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동당이 우리나라 남북 관계 진전에 있어 또 하나의 큰 획을 그었다. 지난 48년 분단 이후 57년 만에 처음으로 북한 조선사회민주당과의 남북 정당 교류를 성사시킨 것이다.
김혜경 대표 등 민주노동당 방북단은 23일 오후 평양 순안공항에 안착한 직후 깊은 감회가 깃든 평양 도착 성명을 발표했다.
민주노동당은 성명에서 "양당의 교류는 지난 반세기 동안 남북 민중의 자주적 통일과 평화에 대한 염원으로 빚어낸 소중한 결과"라고 강조했다.
또한 "광복 60돌과 6ㆍ15 공동선언 5주년을 맞아 그 어느 때보다 한반도 평화와 통일에 대한 남북 민중의 바람이 일치된 때에 이 곳 북녘 땅을 밟게 되어 더욱 감회가 깊다"고 밝혔다.
"남북관계 진전에 있어 남북 정치인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현 정세에서 양당의 교류가 남북 정당과 정치인 교류의 물꼬를 트고 남북교류를 더욱 활성화시키는 기폭제가 될 것"이라는 부푼 기대도 나타냈다.
성명 전반에는 ''헌정 사상 처음으로 남북 정당 교류를 일궈냈다''는 민주노동당의 진한 자부심이 배어 있었다.
"반세기 동안 남북 민중의 자주적 통일과 평화에 대한 염원으로 빚어낸 소중한 결과"
민주노동당의 이번 방북에 대해서는 열린우리당도 높은 평가를 아끼지 않았다.
문희상 의장이 이날 당 의장 특보단 회의에서 "민주노동당의 방북은 분단 이후 첫 남북 정당교류라는 차원에서 의미가 크다"고 밝힌데 이어 전병헌 대변인도 같은 내용의 공식 논평을 발표했다.
전 대변인은 논평에서 굳이 "열린우리당은 내년 서울에서 열리는 제4차 아시아정당국제회의에 북한 노동당을 정식 초청키로 해 명실상부한 ''책임'' 정당 간 교류로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최초의 남북 정당교류 기회를 민주노동당에 빼앗겼다''는 아쉬움과 더불어 민주노동당에 대한 부러움마저 느껴지는 대목이었다.
문희상 의장은 지난 5월 ''6ㆍ15 공동선언 5주년을 맞아 평양에서 열리는 민족통일대축전 행사에 참석해 남북 간 정당 교류와 국회 교류에 한 몫 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지만 실제 방북이 성사되지 못해 아쉬움을 달래야 했다.
정세균 원내대표도 지난 4월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통해 ''남북 국회 대표단의 상호방문'' 수용을 북측에 강력 촉구하는 등 남북 정치인 교류에 적극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그러나 ''최초의 남북 정당ㆍ정치인 교류''라는 영예는 집권 여당이 아닌 민주노동당이 차지했다.
與 "민주노동당 방북은 분단 이후 첫 남북 정당교류라는 차원에서 의미 크다"
민주노동당은 명색이 원내 제3당이지만 의석은 단 10석에 불과한 소수정당이다.
그러나 국회 과반 의석에 불과 몇 석이 모자라는 거대 여당도 바람만 컷을 뿐 성사시키지 못한 남북 정당 교류를 일궈냈다는 점에서 적어도 이 문제와 관련해 민주노동당을 ''거대한 소수정당''이라 불러도 좋을 듯 하다.
''거대한 소수정당''은 바로 의석 10석 소수정당의 한계를 절감하고 있는 민주노동당이 선택한 의정활동의 기조다.
사상 처음 원내 진입에 성공한 17대 국회 초 갖가지 시행착오와 과도한 내부 노선 투쟁을 겪으면서 ''준비 안 된 소수'', ''초라한 소수''라는 비아냥을 듣기도 했지만 민주노동당은 점차 거대한 소수정당의 면모를 강화하고 있다.
거대한 소수의 힘은 각종 정치ㆍ사회적 현안에 있어 더욱 강력한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대통령 측근 비리 의혹 등과 관련해 여권을 압박한 야권의 각종 특검공조는 거대야당 한나라당이 아니라 사실상 민주노동당이 주도했다는 평가다.
반면 윤광웅 국방장관 해임건의안 등에 있어서는 여당과 표결공조를 함으로써 한나라당을 좌절시켰다. 두 거대 정당의 희비가 소수정당 민주노동당에 의해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與, 한나라당 희비가 소수정당 민주노동당에 의해 엇갈려
공조의 명분으로 ''원칙과 정당성''을 내세우는 민주노동당의 존재로 인해 17대 국회는 이전 국회보다 막무가내식 정쟁은 약화된 반면 정책대결의 기운은 강화된 느낌이다.
또 최근에는 이른바 안기부 X-파일과 관련해 아직도 우리 사회에서 ''무소불위''라는 말이 덜 어색한 검찰에 시퍼런 칼날을 들이대며 국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이끌어 내고 있다.
거대한 소수정당 민주노동당의 최근 거침없는 행보는 분명 우리 정치사에 새로운 지평이 열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CBS정치부 이희진기자 heejjy@c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