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도 ''다이어트 전쟁''에 들어갔다. 항공기의 무게를 조금이라도 줄여 연료소모를 줄이고 탄소배출도 저감하기 위해서다.
항공기 무게를 줄이기 위해서는 우선 항공기 자체의 무게를 줄여야 한다. 예전에는 알루미늄 합금으로 만들어지던 항공기 동체와 날개는 최근들어 금속보다 가벼우면서도 더 단단한 탄소섬유 합성물로 대체되고 있다. 대표적인 기종이 보잉사의 B787 기종. 동체와 날개 대부분이 탄소섬유 합성물로 제작돼 연료소비가 적으며 기존 항공기에 비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 정도 줄일 수 있다.
항공기 다이어트의 두번째 비법은 항공기 적재물의 무게를 줄이는 것. 승객의 수화물을 줄이는 것이 대표적이다. 일부 저비용 항공사의 경우 짐 없는 승객에게는 포인트 점수를 더 적립해주는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의 방법으로 수화물 감축에 집중하고 있다.
예비로 싣고 다니는 추가연료도 최소한도로 줄이는 추세다. 국내 항공사의 경우 운항계획과 실제 연료 소모량을 대조분석해 구간별,기종별로 합리적인 추가연료 탑재량을 설정해 운영하고 있다. 보통 정규 연료의 5% 정도를 추가연료로 적재한다. 또한 목적지와 가장 가까운 교체공항을 확보해 과다한 예비연료 탑재를 개선하고 있다.
기내 카트도 다이어트 대상이다. 미주 노선에는 보통 기내 카트가 40여개 탑재되는데 카트 하나의 무게는 27kg 정도. 이를 20kg으로 줄이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기내에 비치되는 책자까지 무게를 줄이고 있다. 보다 가벼운 재질로 종이를 바꾸고 책자 크기도 줄이는 바람이 불고 있다. 여기에 승객들에게 제공되는 각종 음용수도 과도하게 싣지 않는 등 ''무게와의 싸움''을 벌이고 있다.
외국 항공사의 경우 기발한 아이디어까지 동원되고 있다. 전일본공수(ANA)는 지난해 승객들에게 항공기 탑승 전 화장실에 다녀오도록 유도하고 있다. 배출된 소변만큼 항공기 무게도 가벼워지기 때문이다.
◈''연비''를 높여라
제트엔진 내부를 물청소하기도 한다. 엔진 내 압축기 통로에 낀 이물질을 물로 세척하면 엔진효율이 높아진다.
새로운 운항기법을 개발하는 것도 항공기 연비 높이기에 한 몫을 하고 있다. ''경제속도 60km''처럼 항공기에도 경제속도가 있다. 기종과 중량,노선에 따라 다르지만 B747기의 경우 평균 시속 900km가 경제속도로 알려져 있다.
''경제고도''도 있다. 제트기는 공기를 압축한 뒤 연료와 함께 태워 발생하는 분사력으로 하늘을 난다. 고도가 너무 높아 공기 밀도가 낮아지면 추력이 떨어진다. 반대로 고도가 너무 낮으면 공기밀도가 높아져 저항도 증가해 연료소모가 많아진다. 최적의 비행고도는 기종에 따라 다른데 평균 10km 정도다.
또한 활주로 전구간을 달려 이륙하는 대신 활주로 중간에서부터 달리기 시작하는 ''중간진입 이륙'' 방식도 활주거리를 단축시켜 연료소모를 줄여준다..
착륙할 때도 기존에는 계단식으로 하강을 한 반면 최근에는 연속적으로 하강하는 ''연속강하접근'' 방식을 쓰고 있다. 이 방식을 통해 연료소모는 물론 소음도 줄일 수 있다는 게 항공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날개짓''을 크게 하지 않는 것도 연비를 높이는 방법이다. 대부분의 항공기에는 양력(항공기를 띄우는 힘)을 높이기 위해 주날개에다 움직일 수 있는 보조날개인 ''플랩(flap)''을 단다. 이 플랩의 각도 등을 조절해 양력을 조정하는데 플랩각도를 크게 조정하는 ''라지 플랩(large flap)''을 할수록 연료소모가 많다. 최근에는 플랩각도를 작게하는 ''레스 플랩(less flap)''을 권장하고 있다.
또한 최단거리 항로를 개척하는 것도 연료를 절감하는 방법이지만 각국의 관제,비행금지구역,항행시설 등으로 인해 단축항로를 만들기는 쉽지 않다.
이밖에 착륙 뒤 주기장으로 진입할 때도 엔진을 절반만 가동하는 등 항공사들이 ''마른 수건 짜기''에 골몰하고 있다.
이처럼 항공사들이 연료절감과 탄소배출 억제에 주력하는 것은 교토의정서에 따라 당장 2013년부터 한국도 ''탄소배출''을 의무적으로 줄여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탄소배출거래제''도 오는 4월부터 시범시행된다. 할당받은 탄소배출량보다 더 적게 탄소를 배출할 경우 여유분을 다른 기업에 팔 수 있는 제도이다. 만약 할당량보다 더 많은 탄소를 배출할 경우 다른 기업으로부터 탄소배출권을 사들여야 한다. 철강과 함께 대표적인 탄소배출 산업으로 분류되는 항공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클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