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세 추심업체 911개 난립…금융위 '허가제'로 옥석 가린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28일 서울 중구 신용회복위원회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에서 열린 제5차 포용적 금융 대전환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금융당국이 대부업의 한 종류인 매입채권추심업을 기존 '등록제'에서 '허가제'로 전환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원시적 약탈금융'이라 지적해온 채권추심업에 대해 구조조정에 나서면서다. 허가제로 전환되면 911개 업체가 난립해있는 시장이 30여곳 수준으로 정리되고, 연체채권 가격도 안정을 찾을 것으로 금융당국은 예측했다.

금융위원회는 28일 이억원 금융위원장 주재로 '제5차 포용적 금융 대전환 회의'를 열고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매입채권추심업 '허가제 전환 방안'을 발표했다. 매입채권추심업은 대부업의 일종으로, 금융회사·대부업자로부터 연체채권을 사들여 채무자에게 직접 추심하는 업종을 말한다. 1997년 위환위기 이후 부실채권 정리 과정에서 '등록제'로 도입됐다.

그러나 진입 장벽이 낮아 장기·과잉 추심을 구조적으로 유발하는 문제점이 부각됐다. 현행 등록제에서는 법인 설립과 자기자본 5억원만 갖추면 사실상 누구나 진입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영세업체가 난립해 당국의 감독이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금감원에 등록된 곳만 911개에 달한다. 금감원이 최근 5년 간 연평균 23개사를 검사했는데, 전체를 다 검사하려면 40년이 소요될 정도다.

이에 금융위는 매입채권추심업의 구조 조정을 위해 허가제로 전환하기로 했다. 핵심은 채권추심업 수준의 허가요건 도입이다. 금융회사가 50% 이상 출자한 법인이어야 하고, 자본금은 현행 5억원에서 30억원으로 대폭 높인다. 변호사 등 전문인력 5인 이상을 포함한 20명 이상의 상시고용인력도 갖춰야 한다. 현재 자기자본 30억원 이상인 매입채권추심업자는 195개사로 전체의 21% 수준이다.

이해상충 방지를 위해 금전대부업·대부중개업 겸업도 금지된다. 현재는 사행산업·유흥주점 등 일부 업종만 제외하고 겸업이 가능한 네거티브 방식이지만 앞으로는 법령에서 정하는 업무만 할 수 있는 포지티브 방식으로 전환된다.

매입채권추심회사 허가요건(안). 금융위원회 제공

이번 허가제는 새롭게 시장에 진입하려는 업체 뿐 아니라 기존 매입채권추심업체들에도 적용된다. 다만 기존 업체들은 영업을 유지하면서 허가 요건을 충종시킬 수 있도록 3년간의 유예기간을 두면서 '금융회사 50% 출자 요건'은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금융위는 이같은 내용을 담은 대부업법 개정안을 8월까지 마련해 연내 국회통과를 목표로 입법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채권추심은 채권자의 정당한 권리이지만, 사회적으로 용인될 수 없는 방식으로 채무자에게 장기간 과도한 부담과 고통을 준다면 더 이상 업에 정당성을 부여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회의에선 하나금융지주가 포용금융 이행방안을 소개하기도 했다. 하나금융지주는 중·저신용자와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3조원 규모의 특화 금융을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2조원 규모의 '하나원큐중금리대출'과 1조원 규모의 '하나더소호 성공사다리대출'이 오는 6월 출시된다.

하나원큐중금리대출은 신용평점 하위 50% 고객을 대상으로 최대 1000만원을 연 5.5% 고정금리로 대출해주는 중저신용자 전용 대출이다. 하나더소호 성공사다리대출은 하나은행 대출 원리금을 성실히 상환 중이거나 전액 상환한 이력이 있는 개인사업자를 대상으로 최대 1000만원 한도 내에서 최저 연 4.5%의 금리로 무보증 신용대출을 지원한다.

하나금융은 또 2000억원 규모의 연체채권을 선제적으로 소각하겠다고 밝혔다. 특수채권 편입 후 5년 경과한 5000만원 이하의 개인 채무자 관련 채권이 주요 대상이다. 이밖에 '청년지킴이 전세사기 보장보험'을 출시해 전세대출을 신청하는 청년 3만명에게 무료 보험을 제공하고, 하나미소금융재단에 1000억원을 추가 출연해 서민금융진흥원의 '금융 소외자 대출 상품 4종 세트'를 취급하는 재원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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