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영화에 민감할만한 아이들은 "성룡? 늙은 아저씨잖아" 정도로밖에 알아보질 못합니다. 그래도 형님이 외국 오가며 노익장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팬들은 만족스럽습니다.
더 이상 빌딩을 가로질러 뛰지 못하더라도, 한번 점프에 세 번이나 발차기를 하지 못하더라도 여전히 ''성룡 영화''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점에선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요번에 개봉하는 ''대병소장''은 ''앞으로의 성룡 영화''가 어떤 작품이 될 것인지를 보여주는 계기가 되는 것 같군요.
성룡 특유 액션 영화 아닌, 드라마가 강한 ''성룡표 영화''
''대병소장''은 성룡 특유의 액션 영화는 아닙니다. 여전히 아기자기한 요소들이 숨어 있지만, 주 볼거리가 액션 그 자체이던 예전의 ''성룡표 영화''는 아니죠. 그거야 당연한 일입니다. 1954년생이시니 벌써 우리 나이론 56세고, 게다가 젊은 시절 얻은 셀수없는 골병과 상처를 생각하면 더 뛰어달라고 얘기하기가 미안할 정도입니다.
어쩌면 형님은 액션에 대해 ''진짜 몸을 쓰는 게 아니라면 반칙''이라고 생각하는지도 모르겠군요. 다시 옛일을 떠올리게 됩니다만, ''폴리스스토리''(1985)에선 백화점 샹들리에 타고 수직강하를 했고, ''프로젝트 A''(1983)에서는 안전장비도 없이 고층 건물에서 떨어지기도 했죠.
당시 기술로도 눈속임이 얼마든지 가능했지만, NG장면을 보여주면서까지 그게 사실임을 입증했던 형님이니, 현대의 CG 기술을 쓰지 않는 건 단순한 고집이라기보다는 ''영화 철학''이라고 보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대신 ''대병소장''에선 드라마가 많이 강조되었더군요. 형님이 분한 늙은 병사는 좀 재빠른 구석이 있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무능력한 보통 사람입니다. 춘추전국시대를 배경으로, 양나라 패잔병인 늙은 병사가 위나라의 젊은 장수를 포로로 끌고 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죠. 두 사람이 서로를 이해하고 배워가는 과정이 드라마의 기본 골격이라고 할까요.
사실 형님은 예전에도 이렇게 드라마가 강한 작품을 찍고 싶어했죠. 그나마 ''용적심''(1985) ''화소도''(1990) ''중안조''(1993) 같은 작품은 드라마가 좀 더 강했지만, ''성룡 = 흥행제조기''이던 당시로선 성룡을 ''그냥 배우 한 명''으로 취급할 사람도, 그럴 기회도 쉽게 얻지 못했습니다.
여전히 순진한 세계관이 아쉽다
하지만 성룡 형님의 발자취를 전혀 모르는 관객이라면 어떨까요. 아까 말씀드린 ''용적심'' ''화소도'' 등의 작품도, 성룡 특유의 색채를 완전히 지운 영화는 아니었습니다. ''대병소장''에서도 마찬가지인데요. 한마디로 말하면 ''어린아이 같은 활기와 순진함''이 그 특유의 색채라고 하겠습니다.
문제는 늙은 병사의 캐릭터를 보여주는 데 너무나 많은 시간이 할애된다는 점이죠. 그러면서 왕리홍이 연기한 위나라 장수는 상대적으로 작게 취급되었단 인상이 듭니다.
성룡 팬들을 고려하면 늘 비슷하던 주인공 캐릭터와 다르다는 점을 부각시킬 필요가 있었겠지만, 그렇지 않은 관객 입장에서는 한쪽에 치우친 느낌을 받을 겁니다. 게다가 그렇게 많이 시간 할애를 했는데, 형님 캐릭터는 사실 여전히 성룡으로 보이는 것도 문제에요. 영화 전체적으로도 예전처럼 순진한, 현실과는 좀 다른 세상이 그려지고 있거든요.
그것이 크게 드러난 부분이 산적떼의 캐릭터입니다. 형님도 아시다시피, 형님 영화에선 악당도 나름 귀엽지 않습니까. 하지만 ''대병소장''의 배경은 그럴 수가 없었어요. 온통 전쟁터인 상황에서, 먹고 살기 위해 사람을 죽이는 자들이 산적떼죠.
하지만 이 영화에서의 산적떼는 예전 ''성룡의 CIA''(1998)에서 본 아프리카 원주민 마냥 순진하게 보입니다. 그래서 위기 상황에서도 긴박하다기 보단 우스꽝스러운 느낌을 받고요.
스티븐 유, 그의 연기는 안타깝게도 ''안습''
한국 관객의 입장에선 스티븐 유, 유 승준 을 언급 안할 수가 없는데요. 전후 사정은 이미 아실 테고, 그에 대해 어떤 입장이 맞다 틀리다를 얘기하기엔 적당한 자리가 아닌 것 같습니다.
다만 그저 영화 얘기만 한다면, ''대병소장''에서 가장 의아하고 단점으로 지적될 캐릭터가 바로 유승준 이 맡은 문공자 역입니다. 초반에 보여준 그의 캐릭터가 왜 변하게 됐는지 설명이 되질 않아요. 추측컨대 그는 이간질의 희생양일 뿐 실은 의지박약한 인물이었다고 보이는데, 그런 사람이 온통 근육질인 몸을 가지고 있는 것도 이미지상 연결이 잘 안되더군요.
편집 때문에 어떤 캐릭터가 망가지는 경우를 흔히 봅니다. 그러나 이 경우엔 연기로는 신인급인 사람을 너무 중요한 배역에 집어넣었다고 생각이 되네요. 위나라 장수의 이야기를 보완해줄 이 캐릭터가 잘 살았다면 드라마가 한층 좋아질 수 있었는데, 오히려 마이너스가 되고 말았습니다. 성룡표 영화에서 접하기 힘든, 인상 깊은 결말을 생각하면 더욱 아쉽고요.
어쨌든 ''대병소장''은 성룡 형님이 지금까지의 영화철학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며, 액션보다는 드라마로 옮겨가고 싶어 하는, 또 후배 배우들을 키워주고 싶어 하는 형님의 생각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여전히 형님에겐 짐이 많나 보군요. 중국 오락영화를 책임질 위치가 되었고, 후배들도 키워줘야 하건만 좀처럼 새싹들이 크질 못하고, 또 ''배우 성룡''으로 거듭나고 싶어도 액션 배우로서 구축해온 자기 철학을 포기하기 힘드니 말입니다.
그래도 배우 성룡의 완성도 높은 드라마를 언젠간 볼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형님은 포기를 모르는 사나이 성룡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