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대 노화가,''봄을 기다리는 소년''이 되다

국립현대미술관, ''한국화의 독자적 경지 개척한,박노수 회고전''

gggg
해방 이후 한국화의 대표적 화가 박노수 작품전이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미술관에서 17일부터 열린다. 이번 전시는 선명하고 투명한 색채, 대담한 구도와 여백의 미를 통해 한국화의 독자적인 경지를 개척한 박노수의 전체 화업을 살펴보는 대규모 회고전이다.

1927년 충남 연기에서 태어난 남정 박노수(83세) 작가는 해방되던 해인 1945년, 18세때 청전 이상범선생으로부터 사사를 한다. 그는 서울대 미대 회화과(한국화 전공,1945-1952년)를 졸업하고, 1955년 국전에서 작품 <선소운>으로 대통령상을 수상한다. 이듬해 29세부터 이화여대 미술대 교수(1956-1962년)를 역임하고, 이후 서울대 미대 교수(1962-1982년) 등을 지내며 작품활동을 해왔다.

해방 이후 우리의 정규교육을 받은 일세대 화가인 박노수가 당면했던 문제는 일본색을 없애고 한국화의 정체성을 찾는 것이었다.그는 먹과 채색을 적절히 결합해 정체성을 찾아갔다. 다른 화가들이 먹 아니면 추상으로 갔던 것과는 달리. 박수진 학예연구사는"박노수는 채색과 수묵을 절제된 색채와 간결한 선묘로 융합시킴으로써 전통으로 계승하고 현대성을 구현하는 한국화의 새로운 경지를 구현하는, 한국화의 새로운 경지를 창출해내었다"고 평가했다.

gggg
박노수 작가는 자기만의 독자적인 작품세계를 구축하기 위해 구도적인 여정을 걸어왔다. 남정은 청전선생에게 그림을 배울 때 하루는 청전선생께 질문을 하였다."선생님 그림은 무엇으로 그려야 하며 어떻게 그려야 합니까?"라고 했더니 선생님은 한참생각하다가 "그림은 여운이 있어야 하네"라고 했다는 것이다. 18세의 소년으로서 여운이 무엇인지 짐작하기도 어려웠고너무도 가슴벅찬 과제였지만, 그는 "작품에서 여운이 뭔가, 기운생동과 운치있는 세계가 뭔가를 터득하려고 부단히 노력했다"고 술회한다.

이러한 각고의 노력끝에 박노수는 그만의 독특한 화법을 구축한다. 그의 제자 이철주(중앙대 명예교수)는 스승의 작품세계에 대해 "선생님 작품은 그간의 중국이나 한국의 그 수묵 위주의 전통적인 기법을 하던 작가들에서 완전히 차별화된 작업을 하였다.독특한 개성있는 작품세계가 빛나는 채색에 의해서, 또 강인한 선에 의해서 조화롭게 만들어진 세계라고 생각한다"고평가했다.

☞이철주 교수 인터뷰

gggg
<박노수, 봄을 기다리는 소년>전은 그의 대표적인 한국화와 드로잉, 미 발표작 소품 등 모두 100여점에 이르는 작품들이 선보인다. 전시의 부제는 ''봄을 기다리는 소년''이다. 박노수 작품의 주요 소재인 ''소년''은 기성세대에 순응하지 않고, 고고한 이상을 가진 존재로써 작가의 감정이입의 대상이다. 박수진 학예연구사는 "박노수 화백 작품에서는고독함, 쓸쓸함이 느껴진다.그것은 작품에 등장하는 소년이 뭔가를 바라보고, 기다리고 있는 이미지와도 일맥 상통하고 작가의 감정 투영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설명했다. 또한 ''봄''은 희망에 대한 기대를 의미할 뿐 아니라 박노수 작품의 맑고 순결한 정신세계를 상징하는 것이기도 하다. 특히 작품에 나타난 흰색과 청색의 극적 대비, 여백은 사색을 불러일으키며 물오른 봄처럼 서서히 드러나는 맑은 기운을 느끼게 한다. 박노수 선생이 병석에 누운지 벌써 7년이 되었다. 늘 소년이기를 꿈꾸왔던 그에게 이번 전시는 큰 위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

☞ 박수진 학예연구사 인터뷰

gg
박노수전은 크게 4단계로 분류해 전시된다. 1단계 <외적묘사에서 심상의 표현으로>는 말 그대로 외적 묘사에서 기백이 넘치는 생명감을 표현한 심상의 단계로 접어드는 과정의 초기작품이 선을 보인다. 2단계 <월하의 허>는 60-70년대 작품으로 채색과 선을 강조한, 주관성이 드러난 작품들이다. 3단계 <명산유감>은 70년대 중반 이후 드로잉을 비롯해 여백과 주관적 표현을 드러낸 작품들이 주를 이루고, 4단계 <선과 여백>에서는 독자적인 작품세계가 구축된 경지의 작품들이다. 남정에게 "선이란 그림의 생명이요, 영원한 세계가 열리는 길"이었다. 그는 "화면에 있어 아무 것도 그려져 있지 않은 곳을 여백 또는 공간"이라 했고, "티하나 없는 공백의 화면을 눈 앞에 놓고 늘 나는 무한한 우주로 연장되는 공배임을 느끼곤 한다"고 술회했다.

gg
전시기간:3.17-4.18
전시장소:덕수궁미술관 전관
입장료(덕수궁 입장료 포함):성인 5,000원, 청소년 2,500원

추천기사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