쾅? 펑? 쩍?…엇갈리는 ''폭발음 미스터리''

침몰 원인 규명에도 ''핵심 열쇠''…합동조사반 실체 파악 주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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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6일 밤 9시 22분경 백령도 바다에 최초로 울려퍼진 소리는 ''쾅''인가 ''펑''인가 ''쩍''인가. 아니면 아무 소리도 없던 것일까.

천안함 침몰 당시 있었다는 ''최초 폭발음''을 둘러싸고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폭발음의 실체는 여전히 오리무중에 빠져있는 침몰 원인을 규명할 수도 있는 중대 단서. 이 때문에 군 당국도 침몰 당시 사고 해역에서 관측된 지진파와 함께 최초 폭발음의 실체 파악에 주력하고 있다.

이기식 합동참모본부 정보작전처장은 2일 브리핑에서 "승조원들의 진술에 따르면 폭발음이 크게 들렸다고 한다"며 "어떤 폭발음인지 밝혀내는 것이 민군 합동조사단의 임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3일 현재 군 당국의 설명이나 생존자의 증언은 저마다 엇갈리고 있다.

천안함 함장인 최원일(43) 중령은 사고 다음날인 지난달 27일 오후 실종자 가족들을 상대로 한 브리핑에서 "26일 오후 9시 25분쯤 ''펑''하는 폭발음이 들린 후 선체가 오른쪽으로 직각 형태로 기울었다"며 "이후 발전 통신 등 모든 교신수단이 두절됐다"고 밝혔다.

반면 김태영 국방부 장관은 이틀 뒤인 지난달 29일 국방위 전체회의에서 "천안함이 원인을 알 수 없는 ''쾅''하는 폭발음과 함께 기울어졌다"고 설명했다.

국군수도통합병원에 격리돼있는 생존 장병들에게서도 ''쾅'' 소리에 무게를 둔 증언들이 잇따라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갑판 밑 목욕실에서 목욕을 하고 있던 이은수(22) 이병은 ''쾅''하는 폭발음과 함께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암흑으로 변했다고, 가족들에게 전했다.


갑판위 조타실에 있던 최광수(22) 병장도 "쾅하는 소리와 함께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고 기억을 떠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폭발음이 한 차례 있었다''는 데에는 증언들이 일치하고 있어, 일단 선체 내부의 유증기나 폭약 폭발 가능성은 낮아보인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이럴 경우 폭발음이 여러 차례 발생한다는 것.

반면 일부 생존자는 당시 어떠한 폭발음도 없었다고 증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 김옥이 의원도 지난달 29일 국방위 전체회의에서 "함장은 최초 폭발음이 있었다고 했는데 다른 생존자는 없었다고 한다"며 의문을 제기했다.

그러나 해군 전문가들은 "함미 부분에 어뢰나 기뢰가 충돌했을 경우 스크류 소리에 묻혀 폭발음이 들리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천안함 포술장인 김광보 대위도 사고 당시 2함대사령부에 "폭발음이 있고 배가 침몰하고 있다. 구조해달라"고 보고했다고, 국방부는 밝혔다.

이런 가운데 ''폭발''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현장음이 있었다는 정황도 제기되고 있다.

당시 침몰 장면을 열상관측장비(TOD)로 촬영한 해병대 6여단 소속 초병이 "마치 철판이 찢어지는 듯한 소리처럼 들렸다"고 상부에 최초 보고했다는 것. 폭발을 떠올리게 하는 ''쾅''보다는 ''쩍'' 소리에 가까왔다는 얘기다.

이같은 증언은 군 당국이 초점을 맞추고 있는 기뢰 폭발 등 외부 요인이 아닌, ''전단 파괴''(shear failure)로 인해 천안함이 침몰했을 가능성을 뒷받침해주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전단 파괴''는 누수나 개조로 인해 부력의 부조화가 심해져 하중을 이기지 못한 선박이 그대로 두 동강 나는 현상을 가리킨다.

하지만 국방부 원태재 대변인은 지난달 30일 TOD 동영상을 공개할 당시 "사고 직후 백령도 해병대 해안초소 근무자가 ''쾅'' 하는 소리를 듣고 촬영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암초 충돌에 의해 굉음이 발생했을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태영 장관은 2일 국회 긴급현안질의에서 "암초에 부딪힌 것만으로는 음파가 나오기 어렵다"며 "이후 배가 부서지면서 폭발음이 생길 수는 있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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