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청으로서는 치명적인 오보 논란에 휘말린 것이다. 오보 논란이 벌어진 것은 기상청의 최근 눈 예보(서울 기준)가 실제 상황과 잇따라 어긋났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27일 기상청은 1㎝ 안팎의 눈을 예보했지만 실제로는 2.6㎝가 쌓였다.
이틀 뒤인 29일에는 "밤새 서울 등에 최대 10㎝의 폭설이 내릴 것"이라며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지만 내린 눈은 1/10에도 미치지 못하는 0.6㎝에 그쳤다.
지난 4일에는 25.8㎝라는 사상 최대의 폭설이 쏟아져 ''많은 곳은 10㎝ 이상''이라는 기상청 예보를 무색하게 했다. ''오보 릴레이'', ''양치기 소년''이란 표현까지 등장하는 등 기상청에 가혹한 비난이 가해졌다.
▣ 실제 명백한 오보는 단 1건에 불과= 그럼 기상 전문가들은 이 같은 오보 논란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먼저 전문가들은 오보 논란의 출발점인 지난해 12월 27일의 기상청 예보에 대해 "이를 오보라고 하는 것은 당치않다"고 단언한다.
한국기상학회 회장인 부경대 환경대기과학과 오재호 교수는 "''1㎝냐, 2.6㎝냐''를 맞출 재간은 없다"고 밝혔다.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임규호 교수도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현재의 기상학 수준으로는 ㎝ 단위로 눈의 양을 예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연세대 대기과학과 전혜영 교수는 오히려 "1㎝를 예보했는데 2.6㎝가 내렸다면 정말 잘 맞춘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오보 논란이 12월 27일 예보에서 비롯됐다는 점에서 기상청으로서는 억울할 수밖에 없다.
연세대 전혜영 교수는 "현재 기상학 수준에서 온도와 바람은 상대적으로 정확하게 맞힐 수 있지만, 눈과 비가 내리는 시간과 장소, 양을 예측하는 것은 어려운 문제"라고 강조했다.
전 교수는 "대기과학에서 가장 복잡하고 아직도 해결되지 않고 있는 과제가 바로 구름 안에서 눈, 비가 형성되는 과정"이라고 덧붙였다.
과장해서 말하면 ''눈이나 비 예보는 양은 접어두고 내릴지, 안 내릴지만 맞혀도 기본은 한 것''이라는 게 전 교수의 설명이다.
▣ "10㎝ 예보에 0.6㎝ 적설은 변명의 여지 없어"= 그런 점에서 지난해 12월 29일 최대 10㎝를 예보했지만 고작 0.6㎝에 그친 것은 기상청으로서는 변명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사실상 눈이 올지 안 올지를 맞히지 못한 셈이기 때문이다.
기상청은 예보가 빗나간 이유를 "저기압이 예상보다 북쪽으로 치우쳐 지나갔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서울대 임규호 교수는 "예보라는 거 자체가 저기압의 이동 상황을 예측하는 것"이라며 기상청의 궁색한 해명을 지적했다.
지난 4일 많은 곳은 10㎝ 예보와 실제 25.8㎝라는 기록적 폭설의 차이에 대해 부경대 오재호 교수는 "수치상으로는 오보라고 할 수 있지만, 정성적으로는 맞았다고 본다"고 말했다.
"''10㎝ 이상''의 기상학적 의미는 ''눈이 굉장히 많이 온다''는 것인데, 실제 엄청난 양의 눈이 내린 만큼 정성적(물질의 성분이나 성질을 밝히는 것)으로는 맞았다"는 것이다.
서울대 임규호 교수는 "결국 ''강수량 예보를 얼마나 정확하게 할 수 있느냐''는 문제인데, 전 세계 어디나 이 정도 수준"이라며 ''오보라고 보기 어렵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연세대 전혜영 교수 또한 "실제 내린 양의 절반 정도 수치를 예측한 것을 오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특히 ''눈의 양을 예측하는 것은 비의 양을 예측하는 것보다 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설명이다.
서울대 임규호 교수는 "일반적으로 비 1㎜를 눈 1㎝로 간주하지만, 습기를 어느 정도나 포함하고 있는지 등 눈의 특성에 따라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또 "내리는 양이 많을수록 편차도 커진다"고 임 교수는 덧붙였다.
기상학자들에 따르면 결국 ''오보 릴레이''라고까지 불린 기상청 예보 3건 가운데 명백한 오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1건에 불과한 셈이다.
▣ 눈에 따른 시민 불편 체감 강도 높아 민감한 반응= 그런데도 왜 기상청에 과도하다 싶을 정도의 가혹한 비난이 이어지는 것일까?
부경대 오재호 교수는 "눈이 우리 생활에 끼치는 불편의 정도가 매우 심각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비는 1㎜가 내리든, 10㎜가 내리든 시민들이 체감하는 바에 큰 차이가 없지만, 눈 1㎝와 10㎝는 어마어마한 차이로 느껴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이는 지난 4일 기록적인 폭설이 내렸을 때는 말할 것도 없고, 지난해 12월 27일 고작 2.6㎝의 눈으로 극심한 교통 혼잡이 빚어진 사례 등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 기상청, 오보 논란에 차분하게 대응해야= 한편, 서울대 임규호 교수는 오보 논란이 일 때마다 기상청이 즉각적으로 해명에 나서는 태도에 문제를 제기했다.
임규호 교수는 "예보가 어긋났을 때 그 원인을 정밀하게 규명하기 위해서는 최소 1, 2개월이 걸리고, 이런 경험이 축적되면서 예보의 정확도도 높아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런데 우리 기상청은 예보가 어긋나고 불과 5분여 만에 해명이 나오는데, 이는 과학적으로는 전혀 쓸모도 없을 뿐더러 국민에게 잘못된 인식만을 심어줄 뿐"이라고 임 교수는 지적했다.
임 교수는 이와 함께 "기상청이 지금까지의 폐쇄성을 버리고 대학 등 민간 부문에 기상 데이터를 적극 공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전문 연구에 필요한 데이터를 민간 부문과 공유함으로써 기상 연구의 폭을 넓히고 수준을 높이는 것이 결국 기상 예보 정확도 향상의 지름길''이라는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