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몸의 기세는 바다와 하늘을 잇는 기둥같다. 그 우람한 덩치는 산을 압도하고, 그의 발끝에 펼쳐진 푸른 바다가 작아 보인다. 거센 눈보라가 몰아쳐도 끄떡하지 않을 것 같은 강인한 뒷모습은 그리스 신화의 거인을 연상시킨다.
동시에 우수에 찬 겨울나그네 같은 뒷모습은 노르웨이의 웅장한 피오르드 협곡을 누비던 방랑자 페르귄트를 떠올리게 한다.
한해를 보내면서 눈앞에 닥친 어떤 시련도 의연히 물리치고, 어디로 장쾌한 발걸음을 내딛을 것인지 생각에 잠긴 듯한 그림속 인물은 우리에게 활력을 불어넣어준다.
위의 ''남자 뒷모습'' 작품은 중국 작가 Liu Rentao(리오우 르언타오)가 그린 것이다. 그는 리얼리즘 회화에 천착한다. 신중하고 노련하게 현실을 작품에 녹여내는 그의 회화는 보기에도 읽기에도 편하다. 회화를 관통하는 그의 열정은 독특하고 강렬한 이미지로 드러난다.
사진작가 노순택은 용산참사 당시 화염에 휩싸인 현장을 앵글에 담았다. 그리고 진화된 망루 장면도 담았다. 하얀 배경을 바탕으로 드러난 검은 실루엣의 망루는 괴기한 느낌을 준다. 검게 탄 철거민의 가슴을 보는 것 같기도 하고, 기울어진 검은 망루는 정글 자본주의의 탐욕이 무너져내리는 듯한 인상을 주기도 한다.
노순택은 명확하고 간단한 사실의 증거를 수집하고 기록하는 다큐멘터리 사진작가다. 평택 대추리 미군기지 확장 저지 투쟁 현장에서 ''전경에게 끌려가는 가수 정태춘''을 찍은 것을 비롯해, 여러 투쟁 현장에서 기록사진을 찍어왔다.
그는 한국의 분단과 같은 특수한 상황에서 은폐된 채 흘러가는 일상의 공간과 삶을 기록해 나간다. 현상 이면에 존재하는 사회적 속성을 날카롭게 파헤친다.
학고재 갤리에서 오는 23일부터 열리는 <아시아 현대미술 작가전>은 한·중·일 3국의 작가 17명을 초대해 작품 39점을 선보인다.
한국 작가로는 김보민, 노순택, 박형진, 이중근, 정정주, 천성명, 최우람 등 7명이 참여했다. 그리고 중국과 일본에서 각각 작가 5명이 참여했다. 내년에는 인도,대만,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작가들도 초대할 예정이다.
<아시아 현대미술 작가전>은 ''아시아의 떠오르는 젊은 미술가''를 선정하는 새로운 형식의 국제 교류전이다. 한· 중· 일의 미술전문지 편집장과 연구원들이 참여해 공정한 비평적 잣대로 작가를 선정하였다. 한국에서는 art in culture, art in ASIA 편집장 김복기씨가 참여했다.
전시기간:12월 23일- 내년 2월 24일
전시장소:학고재 갤러리
문의:02-720-15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