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중순 언론재단 연수중 日 신주쿠 도큐핸즈 근처 대형 서점에 갔을 때도 ''1Q84''는 서점 입구 베스트셀러 진열대의 정 중앙을 차지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아무 생각없이 책 제목을 ''아이큐 84''라고 읽었다가 집사람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로부터 "저 사람은 정말 아이큐가 84일지도 모른다"는 괜한 의구심을 품게 만들어버리기도 했다.
1Q84는 1984년의 또다른 세계로 소설속 여주인공인 ''푸른콩''이 작명한 것이다. 일본어 9와 Q의 발음이 비슷한데다 Q는 Question의 첫글자이기도 하다.
하여튼 2권이 끝인 줄 알았는데, 소설의 매듭이 보이지 않길래 관련 기사를 찾아보니 무라카미 하루키는 내년 여름쯤 3권을 낼 계획이라고 한다.
3권 얘기를 꺼낸 이유는 약간의 안도감이 들었기 때문이랄까.
분명히 이 책도 영화로 만들어질 것 같은데, 다행히 아직 완결본이 나오지 않았으니 유명배우 몇명의 이름과 얼굴값으로 대충 찍은 이상한 영화는 적어도 당분간은 나오지 않겠구나, 하는 정도의 마음 놓임.
시간이 없다는 그럴싸한 핑계로 책 읽기 대신 영화로 작품을 읽어낸(?) 경우가 적지 않다.
이 경우의 최대 단점은 영화가 잘 됐건 잘못 됐건 간에, 영화를 보고 난 뒤 원작을 책으로 다시 읽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아니 상당히 어렵다, 라는 표현이 적확해 보인다.
료지와 유키호의 어린 시절 이야기, 이미 영화로 이 둘의 필연적인 관계를 다 알아버렸으니 더이상 읽을 엄두가 나지 않았던 것이다.
영화 ''백야행''이 형편 없었다는 뜻은 전혀 아니다. (차라리 ''손예진 전라''라는 카피에 낚인 제가 문제였겠지요.)
''백야행''은 제목이 말해주는 것 처럼 온통 하얗다. 하얀 옷, 하얀 벽, 하얀 바지, 하얀 드레스…그래서였을까 손예진의 너무 하얀 화장은 약간 거슬리기도 했다. (그래도 손예진은 손예진이다.)
반면 ''향수(어느 살인자의 이야기)''는 책을 먼저 읽고 일부러 영화를 보지 않으려던 작품이었다.
하지만 톰 튀크베어 감독은 ''천재''였다. 장 바티스트 그루누이를 연기한 벤 위쇼도 대단했지만 그를 픽업한 것도 영화를 찍은 것도 두말할 것 없이 감독이었다.(원작을 이렇게 완벽하게 구현한 작품은 앞으로 쉽게 나오지 못할 것이다. 로켓트주먹 어느새 스스로 영화평론가 반열에 오르다. ㅉㅂ)
향수의 테마는 "타인의 아름다움을 가둬두고 혼자서 즐기려는 건 인간의 보편적인 욕망"이라는 것.
주제 사라마고의 ''눈먼 자들의 도시''는 책을 읽고 영화는 보지 않기로 한 약속을 지금까지 지키고 있는 작품이다.
처음 책을 들었을때 편집의 답답함과 주제의 무거움으로 쉽게 진도가 나가지 않아 한동한 방치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어느 무료한 날, 날 만큼이나 무료한 책을 읽어보자는 심정으로 들여다보니 ''보물''이 따로 없었다.
이 책을 가지고 과연 어떤 영화가 나왔을까. 궁금하지만 또한 궁금하지 않다.
소설은 이렇게 시작한다. 어느날, 하나둘씩 바이러스 퍼지듯 사람들의 눈이 멀게 된다. 주인공인 한 사람만 빼고…
한 네티즌의 영화평을 보니 "사실성 없는 전개, 불쾌한 전개, 어이없는 전개"라고 적어놓았다.
그러길래 영화를 보지 말라니깐요.
어찌됐든 내년 여름까진 ''1Q84''의 영화화는 불가능할 것 같습니다. 행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