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회 6자회담, 정해진 날 재개가 관건

4차 회담까지 13개월 걸려, 北 "앞으로 다시 정할 수 있다"


4차 북핵 6자회담이 이달말 재개하기로 하고 13일간의 회담을 마무리했다.


참가국들은 7일 오전 전체회의를 열어 ''29일이 시작되는 주에 회담을 속개한다''는 7개항의 의장 성명을 채택하고 휴회를 결정했다.

''29일이 시작되는 주에 회담 속개'', 의장 성명 채택

3주간의 휴회 기간 동안 각국 대표단은 핵심 쟁점에 대해 본국과 충분한 협의를 갖게 된다. 이를 토대로 외교체널을 통한 다각적인 협의를 벌여 핵심 쟁점에 대한 장외 절충을 모색한다.

송민순 우리측 수석대표는 이번회담에서 합의 도출에 실패한 원인을 참가국들의 ''과욕''에서 찾았다.

그는 이날 오전 전체회의에서 휴회가 결정된 직후 참가국들에게 이런 말을 했다. "우리가 이번 회의에 모일 때 과일을 담으려고 광주리와 과일을 준비해 왔는데 광주리에 물까지 담으려고 너무 과욕을 했다. 광주리가 따로 있고 물 담는 항아리가 따로 있다."

북핵 문제를 어떻게 풀 것인가 하는 큰 틀을 합의해야 하는데 지나치게 세세한 부분에 집착해 합의를 끌어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최대 쟁점이었던 ''북한의 평화적 핵이용'' 문제에 대해 북한과 미국이 좀 더 창의성과 신축성을 발휘하지 못한 데 대한 아쉬움이 배어 있다. 그래서 우리 대표단의 표정에도 아쉬움과 허탈한 기색이 역력하다.

지나치게 세세한 부분에 집착, 합의 끌어내지 못해

일단 휴회가 결정된 이상 문제는 정해진 일자에 회담이 재개되느냐와 모멘텀(탄력)을 이어갈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당초 9월에 열리기로 했던 4차 6자회담이 13개월의 표류 끝에 열린 사례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김계관 북한 수석대표기 이날 기자회견에서 한 언급은 벌써 우려를 갖게 한다. 그는 회담 속개일과 관련해 "각 대표단이 본국에 돌아가 회담 준비가 된 다음에 만나는 것이 좋다"면서 "앞으로 (참가국과의) 접촉을 통해서 다시 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3주간의 휴회 기간 동안 외교체널을 통해 핵심 쟁점에 대한 논의를 해본 뒤 의견 접근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재개 일자를 늦출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회담의 모멘텀도 문제다. 참가국들은 13개월의 우여곡절 끝에 어렵게 열린 이번 회담에서 이른바 ''끝장토론''의 각오를 밝히며 반드시 실질 성과를 도출해야 한다는 강한 의지를 갖고 베이징에 왔다.

알렉세예프 러시아 수석대표가 ''5%의 이견차''라고 밝힌 한두개 핵심 쟁점을 제외하고는 수많은 부분에서 입장차를 좁히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회담이 휴회에 들어가게 되고 핵심 쟁점을 둘러싼 자기 주장만 되풀이 할 경우 회담의 모멘텀은 현저히 떨어질 수 밖에 없다.

회담 재개 일자를 29일로 정한 것은 이달을 넘기는 데서 오는 참가국들의 심리적 이완을 막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

자기 주장만 되풀이 할 경우 회담의 모멘텀 현저히 떨어질 수 밖에


비록 휴회로 끝났지만 이번 회담에서는 많은 성과도 있었다.

송민순 우리측 수석대표는 "이번 회담에서 각측의 입장을 아는데 많은 도움이 됐고, 공동 문건에 담으려고 하는 비핵화 원칙과 회담 추구 목표에 대해 의견이 접근을 본 점"을 성과로 평가했다.

"이를 기초로 6자회담의 목표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목표와 원칙을 담는 공동문안에 합의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계관 북측 수석대표도 "이번 회담은 앞으로 회담을 원할히 진행하기 위한 기초를 쌓았다"면서 "비핵화를 최종적 목표로 정하고, 말과말 행동대 행동원칙을 재확인 한 것"을 성과로 꼽았다.

이번 회담의 의미 있는 성과는 다른데서도 찾을 수 있다. 회담에 임하는 북한과 미국의 태도가 달라졌다는 점이다.

핵심 쟁점을 둘러싸고 한 때 말다툼을 벌이기도 하고 북한이 ''잠정안''을 거부한 이후 미국이 양자 접촉을 꺼리기도 하며 서먹해 지기도 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북한, 미국 모두 문제를 풀어보겠다는 적극적인 자세를 갖고 상대를 인정하며 전례 없이 회담에 진지하게 임했다.

북미가 잦은 양자 접촉을 갖고 장시간 진지하게 협의한 사실만 봐도 알 수 있다. 김계관 북측 수석대표도 휴회가 결정된 후 "진지하고 솔직하며 실무적인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고 말했다.

회담에 임하는 북한과 미국의 태도 달라진 점 성과

이번 회담에서 한국 대표단이 보여준 적극적인 역할도 간과할 수 없다. 한국 대표단은 회담 기간 내내 북한과 미국 사이를 오가며 타협점을 찾아 내는 데 기여했다. 주최국인 중국의 눈치를 봐야 할 만큼 우리의 중재 노력은 빛을 발했하고 한다.

특히 지난 4일 있었던 남북한과 미국의 3자협의는 그 결정판이었다. 미국은 이틀 전 채택된 잠정안을 북한이 거부하자 북한과의 양자협의에 응하지 않았다.

회담 분위기가 심각한 상황으로 흐르자 우리측 수석대표인 송민순 차관보가 중재에 나서 미국을 설득함으로써 3자 수석대표 협의가 성사됐다.

긴장된 분위기 속에 진행된 3자협의에서 송 차관보는 양측 입장을 중재해가며 절충안을 만들어 타결을 시도했지만 평양과 워싱턴의 반대로 타결에 이르지는 못했다.

우리 대표단의 이같은 역할은 최근 급진전된 남북 관계와 한미공조라는 두 축이 밑바탕이 돼서 가능했다.

또한 북한과 미국 수석대표와 맺은 송 차관보의 개인적 인간관계도 무시할 수 없었다. 힐 차관보와는 폴란드 대사를 함께 한 것이 인연이 돼 흉금을 털어놓을 수 있을 만큼 긴밀한 사이다. 또 김계관 북측 수석대표와는 94년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4자회담의 실무자로 참석한 인연을 갖고 있다.

13일간의 4차 북핵 6자회담은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대타협의 문턱에서 합의에 실패하는 아쉬움이 남는 회담이다. 마지막 ''피날레''는 속개될 회담으로 넘기게 됐다.

베이징=CBS정치부 감일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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