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축된지 10년이 넘어 시설은 열악하지만, 20년째 자원봉사자들의 열정으로 어렵사리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한차례 내린 비로 유난히 별이 빛나는 밤. 부산 수영구 금련산 수련원 안에 있는 2층 천문대에서 전국 각지의 사투리로 탄성이 터져 나온다.
천체 망원경으로 바라보는 보름달은 토끼가 방아를 찧는 형상 그대로이고, 수천만 킬로미터 떨어진 화성도 손톱크기만 하게 보인다.
여기에다 천체 해설사가 가리키는 레이저를 따라 별을 쫓다 보니 오리온, 페르세우스, 쌍둥이자리가 한눈에 쏙 들어온다.
광주에서 온 관광객 이정미(54) 씨는 "별자리에 대해 관심은 많았는데 실제로 망원경을 통해 이렇게 가까이에서 본 것은 처음"이라며 "아주 멀리만 떨어져 있을 것 같던 화성도 직접 보니 신기할 따름"이라고 감탄했다.
지난달부터 부산 시티투어가 금련산 천문대에 들르면서 이곳은 전국적인 관광명소가 됐다.
관광객들은 해설사들의 도움으로 우주의 기원과 역사, 별자리 설명도 듣고, 광안대교 야경을 배경으로 사진도 찍으며 추억을 담는다.
관광객들의 밤하늘 길잡이 역할을 하는 해설사들은 다름 아닌 금련산 천문대 동호회 회원들. 중고생과 대학생 등 천체관측을 즐기는 금련산 천문대 회원 20여 명이 자발적으로 봉사활동에 나서고 있다.
이들 중에는 10년 넘게 동호회 활동을 하다 관련 업계에 진출한 성인도 있고, 지구과학을 전공하려 외국 유학에 나선 학생도 많다.
동아리 회원 손주호(24) 씨는 "초등학교때부터 지금까지 거의 15년 동안 이곳에서 계절에 따른 별자리도 관측하고, 화성, 토성의 변화도 관찰했다"면서 "외국 유학을 앞두고 있는데 우주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관광객들에게 들려주고 같이 나눌 수 있어서 뿌듯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천문대 시설은 지어진 지 15년을 훌쩍 넘어 일부 지반이 내려앉고 돔은 심하게 찌그러져 있는 등 부산 유일의 천문대라기엔 열악하기 그지없다.
새로운 관광명소로 떠오르고 있다지만 금련산 천문대를 몇몇 동호회 회원들의 열정과 관광객들의 관심에만 맡겨두기엔 너무나 아쉬운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