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빈 씨는 지난 89년부터 2005년까지 16년간 여수산단 정유·석유화학 공장에서 용접공 등이 높은 곳에서 일할 수 있도록 발판을 만들어 주는 일용직 비계공으로 일했다.
이씨는 46살이던 2006년 대학병원에서 폐암으로 진단을 받았다. 이 씨는 근로복지공단 여수지사에 산재 요양 신청을 냈지만 평가위원 7:6의 의견으로 2007년 불승인됐다.
이 씨는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서울 행정법원에 요양 불승인 처분 취소 소송을 냈고 행정법원은 최근 이 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재판장 박정수 판사)는 판결문에서 "용접 때 사용한 석면 가루 등이 비계 발판에 쌓이는 등 이 씨가 비계 해체 작업을 하면서 2000년까지 마스크를 쓰지 않거나 면마스크만 썼고 2001년부터 방진 마스크를 썼지만 석면과 니켈, 크롬 등 폐암을 유발하는 유해 물질에 노출됐을 것으로 인정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특히 "석면 노출로 폐암이 발생하려면 석면 노출량이 상당해야 하지만 노출량을 확인할 수 없거나 상당한 노출량에 미치지 못했다"며 이 씨의 요양 신청을 불승인한 논리를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또 "이 씨의 C/T에 석면 폐증 소견이 없다 하더라도 업무상 재해를 판단할 때 업무와 질병 간의 의학적 인과 관계가 명백히 입증돼야 하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와 함께 "이 씨가 24년간 담배를 피웠더라도 석면에 노출된 것이 폐암 발병에 더 중요한 영향을 미쳤거나 흡연으로 폐암이 발병했더라도 석면 노출이 더해져 건강을 급격히 악화시켰을 것"으로 판단했다.
민주노총 전남본부 장종익 노동안전보건국장은 비계공 등 전국 일용 건설 노동자의 직업병 인정에 기준을 제시한 판결로 평가했다.
▲다음 영상은 근로복지공단 여수지사가 요양 불승인 처분을 내린 2007년 5월 30일 여수 건설노조가 근로복지공단을 항의 방문 당시 촬영(흰색 모자를 쓰고 앉은 이가 이재빈 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