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그림이 그려질지 모를 흰 도화지 같은 신인여배우에게 "누구를 닮았다"는 말은 쉽게 내뱉기 미안하고 위험하기까지 하다. 자칫 본인이 원하는 않은 이미지가 줄곧 수식어로 따라 붙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위험을 무릅쓰자면 임정은은 심은하를 닮았다. 짙은 쌍꺼풀과 웃을 때 처지는 눈초리, 살짝 올라간 입까지 영락없다.
물론 임정은에게 심은하를 닮은 외모만 있는 것은 아니다. 출연 중인 MBC 월화 미니시리즈 ''변호사들(극본 정성주, 연출 이태곤)''에서 하반신마비 장애인이자 주인공 정혜영(김주희 역)의 동생 세희 역을 맡아 인상적인 연기를 펼치고 있다.
자신의 실수로 벌어진 교통사고로 부모님이 죽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집안까지 몰락해 언니와 단둘이 힘겹게 살아가는 역할이다.
팔꿈치 까질 정도로 연기 연습
드라마 첫 출연작에서 장애인으로 출연하는 임정은은 때문에 걱정이 많다. "민감한 모습을 보여줘야 해 자칫 시청자들로부터 반감을 불러 올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임정은 연기의 대부분은 팔로 기어가는 장면. 어색해 보이지 않기 위해 장시간 연습하다보나 팔꿈치가 모두 까졌을 정도다. 극 중 세희와 같은 처지의 여주인공이 등장하는 일본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도 그에게 큰 힘이 됐다. "매일 봤다"는 임정은의 말 속에서는 ''울컥 함''까지 느껴진다.

이런 노력 덕분에 TV를 통해 전해지는 임정은의 연기는 상당히 안정적이다. 시청자 게시판에서도 연기력을 칭찬하는 글들이 이어지고 있다.
호세를 몰아 극 중 악의 축을 이루는 김성수(윤석기 역)의 심복 제롬(토미 역)과 로맨스까지 펼치고 덕분에 극을 둘러싼 음모를 푸는 실마리를 제공하게 된다.
강신일과 연극 ''빈방 있습니까'' 출연
임정은의 안정된 연기력은 한 번에 이뤄진 게 아니다. 뮤직비디오 ''사랑해도 될까요(유리상자)'', ''해변무드송(윤종신)'', ''보통여자(린)''를 비롯해 연극 ''빈방 있습니까''에 오르며 쌓은 실력이다.
특히 지난해 대선배 강신일과 꼭 한 달동안 출연한 연극 ''빈방 있습니까''는 임정은에게 잊을 수 없는 기억이다.
"강신일 선생님께 직접 연기지도를 받았지만, 대화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캐릭터 잡는 데 많은 도움이 됐어요. 대화만으로도 연기의 범위가 넓어질 수 있다는 걸 피부로 느꼈죠."
작은 체구의 임정은은 인터뷰 말미 의외의 당찬 모습으로 "어떤 역할이든 잘 할 수 있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여러 모습을 갖고 있어 세희 역도 잘 맞지만 무엇보다 느낌이 다양한 배우가 되고 싶어요."
노컷뉴스 방송연예팀 이해리기자 dlgofl@c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