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통 흰색인 SM엔터테인먼트 접견실에 분홍색 꽃남방을 입고 뚜벅뚜벅 걸어 들어오는 김희철(22)을 본 순간, 차마 입 밖에 내지 못했지만 마음 속 따옴표는 이런 말을 만들고 있었다.
"아니, 이런 꽃미남이?"
KBS 2TV 성장드라마 ''반올림2''에서 그린 듯한 외모로 눈길을 끄는 김희철은 그 외모 때문에 몇 가지 오해를 산다. 일본인이냐는 의혹, 까다로울 것 같다는 의문, 마음고생 한 번 안 해보고 곱게만 자랐을 것 같은 추측.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니다''. 김희철은 강원도 횡성에서 태어나 지금도 원주에서 사는 토종이고, 우울하다가도 5분 만에 떨쳐버리는 기분파인데다 지난 2년간 데뷔를 준비하며 ''연습생''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다.
물론 이런 사실만으로 복잡다단한 인간 김희철을 설명할 수 없는 일. 그는 화면으로 비춰지는 겉모습과는 사뭇 다른 색을, 그것도 여러 개 지닌 엔터테이너다.
▶김희철은 소설가를 꿈꾼다?
김희철의 미니홈피(cyworld.nate.com/yuri9doo) 방문자는 벌써 250만명이 넘었다. 하루 방문자가 만 명이 훌쩍 넘을 때도 많다. 마니아를 양산하고 있는 이 홈피의 매력은 김희철의 톡톡 튀는 글 솜씨. 특히 예사롭지 않은 어휘력은 쉽사리 ''로그아웃''을 클릭할 수 없게 만든다.
"무언가를 쓰면 나만의 공간이 창조되는 느낌이에요. 내 공간에서 글을 통해 마음껏 나를 펼치는 게 매력있지 않나요?. 지금 소원은 노트북을 사는 건데 원하면 아무데서나 쓰고 싶거든요."
김희철의 의외성(?)에 눈이 휘둥그레지자 옆에 있던 매니저는 "희철이 대본은 한 번에 알아볼 수 있다"고 거든다. 대본에 틈틈이 소설을 끄적이기 때문. 그가 현재 구상 중인 소설은 학원물, 판타지, 추리소설 무려 3편으로 모두 얼개는 짜 놓았다.

▶ 22살 김희철에게 드라마 ''반올림2''는….
83년생인 김희철은 "점점 나이가 먹어간다"고 했다. "요즘 연예인 데뷔 평균연령보다 나이가 많아 지난해에는 스스로 딜레마에 빠졌다"고도 했다. 2002년 준비없이 응시한 SM엔터테인먼트 오디션에 덜컥 합격한 뒤 2년동안 빡빡한 교육을 받으며 자연스레 초조해졌기 때문.
하지만 이런 마음고생을 보상하듯 지난 3월부터 ''반올림 2''에 얼굴을 내밀자, 반응은 뜨거웠다.
"처음에는 상대역인 은성(정민 역)에게 말 붙이기도 어려워 ''은성씨''라고 호칭할 정도로 낯을 가렸어요. 작가, 감독님이 학교다닐 때 얘기를 듣고 제 색깔을 많이 넣어주셨죠. 처음 설정은 바람둥이였는데 지금은 아니에요(웃음)."
다른 출연자보다 나이가 2, 3살 많아 어려웠지만 지금은 연기도, 사람을 대하기도 한결 자연스러워졌다고.
▶오락프로그램에서는 또 다른 김희철이 존재한다?

김희철은 KBS 2TV 오락프로그램 ''여걸식스'' 출연하며 드라마 속 이미지를 짐작할 수 없을만큼 망가진다.
"학교, 집, 친구, 선생님에게 보여지는 김희철이 다르듯 프로그램마다 달라지는 건 당연해요. 각각에 맞춰 정화된다고 할까."
여세를 몰아 얼마 전 케이블방송 KMTV의 간판 음악프로그램 ''쇼 뮤직탱크'' 단독 MC로 나섰다. 담당PD가 김희철의 미니홈피를 보고 "딱 미니홈피처럼만 해달라"면서 캐스팅한 것.
김희철은 단독 MC도 그다지 어렵지 않은 눈치다. 드라마에서의 이미지가 오락프로그램까지 연결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고, 실제로도 만족할만큼 생각을 실천하고 있다.
인터뷰 말미 김희철은 "제3의 눈이 있는 것 같다"고 지나가듯 말했다.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기 전에 내 안의 시선이 먼저"라는 설명이다.
남을 의식하기 전에 자신에게 먼저 부끄럽지 않겠다는 자신감은 앞으로 펼쳐질 김희철의 활동에 더욱 관심을 갖게 한다.
노컷뉴스 방송연예팀 이해리기자 dlgofl@c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