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안도 노동법도 ''날치기''…정국 급랭

연말 예산안 단독처리 이어 노동관계법도 새벽2시 강행

ㅇㅇㅇ
집권여당이 연말에 새해 예산안, 연초에 노동법 개정안을 잇따라 ''날치기'' 처리했다. 이에 따라 새해 벽두부터 극도의 정국 냉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먼저 국회는 지난달 31일 오후 8시 본회의를 열어 야당 의원들의 반발 속에 새해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당초 정부가 제출한 291조 8천억원보다 1조원 증가한 규모다.

한나라당은 여야 협상 결렬 이후 정부 예산안을 단독 수정한 데 이어, 이날 아침부터 회의장을 ''제3의 장소''로 바꿔가며 예결위 단독 처리를 강행했다.

이어 세 차례나 연기된 끝에 열린 본회의에서도 친박연대 의원들과 함께 한 사실상의 단독 표결로 ''예산안 연내 처리''를 성사시켰다.



김형오 의장은 이날 오후 8시 본회의 개회를 선언하자마자 ''안전장치'' 마련에 나섰다.

야당 의원들이 에워싼 가운데 단상에 선 김 의장은 먼저 "예산안과 부수법안을 오늘 처리하지 않으면 준예산을 편성하는 헌정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다"고 운을 뗐다.

김 의장은 "만약 오늘 처리를 못하면 공휴일인 내일 본회의를 개의해야 하는데 이의가 없느냐"고 물었고, 이어진 전자투표에서 재석 174명 가운데 173명이 찬성했다.


김 의장은 이어 사실상 토론 절차를 생략한 채 곧바로 표결에 들어갔고, ''몸통''인 예산안은 재석 177명 가운데 174명의 찬성으로 통과됐다.

개회부터 예산안 통과까지는 30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단상을 둘러싼 채 항의하던 민주당 의원들도 예산안이 처리되자 이내 자리를 떴다.

김 의장은 또 이날 오전 심사기일을 지정한 국세기본법 등 9개의 예산 부수 법안을 직권상정해 처리했다.

이어 밤 11시쯤엔 노동관계법 개정안과 인지세법 등 13개의 나머지 예산 부수 법안도 직권상정을 예고했다.

자정을 넘겨 1일 새벽 1시 열린 본회의에서 이들 법안들도 결국 야권의 강력 반발 속에 직권상정 처리됐다. 이른바 ''추미애 개정안''은 새벽 2시 표결에 부쳐져 재석 175명 가운데 173명의 찬성으로 가결됐다.

환경노동위 소속인 민주당 김상희 의원은 앞서 반대토론을 통해 "국민들이 잠든 사이 김형오 의장을 무당으로 하는 한판 굿이 국회에서 벌어졌다"며 "한나라당은 청와대의 용역깡패"라고 울분을 토했다.

이로써 연말 정국을 극도로 얼어붙게 만든 예산안 정국은 사실상 ''여당의 완승''으로 일단락됐다. 불투명했던 노동관계법 개정까지 ''덤''으로 따냈다.

특히 핵심 쟁점이던 ''4대강 사업비''는 8% 수준인 4천 250억원이 삭감됐지만, 내용상으로 보면 삭감 폭이 ''제로''에 가깝다는 평가다.

삭감된 항목의 대부분이 비(非) 4대강 하천 분야에 쏠린 데다, 민주당이 전액 삭감을 요구했던 수자원공사 이자보전비용 800억원도 100억원만 삭감됐기 때문.

4대강 예산은 물론, 예산안 단독 처리 과정을 둘러싼 후폭풍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여권의 초강수가 반복되는 과정에서 숱한 절차상 하자가 드러났기 때문.

야권은 △부수법안 처리 전에 예산안이 먼저 처리된 점 △법사위 산회 이후에야 부수법안 심사기일이 지정된 점 △제대로 된 통보없이 예결위 회의장을 변경한 점 등을 ''3대 불법 포인트''로 지목하고 있다.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의원들은 본회의 직후 규탄 대회를 갖고, 야권 공동의 강력한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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