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들 '단타'에 빠지다…활황 속 불편한 자화상

개인 투자자, 주식 거래대금 절반 가까이 차지
"기업 펀더멘탈보다 흐름만 좇는 왜곡 우려"

연합뉴스

# 10년 이상 주식 등 금융투자를 해온 개인 사업자 박모(35)씨는 최근 주식 단타에 주력하고 있다. 미수거래로 주식을 사 빠르면 하루, 늦어도 3일 안에는 판다는 게 박씨의 설명이다. 레버리지 투자로 성공적인 수익률을 맛본 박씨는 '큰 조정'이 오기 전까진 이 같은 방식을 유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국 주식시장의 두드러지는 특징 2가지는 개인 투자자와 단타 투자의 비중이다. 우리 시장은 해외 주요국 대비 개인 투자자의 비중이 크고, 주식을 매수한 뒤 짧은 시간 안에 매도하는 투자 방식인 단타를 상징하는 회전율 지표가 높다.
 
다만, 박 씨의 성공 사례와 달리, 반복되는 단타는 대개 개인의 수익률이나 시장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평가받는다.
 

개미는 왜 단타에 빠졌을까

 
29일 한국거래소 데이터마켓플레이스에 따르면, 이번 주 들어 지난 26일부터 전날까지 3거래일간 우리 주식시장 거래대금(ETF, ETN, ELW 제외)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투자자는 '개인'으로 나타났다.
 
전체 거래대금 64조 8855억여 원 중 개인은 약 45.68%, 외국인은 31.44%, 기관은 22.07%를 차지했다. 개인이 그야말로 시장의 '큰 손'인 것이다.
 
이런 가운데 우리 주식시장의 회전율 또한 주요 선진국 대비 높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회전율은 일정 기간 주식 거래량을 상장 주식 수로 나눈 값으로, 높을수록 주식 손바뀜이 잦다는 의미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4월 코스피시장의 하루 평균 회전율은 1.48%로, 미국 S&P500(0.22%)의 6.7배, 일본 닛케이(0.37%)의 4배 수준이었다. 코스닥시장의 회전율은 이보다 더 높은 2.56%를 기록했다.
 
이러한 잦은 손바뀜은 시장에서 개인 투자자의 비중이 큰 것과 연관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기관에 비해 관련 정보가 부족한 개인 투자자의 경우 단타의 유혹에 빠지기 쉽다는 것이다.
 
아울러, 연기금을 비롯한 '기관'을 통해 안정적이고 장기적으로 투자하는 문화가 자리 잡힌 외국과 달리, 연금 제도가 뒤늦게 시작된 우리나라는 사회 전체적으로 장기 투자의 효용 자체를 체감할 기회가 적은 대신, 개인의 직접 투자를 선호한다는 점도 주효하다.
 
신한투자증권 강진혁 선임연구원은 "가령 미국에선 개인 투자자의 자금이 연금으로 넘어가고, 이것이 주식과 연계되면서 장기자금 형태로 시장에 유입되지만, 우리나라는 그간 개인의 자산 구성 중심에 부동산이 있었다"며 "주식에 대한 인식 자체도 '캐피털 게인'으로 치우치면서 장기적으로 주식을 보유하는 환경 자체가 마련되지 못했던 게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기업의 지배구조 문제, 주주 환원에 관한 불신이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다는 문제도 있다.
 
한국증권학회장인 고려대 경영대학 나현승 교수는 "지배구조 문제 등으로 기업이 성과를 내더라도 일반 주주에게 환원될 수 있는지에 대한 회의감이 여전히 크다"라며 "개인 투자자로선 장기적으로 불안정한 주식에 묶어두기보단 단타로 빠르게 가시적 성과를 내는 것을 훨씬 선호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외 상황에 영향을 많이 받는 수출 중심 경제 구조에, 특히나 반도체 산업에 편중된 주식 시장이 최근 급성장과 함께 변동성이 커졌다는 점이 단기 투자에 적합해져버렸다는 지적도 있다.
 

잦은 손바꿈, 변동성이 변동성을 낳는다


연합뉴스

최근 출시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이러한 상황에 부채질을 하는 모습이다. 사실상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개 기업을 겨냥한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ETF·ETN 상품은 지난 27일 첫 상장 당일 평균 회전율이 단순 계산으로 200%가 넘은 것으로 전해졌다. 물량 전체가 하루 동안 두 번 이상 거래된 셈이다.
 
그러나 이 같은 단기투자가 거듭될 경우 변동성이 변동성을 낳으면서 개인 수익과 시장 안정성이 더욱 저해된다는 우려가 나온다.
 
나 교수는 "개인이 주식 사고팔기를 반복하는 경우 거래비용이 예상보다 훨씬 더 크게 누적되면서 수익률은 낮아진다"면서 "시장 전체적으로는 변동성이 크니 단타를 하게 되고, 단타가 많아지니 변동성이 더 커지는 악순환"이라고 지적했다.
 
자본시장연구원 강소현 선임연구위원은 "보통의 경우 단타로 큰 수익을 얻긴 어렵다. 간혹 어떤 개인 투자자들은 시장을 더 잘 안다는 자신감, '피크'와 '바닥'을 알 수 있다는 자신감에서 단타를 하기도 하지만, 실제론 그렇지 않다"며 "여기에 거래비용까지 더하면 수익이 예상보다 훨씬 떨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시장 분위기 자체가 기업의 펀더멘탈, 장기적인 수익성에 대한 관심 없이 '흐름' 자체에만 주목해 해당 종목이 어떤 장기 계획을 갖고 어떤 성과를 올릴지 재무적인 분석이나 성장성에 대한 관심도가 낮아지는 방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고 했다.
 
개인 투자자들이 좀 더 안정적으로, 직접 투자뿐만 아니라 연금 등을 통한 장기적 투자에 관심을 두도록 정책적 지원이 확대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강진혁 선임연구원은 "주식시장으로 '머니무브'가 이뤄지는 상황에 배당소득 분리과세 등을 통해 단타로 돈을 벌기보단 장투로 복리효과와 배당소득의 이점을 누리도록 투자를 유인하는 상황"이라며 "우리나라도 자산에서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이 늘고 장기 투자로 정착되는 과정의 초입에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나 교수는 "이번 정부 들어서 기업 성과가 그대로 기업 가치에 반영되도록 지배구조 변화, 주주 충실의무 확대를 비롯한 상법 개정안 등을 통해 투자 문화를 장기 지향적으로 정착시키려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며 "시장 신뢰를 더 확고히 얻기 위해선 중복상장 문제와 같은 과제들을 지속적으로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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