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상승세에 국민연금이 국내주식 목표 비중을 기존 14.9%에서 20.8%로 대폭 상향했다. 목표 비중을 넘긴 국내주식을 대거 매도할 경우 시장 충격이 우려된다는 판단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29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는 전날 제5차 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2027~2031년 중기자산배분안'을 심의·의결했다.
기금위 관계자는 "국내주식 시장의 구조적 변화 가능성과 실제 비중 확대 상황을 고려해 기금의 장기 수익성과 안정성을 높이고, 리밸런싱에 따른 시장 영향을 완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초 국민연금의 올해 국내주식 목표 비중은 14.4%였다. 기금위는 코스피 상승으로 국내주식 투자 비율이 높아지자 지난 1월 목표 비중을 14.9%로 0.5%p 상향했다.
그럼에도 증시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지난 2월 말 기준 국내주식 비중은 24.5%까지 확대됐다. 이는 조정된 목표 비중(14.9%)은 물론 허용 범위 상단(19.9%)도 넘어선 수준이다.
국민연금은 기금운용지침에 따라 목표 비중을 과도하게 초과하면 리밸런싱 원칙에 따라 국내주식을 매도해야 한다. 지난 2월 기준 전체 운용 자산 1610조 원 가운데 국내주식은 395조 원 규모로, 기존 목표치인 14.9%를 맞추려면 약 155조 원어치를 팔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시장에서는 '큰 손'인 국민연금이 대규모 매도에 나설 경우 증시에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주가 상승 국면에서 추가 수익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 복지부 업무보고에서 "국내 주가가 오르면서 국민연금의 주식 보유 한도를 초과했는데 이것을 계속 팔아야 하느냐"라며 "국내 증시가 잘되는데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을 더 보유하면 그만큼 득이 되고 국민의 노후가 보장되는 것이 아니냐는 말이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새 목표 비중은 지난 1월 결정된 리밸런싱 유예 조치가 종료되는 6월 말부터 적용된다. 올해 말 기준 자산군별 목표 비중은 △국내주식 20.8% △해외주식 34.7% △국내채권 23.1% △해외채권 7.4% △대체투자 14.0%다.
기금위는 국내주식 전략적 자산배분(SAA) 허용 범위(±5%포인트)도 한시적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다만 구체적인 조정 폭은 "기금운용 업무의 공정한 수행과 금융시장 안정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며 공개하지 않았다.
이번 결정을 두고 국민연금 운용 원칙을 훼손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연금연구회는 "단기간 코스피 급등으로 실제 국내주식 비중이 목표치를 크게 상회했다는 이유만으로 다시 한 번 국내주식 비중 추가 상향을 검토하는 것은, 스스로 세운 자산배분 원칙을 시장 상황에 맞춰 수시로 흔드는 자기부정이자, 국민 노후자산 운용 원칙을 훼손하는 행위"라고 밝혔다.
이어 "국내주식 투자 비율을 더 높이는 쉬운 선택 대신, 불편하더라도 스스로 세운 분산투자와 재정안정 원칙을 지켜 나가는 것이 연금제도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지키는 길"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