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여름 방학과 휴가철을 맞아 유럽 여행을 즐기는 배낭족들이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해외에서 한국인 배낭 여행객들만을 노린 전문 강도나 소매치기단이 활개치고 있어 주의가 요망되고 있다.
혼자서 동유럽을 배낭여행 중이던 조모 군(Y대 3학년. 23)는 지난 17일 오후 7시 30분 경 한국인 관광객들이라면 누구나 들르는 체코 프라하의 관광명소 카를교 근처에서 3명의 백인 남성에게 강도를 당했다.
"백주 대낮에 꼼짝없이 당해"
카를교 주변의 인적이 드문 길로 들어선 순간 한 남자가 카메라를 들고 접근했다. 조씨가 카메라를 든 남자를 바라보는 순간 갑자기 뒤쪽에서 키 190cm가 넘어 보이는 괴한 2명이 나타나 순식간에 몸을 붙잡고 소지품을 뒤져 꼼짝 없이 현금을 빼앗기고 말았다.
사실상 백주대낮에 현금을 빼앗기고 만 것이다.
강도를 당한 후 조씨는 응급전화(현지경찰 158)에 전화를 걸고 경찰서를 3곳이나 찾아가 피해 사실을 호소했지만 묵묵부답이었다.
현지 한국대사관에도 전화를 걸어 피해신고도 해 보았지만, "많이 놀랐겠다. 조심해서 다니라"등의 답변 뿐 뚜렷한 도움을 얻을 수 는 없었다.
오히려 "잘 곳은 있느냐"는 대사관 영사관 직원 질문에 "여행경비를 잃어서 하루 정도 숙소를 구하지 못했다"라고 답했으나 "그래서 어떡해요..."라는 말 뿐 별 반응이 없었다.
외교부가 고 김선일 사건 이후 해외에 있는 한국인들을 보호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공약한 것을 떠올리며 조씨는 쓴웃음을 지을 수 밖에 없었다.

지난 주 배낭여행에서 돌아온 이은주(23. 대학생) 씨도 이탈리아 로마에서 당황스러운 일을 겪었다. 로마에서 언제인지도 모르게 소매치기로 디지털 카메라를 도둑맞은 이 씨는 한국인 민박집에서 만난 다른 여행객들에게 잃어버린 디지털 카메라 얘기를 했다가 깜짝 놀랐다.
알고보니 같이 술을 마시던 4팀 중 1팀에 한 명 꼴로 카메라를 도둑맞았던 것이다.
"이태리 여행자 4팀중 1팀 꼴로 카메라 등 소매치기 당해
"처음에 제가 디카(디지털 카메라)를 소매치기 당했다고 하니까 저 쪽에서 "나도!"라는 말이 들렸고, 또 다른 쪽에서 "너도야? 나도!"라는 말이 들렸다.
결국 알고보니 한 팀에 한 명 씩은 다 디카를 도둑맞은 경험이 있는 것 이었다"고 이 씨는 털어놨다.
지난 해 해외 여행객 수가 913만 9천명으로 올해는 1천만명 시대를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한국인 해외 여행자들의 도난 사례는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배낭족들이 가장 많이 찾고 있는 유럽에서 여권과 돈, 귀중품 등을 도난당하는 사례도 늘고 있어 아예 한국인만을 노린 전문 강도단이 활개치고 있는 것으로 관계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실제로 한지윤 씨(22. 대학생)도 지난 해 여름, 옆으로 매는 가방을 조금 뒤쪽으로 하고 이탈리아 피렌체의 한 전철역을 나오는 순간, 소매치기를 만났다. 가방에 뭔가 닿는 것을 느낀 한지윤 씨는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렸고, 한 씨의 가방을 열고 손을 넣으려던 소매치기와 눈이 마주쳤다.
다행히 대낮 번화가라서 한 씨가 소리를 지르자 소매치기는 바로 도망갔고, 더 큰 피해는 없었다. 한 씨는 이후 여행 내내 불안한 마음에 가방을 몸 앞 쪽으로 매고 다녀야 했다.
