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서울시 징계위원회로부터 지난 7월 시국대회에 참가했다는 이유로 ''해임''통보를 받은 통합 공무원 노조 양성윤 초대 위원장(45)의 표정은 의외로 담담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이던 지난 2005년 8월에도 1년 6개월 동안 공직에서 배제된 전력이 있었던 탓일까.
양 위원장은 당시 6급 이하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각 구청별로 강제적으로 인원을 할당해 치적교육을 시키려는 것을 앞장서 반대하다가 화를 당하기도 했다.
◈ 정부의 노조 강경책은 자신감 결여 탓
"공무원 노조는 민주노총이 지난 1998년 노사정위원회에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면서 비정규직 제도 도입과 공무원 노조 허용을 맞바꿔 설립된 단쳅니다. 당시 IMF 관리체제에서 공무원 노조는 그렇게 국민들께 큰 빚을 지며 태동하게 된 거죠."
정부는 통합 공무원 노조의 민노총 가입과 시국선언에 단호히 대처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데 이어 공무원들은 민중의례를 할 수 없고, 공무원 노조가 사용하고 있는 사무실을 회수하는등 연일 강공 드라이브로 일관하고 있다.
공무원 노조를 의식해 최근엔 공무원들이 집단적으로 국가정책을 반대하거나 정치적 주장을 표시하는 복장을 할 수 없도록 공무원 복무규정을 개정했다.
"현재 정부는 과거 군사독재정권에 버금갈 정도의 사회통제 정책을 강압적으로 시행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정책에 자신감이 결여된 탓입니다."
16만명에 달하는 공무원 노조원들은 현장에서 국가정책을 열심히 집행하고 있어 잘잘못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인데, ''잘못''을 말하지 못하게 하고 입에 재갈을 물리려 한다면, 결국 더 큰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란 게 양 위원장의 소신이다.
그것이 다음달 3일 통합 공무원노조가 국민들에게 진 빚을 갚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출범해야 하는 이유다.
◈ "공무원노조-정부 비판적 동반자 관계…"노조 역할 막중"
양위원장은 해임이 됐어도 일정기간 조합원 자격이 유지되는 만큼 노조활동에 큰 지장은 없을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소청심사위원회 소청요구와 지방노동위 부당해고 구제신청, 행정소송 청구로 최소한 4-5개월 가량 조합원 신분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
양 위원장은 공무원 노조, 그리고 민노총을 보는 시선이 한 켠 따가운 것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을 지울 수가 없다.
"일부 보수언론으로부터 색깔이 덧칠해졌기도 하지만 노동자와 농민, 서민들을 위해 싸우고 있는 노조가 그만큼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해 왔다는 얘기죠."
그래서 해야 할 일이 너무 많다.
양 위원장은 통합 공무원노조의 본분은 노동자.농민.서민의 생존을 수호하는 사회적 공공재가 기업의 장사수단으로 변질되지 않도록 사회공공성을 강화하는 ''국민 지킴이''가 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국민 지킴이가 되기 위해 지역노조가 지역사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싱크탱크의 역할을 성실히 수행해야 하고, 사회단체와도 연대해 각종 정책도 제안하는등 국민과 가까이 가려는 노력이 절실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경우에 따라서 무력적인 투쟁도 필요하지만 주민들과 지속적인 교류와 호흡이 더욱 중요하다는 것.
4대강 개발문제, 세종시, 행정체제 개편등 국가정책에 대한 수준높은 정책대안을 만들어 가는 것, 그리고 각종 비리의 온상이 되고 있는 공무원 인사시스템도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아 있다.
양 위원장의 최대 후원자는 중학교 2학년 아들이다.
"아들에게 늘 이렇게 얘기해요. 자신의 입장과 요구들을 고민하되 확신이 선다면 떳떳하고 당당하게 얘기하라고, 절대 침묵하지 말라구요..."
그런 탓인지 위원장 선거에 나설 때도 아들이 "교도소를 가더라도 아빠가 하는 일이 옳다면 그렇게 하시라"는 격려를 받았다고 했다.
침묵하지 않는, 옳은 일에 과감히 맞서고 주저하지 않는 사회, 그게 통합노조 양성윤 위원장이 꿈꾸는 사회이자 ''희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