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안전부 관계자는 "이 장관은 4일 오후 5시 청와대 인사비서실에 장관 사직서를 제출했으며 경남 도지사 후보 출마여부에 대해서는 확인된 게 없다"고 밝혔다.
이 장관에게 있어 4일은 오리무중(五里霧中), 진퇴양난(進退-兩難)의 하루로 기억될 듯 싶다.
그동안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여권의 강력한 권유를 받아 경남도지사에 출마할 것으로 알려져 공직사퇴 마감일인 4일 어떤 방식으로든 진로를 결정해야 했기 때문.
그는 최근까지도 "출마할 생각이 없다"며 출마설을 거듭 부인해 왔고, 이 대통령을 만난 4일 오전까지도 "아직 결심이 서지 않았다. 좀 더 지켜보자"면서 출마보다는 장관직에 더 미련을 뒀다.
결국 이 대통령과 독대한 자리에서, 하명(下命)을 기다렸으나 뜻밖에도 이 대통령은 "오늘 하루 고민해 보자"고 말해 이 장관은 진퇴양난의 상황에 놓이게 됐다.
이는 이 장관의 경남지사 출마설이 청와대가 아닌, 한나라당 핵심부의 의중이 더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여당 내 친박진영의 거부감이 강한 이방호 전 의원보다는 마산.창원.진해시의 통합을 이끌어 낸 이 장관이 경남지사 후보로 더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사직서를 제출한 이 장관은 일단 경남도지사 선거전에 뛰어들 가능성이 높다.
김태호 경남지사가 6월 지방선거에 출마하지 않기로 하면서 무주공산이 된 경남지사 선거전에 그가 본격 뛰어들 경우 한나라당 사무총장을 지낸 이방호 전 의원등과 경선싸움을 벌이게 된다.
이방호 전 의원은 지난 2008년 4월 총선 당시 이른바 공천학살을 주도해 낙선한 인물.
이 장관이 당의 힘을 업고 출마한다 하더라도 행로가 순탄치 만은 않을 것 같다.
이방호 전 의원이 "당내 경선을 통해 끝까지 공천경쟁을 하겠다. 경남 지사 자리에 출마하는 후보는 경남의 발전과 비전에 대해서 확실한 소신을 가져야 하며 등 떠밀려 나오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생각한다"며 이 장관을 에둘러 비판하고 나섰기 때문.
이 장관에겐 또 1년전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부부간 이중 소득공제, 사회이사 보수소득 탈루, 논문 중복 게재등 각종 의혹과 함께 부적격 시비가 일었던 것도 부담스런 대목이다.
따라서 일부에서 이 장관이 정부 다른 부처 장관으로의 이동이나 학교 복귀설등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이유다.
우여곡절 끝에 사직서를 제출한 이 장관은 일단 후보로서의 자격요건은 갖추게 됐지만 고민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경남 창원 출신인 이 장관은 서울대 행정대학원 원장,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원장, 한국행정학회 회장 등 행정학 분야에서 많은 경력을 쌓았고 지난 2008년 4월 총선을 통해 한나라당 비례대표로 국회의원 뱃지를 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