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도자작품 표면은 산을 추상적으로 그린 듯한 풍경, 산그림자가 저수지 물에 담긴 형상, 호수에서 하얀 고니들이 노니는 정경, 해안 바위절벽에 파도가 들이치는 형상 등 산수를 그리고 있다. 그런가 하면 소매자락을 펄럭이며 탈춤을 추는 듯한 모양새, 부엉이가 큰 눈망울을 굴리고 있는 표정, 독수리가 날개짓하는 모습, 사람들이 걸어가는 뒷모습 등 동물과 사람의 동작을 실감나게 묘사하고 있다.
어떻게 이런 표현기법이 가능했을까? 권순형은 발색효과에 유연하면서도 마음에 딱 들어맞는 유약을 찾아냈는데, 그것은 바로 백운석유였다. 다른 유약에 비해 백운석이 함량이 높아서 백운석유라는 이름이 붙었다. 백운석유는 무게감이 있고 강도가 느껴지는 기본색을 가지고 있다. 권순형은 70년대 중반부터 백운석유를 기본으로 한 색유실험을 거듭했다. 색유는 철, 동, 망간, 코발트 등의 산화물을 섞어 만들었다. 산화물의 양, 질, 소성온도와 소성분위기, 색유의 겹침에 따라 효과는 천차만별이었다. 권순형은 1977년 제 8회 전시회부터는 거의 대부분의 작품을 백운석유로 마무리했다. 그의 백운석 색유 실험의 노고는 1990년대 꽃을 피우게 된다. 권순형의 작품세계는 백운석 색유의 발색실험과 그 완성도를 높이는 일로 완성되었다.
이번 전시회는 『권순형과 한국 현대도예』라는 도서의 출간을 기념하는 자리로 기획되었는데, 이 책은 권순형 선생의 도예가로서의 인생을 통해 한국 현대도예의 성립과 전개상을 꼼꼼하게 기술한 학술서이다. 공예 · 디자인이론가로 활동하고 있는 허보윤(서울대학교 조형연구소 선임연구원)이 책의 집필을 맡았다.
전시기간: 11월 25일까지
전시장소: 서울대미술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