주은정(23. 대학생) 씨 또한 지난 해 여름 배낭 여행을 갔다가 디지털 카메라를 도둑맞았다. 주 씨는 프랑스 파리의 샹젤리제 거리를 여행하다가 개선문 앞에서 행인과 부딪혔다.
워낙 사람이 많은 유명 관광지라 별 생각 없이 발걸음을 재촉했던 주 씨는 유람선을 타고 나서야 가방이 열려 있는 것을 확인했다. 그러나 이미 가방 속에 있던 디지털 카메라는 없어진 뒤 였다.
친구와 배낭 여행을 갔던 이현주(22. 대학생) 씨 또한 여행 도중 몇 번의 피해를 당했다. 이 양은 스위스에서 자신의 가방 밑 창이 찢겨 있는 것을 발견했다. "가방 천이 4겹으로 되어 있었고 다행히 제일 안쪽 천이 찢기지 않아 피해액은 없었다. 하지만 언제 찢겼는지도 모르게 피해를 당해서 기분이 섬뜩했다"고 밝혔다.
또한 이 양은 이탈리아 베네치아 환전소에서 환전 사기도 당했다. 줄이 길게 늘어선 환전소에서 여행자 수표를 환전했는데, 이상하게도 환전소 측에서는 돈의 일정액을 동전으로만 환전해 주었다. 사람이 많아서 그 자리에서 확인을 못하고 숙소로 돌아와서 확인을 해보니 20유로가 모자랐다.
이 같은 피해 사례는 적지 않다.
외교통상부 영사 콜 센터에 따르면 영사 콜 센터에 접수되는 하루 신고 건수 중 약 10% 정도는 여행 중 여권 등 도난.분실 신고다. 하지만 영사관에 접수되지않는 사건을 감안해 보면 현금.여권 등의 도난 피해 사례는 훨씬 많을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동양인 표적 쉬워 개인들이 조심하는 것이 상책"
피해 유형도 여러가지인데, 그 중에서 가장 흔한 것이 바로 유명 관광지나 큰 기차역 등에서 소매치기를 당하는 것이다. 배낭여행객들 사이에서 가장 위험한 곳으로 꼽히는 곳은 로마 떼르미니역과 프라하 홀레쇼비츠역, 암스텔담 중앙역 등이다.
기차 역과 같이 사람이 많은 곳에서 여행객임이 확연해 보이는 사람에게 오히려 길을 물어보는 현지 사람들이나 어린 아이들을 조심하는 것이 좋다. 또한 시계가 없는데도 시간을 물어보거나 여러명이 다가와서 정신없이 말을 시키는 사람들도 경계하는 것이 좋다.
환전소에서 사람이 많고 복잡한 틈을 타서 돈을 제대로 주지 않는 경우도 있고, 상점 같은 곳에서 거스름 돈을 적게 주고도 시치미를 떼는 경우도 있다.
그런가하면 사복 경찰을 사칭, 위조 신분증으로 검문을 요구하면서 소매치기를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특히 사복을 입은 사람이 경찰 이라면서 지갑 수색 등을 요구하는 경우 바로 지갑이나 신분증 등을 맡기지 말고 경찰 제복을 입은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하거나 가까운 경찰서로 같이 가는 것이 현명하다.
또한 가방은 되도록이면 앞 쪽으로 매는 것이 좋으며 옷 속에 할 수 있는 전대 등을 활용하는 것이 좋다.특히 동양인 여행객들은 소매치기의 표적이 되기 쉬우므로 항상 경계를 게을리하지 않아야 한다.
외교통상부 영사과의 영사 콜 센터 김현중 소장은 "여권 등은 따로 사본을 보관하면 분실 시 여행 증명서 등을 발급받기 편하다"면서 "해외에서 도난 피해 등을 겪으면 현지 대사관이나 영사관, 외교부 영사 콜 센터(수신자부담 전화: 현지 접속번호+800-2100-0404) 등으로 즉시 연락하여 도움을 요청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노컷뉴스 고유선 인턴기자 nocutnews@c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