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나라'''', 친숙함과 이질감의 오묘한 조화

[막무가내 영화보기]어떤나라

[막무가내 영화보기]어떤나라

칙칙한 화면 색상부터 낯설기 그지없는 북한 관련 영상들을 보고 있자면 ''''이질감''''이라는 단어의 뜻을 몸속 깊이 느낄 수 있다.

거기다 1970년대 영화에서나 접할 수 있을 법한 격앙되고 감격에 찬 어조의 인터뷰들까지 듣다 보면 ''''정말 저런 사람들, 저런 세상이 있기나 한걸까''''라는 의문까지 들 정도.

이렇게 어쩔 수 없이 북한에 대한 다양하고 깊은 선입견으로 가득 찬 ''남측'' 사람들에게 영화 ''''어떤 나라''''(감독 대니얼 고든)는 또 하나의 낯설음과 그로부터 비롯된 재미로 다가온다.

박제되지 않은 ''''진짜'''' 북한 사람 보기 홍보 문구 ''''TV에서 보던 북한은 잊어라''''에서 알 수 있듯 ''''어떤 나라''''는 우리와 무엇 하나 다를 게 없는 북한 사람들의 평범한 일상사를 다루고 있다.

영화는 북한 전승기념일에 개최될 ''''집단체조''''에 참여하는 여중생 박현순(13)과 김송연(11)을 주인공으로 한 다큐멘터리.

''''촬영하는 동안 북한 당국으로부터 어떤 간섭이나 제재도 받지 않았다''''는 대니얼 고든 감독의 말대로 이 영화는 북한, 그것도 그 중심인 평양에 사는 중산층 소녀의 평범한 일상을 극적인 장치 없이 그대로 스크린에 옮겨왔다.

일사불란한 집단체조 장면 속 기계적인 모습의 북한 사람들만 기억하는 관객에게 가끔은 너무 힘들어 연습에 ''땡땡이''도 치고 싶어하고 늦잠으로 학교에 늦어 몰래 조회 대열에 합류하는 두 소녀의 ''''평범한'''' 모습은 놀랍기까지 하다.


감정 조차 없을 것 같던 무채색의 북한 사람들이 화사한 화장을 하고 옆으로 다가오는 느낌이랄까.

그렇게 영화 속의 인물들은 ''이해 못할 적국의 사람들''에서 ''우리와 다를 바 없는 친근한 한 민족''으로 비춰진다.

하지만 기뻐하고, 슬퍼하고, 즐거워하고, 화 내고, 웃음 짓고, 눈물 흘리고. 시공을 초월해 동일하게 느끼는 희로애락을 표현하다가도 말끝마다 ''''김일성, 김정일 장군님''''에 대한 사랑을 수줍은 듯 털어놓는 모습은 안타까움과 동시에 새로운 이질감을 제공하기도 한다.

친근함 속에 묻어나는 또다른 이질감

화면에 아무렇지 않게 배경으로 등장하는 김일성 동상과 김일성 부자에 대한 찬사들은 감독의 ''''단지 그들의 생활일 뿐, 별다른 의미를 찾지 못했다''''라는 소감에서 알 수 있듯 너무 자연스런 모습이라 오히려 낯설다.

어쩌면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색다른'''' 생각과 상식으로 채워져 있는 듯한 그 모습들은 ''''정말 저 사람들과 우리가 어울릴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다시 한번 던져주고 마는 영화 외적인 아쉬움.

대니얼 고든 감독은 이미 1966년 런던 월드컵에서 기적의 8강 신화를 이룬 북한 축구단에 관한 다큐멘터리 영화를 2001년에 선보인 적이 있다.

한국전쟁에서 북한의 ''''적국''''으로 참전했던 영국 국적을 가지고도 어린 시절 봤던 북한 축구에 대한 사랑 만으로 서방 국가 영화인 중 처음으로 북한 내에서 영화를 촬영을 이뤄내고 그 작업을 계속해 나가는 감독에게는 찬사가 아깝지 않다.

세계에서 가장 고립된 나라, 폐쇄적인 나라 북한. 감독은 체제나 사상으로 접근하거나 옹호하거나 비판하지도 않고 사실을 있는 그대로 담백하게 그려내고 있다.

서울 단 3~4개 스크린에서만 만날 수 있다는 점은 큰 아쉬움. 26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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