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의 현장서 시심을 찾다''…야당 보좌관 시인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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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365일 갈등이 끊이지 않는 국회, 그 중에서도 미디어법 논란으로 갈등의 최일선이었던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여야간 첨예한 대치를 넘어 폭력까지 난무하던 황망한 그 곳에서 시인이 났다.

더구나 ''투쟁''을 주도한 민주당 측 간사 전병헌 의원의 보좌관, ''시인'' 강희용 씨가 그 주인공이다.

강 보좌관은 15일 발간된 문예지 ''연인''의 신인문학상 작품 공모 시 부문에서 ''태백산맥''과 ''서른 숲을 지나'', ''구례 가는 길'' 등 세 편의 시를 출품해 당선됐다.


''태백산맥''은 태백산맥의 장엄함을 그 속에 담긴 역사와 민족의 혼을 빗대어 쓴 시로, "비교적 짧은 시에 결코 가볍지 않은 시어들을 꿰맞춰 거대한 이미지 라인을 형성했으며, 그만큼 한 대상에게서 수용할 수 있는 정신적 용량이 크다"는 심사평을 받았다.

또 ''서른즈음에(김광석 노래)'' 노랫말의 10년 후를 연상케도 하는 ''서른 숲을 지나'' 시에서는, 불혹을 바라보는 시인 자신의 측은함을 슬며시 나타냈다.

강희용 보좌관은 당선 소감에서 "국회라는 곳은 ''생각보다'' 바쁜 곳, 개인의 사사로운 일상과 단상을 그대로 집어 삼키고도 더 많은 할당을 요구하는 곳"이라고 말하면서도 "정치 그 자체의 드라마틱한 굴곡과 즉석 재즈 같은 변화무쌍함은 빠져들수록 묘하게도 시들었던 ''시적 열망''을 타오르게 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언젠가 하고 싶었던 일, 이제는 할 수 있을까, 늘 망설이면서 내린 결정이 언제나 늦음보다 나았음을 이번에도 깨닫는다"고 덧붙였다.

강 보좌관은 CBS와의 전화통화에서 "문학에 관심을 갖고 있었는데, 습작한 시들을 본 주변인들이 등단을 권해 출품하게 됐다"면서 "내년 봄에는 그동안 써왔던 시들을 묶어 시집도 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구례 가는 길''은 올해 초 국회 점거농성에 들어가기 전의 느낌을 시로 표현해 본 것"이라고 말하고, "시인과 보좌관의 직업은 전혀 별개인 것 같지만, 다양한 것들을 세세히 봐야 하는 보좌관으로서의 경험이 감정과 정서를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에 대한 좋은 훈련이 된 것 같다"고 전했다.

서른 숲을 지나 -강희용

그 거칠던 스물 숲을 지나
서른 숲에 다다랐을 때

서른 숲 속의 세상은 밤마다
자기 갈 길을 놓고 부산을 떨었다

서른 숲 속에선
내가 걷는 걸음이 곧 길이 되었고
내가 걷는 한 세상도 굴러갔다

서른 숲을 지나
마흔 숲 앞에 다다랐을 때

함께 걸어왔던 그는 바삐 자기 길을 떠났고
난 망연한 심정으로 마흔 숲 앞에서
이렇게 서성이고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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