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전 대표는 7일 시내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재경 대구.경북 신년교례회에 참석해 "원안이 배제된 안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특히 한나라당이 정부 수정안을 당론으로 채택할 경우 "당론을 뒤집는 것"이라며 "그렇게 당론을 만들어도 반대한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의 이같은 발언은 시기상으로나 내용상으로나 예상을 뛰어넘는 것이다.
세종시 문제와 관련해 사실상의 승부수를 던진 것으로 풀이된다.
박 전 대표는 정부의 수정안이 나오기 전에는 발언을 자제할 것으로 예상됐었다.
수정안이 나오기도 전에 입장을 분명히 밝힐 경우 자칫 입지만 좁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여권 주류는 정부 수정안이 발표된 뒤 충청권 여론이 우호적으로 반전될 경우 박 전 대표도 원안 고수 입장에서 선회할 것이라는 기대를 해 왔었다.
또 이를 위해 수정안 발표를 전후해 이명박 대통령이 박 전 대표와 회동을 추진할 것이라는 얘기도 심심치 않게 흘러나오던 터였다.
하지만 박 전 대표의 예상밖의 초강수로 세종시 수정 추진작업은 급제동이 걸리게 됐다.
정부의 수정안 발표와 관계없이 국회에서의 법 개정 추진은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법 개정을 추진하려면 60여명에 이르는 범친박계 의원들의 찬성이 필수적이지만 동의를 얻기가 더욱 어려워지게 된 것이다.
박 전 대표가 "당론을 만들어도 반대한다"고 밝힌 마당에 이를 거스르면서까지 법 개정에 찬성할 친박계 의원들은 거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수도권의 한 소장파 중진 의원은 "표결 결과가 다 나오는 상황에서 박 전 대표의 뜻을 거스를 친박 의원들이 누가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박 전 대표가 사실상의 승부수를 던진 상황에서 관심은 여권 주류가 세종시의 궤도를 수정하느냐 여부로 모아진다.
그러나 선택의 여지는 많지 않아 보인다. 강행추진 아니면 수정 포기 이외에 다른 대안 모색은 더욱 어려운 상황이다.
박 전 대표도 "제 입장이 분명하다"며 정부가 설득에 나서더라도 응하지 않을 뜻까지 명확히 했다.
여권의 내부균열이 점차 현실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선택이 주목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 대통령의 반응에 따라 여권은 깊은 수렁에 빠질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