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만 빼면 사람 괜찮은데" 소리 들으며 선거운동 하는 이야기[씨리얼]

'찐보수 텃밭' 안동에 등판한 녹색당 후보
허승규(37) 안동시의원 마선거구 후보
안동권씨, 안동김씨 득세 속 서럽기도
"풀뿌리 녹색정치, 안동에서 시작되길"


'찐보수 텃밭'으로 불리는 경북 안동. 그곳에서 녹색당 소속으로 뛰는 허승규(37) 안동시의원 마선거구 후보가 가장 많이 듣는 말은 "아이고"라고 합니다. "차라리 무소속으로 나오지", "안타깝다" 이런 말만 1200번 이상 들었다고 합니다.

원외정당 소속이라는 열악한 조건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이번  6·3 지방선거에 허 후보는 벌써 세 번째로 시의원에 도전합니다. 모두가 평등하게 함께 사는 '녹색 정치'의 지역 기반을 안동에서부터 다져야 한다는 다짐으로요. 그 뜻을 응원해주는 지지자들을 생각하며 오늘도 달립니다. CBS 씨리얼은 지난 18일, 허 후보의 하루에 동행했습니다.

"니는 썽 때문에 안 된다"…외로운 '허씨'

공식 선거운동 시작을 사흘 앞둔 시점 예비후보자 신분으로 선거운동을 하던 허 후보의 하루는 아침부터 분주했습니다. 출근길에 명함을 나눠주며 시민들과 친근하게 인사를 나눴습니다.

시민들에게 다가간 허 후보는 "안녕하세요 기호 5번입니다"라며 "세 번째 도전인데 잘 부탁드린다"고 넉살 좋게 악수를 청합니다. 포털에 검색해 달라며 막간을 이용해 자신의 공약 홍보도 합니다.

허 후보는 곧바로 태사모에서 열린 전통성년식(만 19세가 된 청년들에게 성년이 됨을 기념하는 날) 행사에도 참여했습니다.

허 후보의 지난 시절이 짐작되고도 남을 정도로, 이미 허 후보를 아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한 어르신은 허 후보를 향해 "니가 정석이 아들이라매?"라고 말을 건넵니다. "느그 할배도 잘 알고, 정석이 아들이라 카는 거 한 번 들었어. 확인해야지. 아바이가 확실한지".

특정 성씨나 가문이 공직에 진출하는 '문중(門中)정치'로 유명한 안동인 만큼 족보 확인은 필수. 허 후보도 이러한 풍경이 익숙하다는 듯 "맞습니다, 맞습니다"고 말하며 웃었습니다.


안동에 많지 않은 성인 '허씨'. 그렇기에 허 후보는 "니는 썽(성) 때문에 안 된다", "사람은 괜찮은데 당이 문제다"라는 말을 많이 듣곤 합니다.

그래도 허 후보는 웃으며 동네 형님들께 친근하게 다가가 말을 건넵니다. "3표만 홍보 좀 해주십쇼", "아이 지금, 지금, 지금 형님들 각 3표씩만 부탁드립니다". 허 후보에게 포기는 없습니다.

안동권씨, 안동김씨 득세 속…선방한 '허씨'


안동은 '안동권씨'와 '안동김씨'의 고장입니다. 안동 국회의원이나 시장은 안동권씨 혹은 안동김씨가 해왔던 게 약 20년이 넘은 흐름입니다.

현재 권기창 안동시장도 안동권씨 36세손, 현 안동시 김형동 국회의원도 안동김씨 28세손입니다.

허 후보 또한 안동 토박이입니다. 1989년 2월 안동 성소병원에서 태어나, 잠시 '서울 유학'을 다녀온 것을 제외하고는 안동에 뿌리를 내리고 있습니다.


안동청년유도회 감사를 맡고 있기도 한 허 후보는 예전부터 '지역의 특정정당 독점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생각해왔습니다. 소수정당, 대안정당들의 제도권 진입이 필요하다고 느꼈고요. 허 후보는 그 변화가 안동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고 봤습니다. 안동은 보수적인 도시긴 하지만 한국 독립운동의 성지이기도 하니까요.

2012년 녹색당 창당 당시, 허 후보는 기존 한국 사회에 없던 가치(녹색·생명·평화)를 내걸던 녹색당에 기대감을 느꼈습니다. 호주나 뉴질랜드, 독일이나 스웨덴처럼 한국에서도 녹색당이 성공할 수 있을 거란 가능성을 본 겁니다. 폭넓은 가치에 관심을 두며 풀뿌리 민주주의를 중시하는 허 후보의 가치관과도 일치했고요.  


