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재판에서 대부분 유죄가 선고되면서 진술중심의 수사라는 비판을 받아온 검찰이 명예회복을 했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는 반면, 전직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고갔다는 꼬리표는 앞으로도 검찰의 발목을 잡을 전망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홍승면 부장판사)는 이날 태광실업 박연차 전 회장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박 의원에게 벌금 300만 원에 추징금 2천313만 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돈을 줬다는 박 전 회장의 진술이 워낙 구체적이고, 의도적으로 박 의원을 무고했을 가능성이 없다"며 "행사 참석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로 돈을 건넨 것으로 보인다"고 말해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이에 대해 박 의원측은 "이날 재판부의 결정은 도저히 수용할 수 없으며 정치생명을 걸고 억울한 누명을 벗길 것"이라며 항소의사를 밝혔다. 박 의원은 지난해 초 서울 신라호텔에서 박 전 회장으로부터 2만달러의 돈을 받고, 후원금 명목으로 모두 1000만 원을 받은 혐의로 불구속기소됐다.
이로써 박연차 게이트에 연루돼 재판에 회부된 정관계인사 21명 가운데 20명에 대한 1심 판결이 마무리됐다.
1심 재판이 마친 20명 가운데 절대 다수인 19명에 대해서 공소사실 대부분이 인정됐다.
박 전 회장을 포함해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 추부길 전 청와대 홍보비서관 등 모두 8명에게 실형이 선고받았고, 한나라당 박진 의원, 민주당 이광재 의원 등 모두 11명에 대해서 집행유예나 벌금형이 선고됐다.
이들은 원심에서 대부분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거나 직무와 연관성이 없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박 전 회장 진술의 신빙성이 대단히 높다고 판단해 대부분 유죄를 선고했다.
이같은 선고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로 급격히 요동치던 검찰 내부를 다시 결속시키는 중요한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박 전 회장의 진술을 중심으로 전직 대통령을 소환조사하고 급기야 자살로 떠밀었다는 비판이 거세게 일었지만, 결과적으로 박 전 회장의 진술만으로도 검찰이 법원에서 대부분 유죄를 이끌어 냈기 때문이다.
물론 한나라당 김정권 의원의 재판처럼 예외적인 경우도 있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는 지난 9월 김 의원에 대한 1심 재판에서 예상을 깨고 무죄를 선고해 검찰을 당혹케 만들었다.
그러나 이 마저도 김 의원에게 혐의가 없다는 의미가 아니라 검찰이 기소를 잘못해 결과적으로 무죄를 선고할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 판결 취지여서 항소심에서 다시 결과가 뒤집힐 가능성이 남아 있다.
다만 전직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고갔다는 꼬리표는 앞으로 두고두고 정치적 논란거리로 남을 것이라는 게 법조계 안팎의 평가다.
이제 남은 박연차 게이트 관련자는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
그러나 천 회장이 현재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는데다, 다른 박연차게이트 사건과는 달리 상당히 복잡한 법리적인 공방이 벌어지고 있어 어떤 결과가 나올지 관심이 모아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