, 김진민 연출)이었다.

1988년 ''춘향전''에서 이몽룡 이후 본격적인 사극 첫도전

손창민은 "솔직히 이런 대작에서 저를 주인공으로 강하게 원하는데도 고사한데는 저 나름대로 사극과 제 이미지나 스타일이 전혀 안어울린다고 생각해 왔거든요. 그런데 ''신돈''이야기가 나온지 네달동안 작가분이 저와 여러차례 만나 설득하시는데 하루는 ''더이상은 안되겠다''싶어 완전히 거절하려고 만났어요. 그랬더니 작가분이 ''당신을 정말 짝사랑한다''시는데 정말 거기서 더이상 거절 못하겠더라구요"라며 캐스팅 제의에 결국 응했다.

손창민이 지금까지 해본 사극이라고는 1988년도에 김혜수가 성춘향으로 나왔던 ''춘향전''이 유일무이했으니 정통 사극은 첫 경험이라고 해도 무방할 것 같다.

지난달 25일 부터 중국 북경에서 3시간 떨어진 하북성(허베이성) 천막(티엔모)에서 젊은 신돈이 티벳으로 고행길을 떠나는 장면을 촬영중인 손창민을 현장에서 만났다.

서울은 벌써 서늘한 바람이 가을을 알리고 있는 상황인데 이곳은 여전히 30도를 오르내리며 뜨거운 열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물이 촬영장에서 가장 소중한 보급품일 정도다. 모래바람을 막으려고 얼굴에 두건을 쓴 손창민이 두건을 벗으며 환하게 웃자 검게 그을린 얼굴에 하얀이만 반짝이는 모습이 강렬하게 다가왔다. 2주동안 만리장성, 승덕, 사막지역 등 중국일대 촬영을 강행군 하느라 분장이 소용없이 새까맣게 그을렸다. 젊은 신돈이 공민왕과 만나기전 중국일대를 고행하며 수행을 하는 과정을 담기위해 지금까지 30km를 족히 걸어다녔다.

군대 다시가는 심정으로 강행군

하늘에서 이곳만 모래가 내렷다고 해서 ''천막''이란 지명이 붙여진 곳에서 손창민은 ''군대 다시 한번 입대하는 심정으로 찍고 있다''고 할만큼 고생을 했던 모양이다.

고려말 공민왕을 도와 권문세가를 비롯한 사회 기득권 세력의 부패와 권력구조를 타파하고 새로운 세계를 건설하려다 실패한 혁명가적인 삶을 산 승려 ''신돈''의 이야기는 그리 간단치가 않다. 현재까지 왕을 등에 업고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른 요승으로 기억되고 있는 ''신돈''을 반영웅이 아닌 영웅으로 재조명하려는 작업자체가 설득력이 약할수 있다는 맹점이 있다.

조계종 찾아가 108배 하면서 캐릭터 잡아가

손창민은 "인물에 대한 중압감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면서 "하지만 정사보다는 야사에 비중을 두고 있고 작가가 사극에 연연하지 말고 사건에 집중하기를 주문했다"고 부담감을 줄이려 했다.

이미 지난 8월에 조계종 스님들을 찾아가 기본적인 승려로서의 소양을 배우면서 108배를 직접 해보기도 했다. 막상 해보니까 가장 어렵다는 3000배에 도전해보고자 하는 욕심이 생겼다는 손창민은 그 까닭을 "이것도 내 연기생활에서 하나의 도전인데 제대로 해보자는 승부욕이 생겼다"고 했다. 좋아하던 술도 끊었다. 71년 아역부터 출발해 34년째 연기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손창민에게 ''신돈''은 미지에 세계에 도전하는 모험가처럼 보인다.

이에 손창민은 "신돈의 개혁 중심으로 그려질 드라마인 만큼 천민으로 태어나 왕에 버금가는 자리까지 오르는 신돈의 인생을 인간적이고 현시점에 공감할 수 있는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도록 표현하고 싶다"고 밝혔다.

우리시대 신돈이 주는 화두는 ''개혁''

한편 서울 시립대 이익주 교수는 한 외고에서 신존에 대해 "신돈은 현실에서는 패배했지만, 그 시대의 한계를 분명히 보여줌으로써 역사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의 실패는 교훈을 남겼고, 그 뒤로 개혁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그것을 발판 삼아 더 높이 뛸 수 있었다. 실제로 신돈의 개혁기에 20~30대의 젊은이였던 정몽주, 정도전, 조준 등은 뒷날 새로운 제도를 만들어 토지문제를 해결했고, 이들 가운데 일부는 새로운 왕조를 개창해 개혁을 완수했다. 이들의 성공을 말하면서 어찌 신돈의 영향을 빼놓을 수 있을까? 이렇게, 오늘날 우리가 신돈에게 다가설 때 가장 중요한 화두는 단연 ''''개혁''''"이라고 지적했다.

신돈에 대한 자료가 거의 없어 캐릭터 분석에 어려움이 많고 역사적으로 요승이라는 부정적 인식이 강해 과연 얼마나 재해석이 가능할 지 자못 궁금하다. 노비의 자식으로 태어나 명승인 보우의 손에 키워진 신돈은 중국, 티벳 등지를 여행하며 새로운 깨달음을 얻은 뒤 백성을 목탁이나 불경이 아닌 바른 정치로 구원해야 한다는 이상을 품은 고려시대의 풍운아다. 공민왕(정보석), 노국공주(서지혜)와 펼치는 고려말 개혁 캠페인의 성공과 실패를 담은 ''신돈''은 다음달 24일 첫 방송한다. 60부작.

북경(중국)=노컷뉴스 방송연예팀 남궁성우 기자socio94@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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