허 후보는 "어떻게 20년이 넘게 국민의힘 아니면 무소속 후보자 밖에 당선이 되지 않냐"며 "이 답답함을 묵인하고 살 것인가? 나라도 나가야지라는 생각으로 분기탱천해서 출마를 결심했다"고 설명했다. 결심 후 2018년, 2022년, 그리고 올해까지 세 번 안동시의원에 '녹색당' 소속으로 도전하게 된 겁니다.

그래서 무작정 뛰어들었습니다. 결과는 낙선이었지만, 나름 의미 있는 결과를 얻었습니다. 2018년 16.54%의 득표율을 얻어 선거비용을 전액 보전 받았고, 2022년에는 18%로 득표율이 오르기도 했습니다. 다만 3위로 순위는 올랐으나, 결과는 낙선이었죠.

녹색당 또한 창당 이후 14년 간 단 한 명의 당선자를 배출하지 못했고요. 출마자 숫자도 급감해 이번 지방선거에서 녹색당 후보는 기초의원 2명과 비례대표 1명 뿐입니다.

좌절보단 희망…녹색당을 응원하는 사람들


하지만 여전히 허 후보는 좌절보다 희망이 앞섭니다. 허 후보와 녹색당을 지지하는 이들이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3월 안동을 덮친 산불 발생 이후, 산불피해 회복 특별위원회 정책위원으로 활동하며 주민들을 만나 열심히 봉사했던 허 후보. 산불 관련 특별법 제정에도 함께 해 결국 특별법을 통과시키기도 했습니다. (여전히 법에 사각지대가 많아 피해 지원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긴 하지만요.)

그런 허 후보의 진심을 본 지지자들은 지금도 여전히 "허 후보는 터전을 잃어버린 싸움을 함께해준 사람"이라며 진심 어린 장문의 메시지를 보내기도 합니다.

허 후보는 "기초의원 선거구에 후원회장을 7명이나 둔 후보는 아마 전국에 저밖에 없을 것"이라며 "한국 녹색 정치의 가능성에 힘을 보태주고 싶어하는 분들이 많이 후원을 해주셨다"고 말했습니다.

든든한 파트너도 있습니다. 바로 최혜성 안동녹색당 조직강화위원인데요. 최 위원은 배우자가 없는 허 후보자의 소위 '배우자'격 신분을 부여 받아 선거운동을 함께 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10월부터 허 후보를 도와 안동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쳐오고 있는 최 위원은 "녹색 정치를 함께 살자는 말로 생각을 하고 (허 후보와 함께) 활동하고 있다"며 "녹색당에는 아직 한 번도 당선자가 없었기 때문에 당선자를 한 명 만들어내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허 후보의 뒤엔 든든한 뒷배도 있습니다. 바로 김해김씨와 허씨, 인천이씨를 아우르는 '가락종친회'인데요. 허 후보에게 "왜 출마를 하고도 연락을 안 했냐"고 서운함을 토로한 뒤,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다고 합니다. 허 후보는 "그분들이 녹색 당원들보다 선거 운동을 더 열심히 해 주신다"며 "지금은 제가 가락종친회 청장년회 부회장까지 맡고 있다"고 웃었습니다.

허승규 "풀뿌리·녹색정치, 안동에서 시작되길"

허 후보의 목표는 거대 양당 체제가 확고하게 자리 잡은 정치 현실을 바꾸는 겁니다. 그는 "(소수 정당이나 대안 정당들이 활약하는) 풀뿌리 정치를 규모가 너무 큰 지역에서 (시작)하기는 조금 어려운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영국 녹색당의 사례처럼 (지역에서부터 시작하면) 지역 정치 거점을 확산해나갈 수 있다고 본다"며 "지역에서부터 바닥을 다져가는 활동들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렇기에 허 후보는 바닥부터, 일상의 작은 문제에서부터 시작합니다. 공공 교통 활성화 문제부터 방치된 폐교 활용 조례를 만들기 위한 시도까지요.

허 후보는 "기후 위기 시대, 녹색 정치의 필요성은 높아지고 있는데 한국은 그러한 움직임조차도 없다"며 "한국의 녹색 정책을 응원하는 모든 분들이 함께 힘을 모아주셨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내비쳤습니다.

과연 이번 지방선거, 안동에 녹색풍이 찾아올까요?  유튜브 '씨리얼' 채널에서 영상을 통해 직접 허승규 녹색당 후보의 목소리 들어보시죠. "당만 빼면 사람 참 괜찮은데" 김수로왕 세계관으로 선거 치르는 안동 상황 https://www.youtube.com/watch?v=m4Fjfc_Ogt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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