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노사가 잠정 합의한 성과급 지급안에 대한 노동조합 찬반투표 결과 찬성률 73.7%로 가결됐다. 해당 합의가 확정되면서 인공지능(AI) 확산과 맞물린 반도체 초호황이라는 전례 없는 기회를 파업으로 놓칠 수 있다는 국민적 우려는 해소 국면을 맞았다.
노조 투표 결과 찬성률 73.7%…반년 묵은 노사 '성과급' 갈등, 겨우 봉합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 지부(초기업노조)와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로 구성된 삼성전자 공동교섭단은 지난 22일부터 27일 오전까지 임금협약 노사 잠정 합의안에 대한 찬반 투표를 진행한 결과 총투표권자(6만 5593명) 가운데 95.5%인 6만 2616명이 참여해 4만 6142명이 찬성(73.7%)함으로써 가결됐다고 밝혔다. 투표권자의 과반 참여, 참여자의 과반 찬성 요건이 충족되면서 합의안이 확정된 것이다.
노조별로 보면, 삼성전자 최대 노조이자 반도체 사업(DS) 부문 조합원이 과반인 초기업노조의 찬성률은 80.6%에 달했다. 전삼노의 찬성률은 21.1%로 집계됐다.
공동교섭단은 이날 오전 11시 2026년 임금협약 조인식을 진행할 예정이라며 "투표에 참여해준 모든 조합원들에게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1인당 수억 원' 반도체 특별경영성과급 확정…반도체 총파업 피했다
이번 노사 합의의 핵심은 성과급 지급 방식이다. 노사는 연봉의 50%를 상한으로 두는 기존 초과이익성과급(OPI) 제도는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대신 초호황을 맞은 DS 부문에 한해서는 연간 영업이익 목표 달성 시 '상한 없는' 특별경영성과급을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올해부터 2028년까지 3년 동안은 연간 영업이익 200조 원, 2029년부터 2035년까지는 연간 영업이익 100조 원 달성 시 특별경영성과급이 지급된다. 해당 성과급 재원은 사업성과(영업이익)의 10.5%며, 이 가운데 40%는 DS 부문 전체에 균등 배분되고 60%는 실적에 따라 사업부별로 차등 지급된다.
성과주의 원칙이 반영돼야 한다는 사측의 입장에 따라 적자 사업부에는 반도체 부문 균등 배분액의 60%만 지급하는 '제한'을 뒀지만, 노조 요구로 이 제한은 내년부터 적용된다. 특별경영성과급은 현금이 아닌 전액 자사주로 지급되며, 3분의 1은 즉시 처분이 가능하지만 나머지는 일정 기간 매각이 제한된다.
이 같은 내용의 합의가 확정됨에 따라 노사 간 거의 반년 동안 이어져 온 성과급 갈등은 일단락됐다. 이번 갈등은 삼성전자의 메모리 반도체가 글로벌 시장에서 불티나게 팔리면서 연간 수백조 원 규모의 '역대급' 영업이익이 예상된다는 점, 메모리 경쟁사인 SK하이닉스가 지난해 영업이익의 10%를 상한 없이 주기로 10년간 성과급 제도를 고정했다는 점과 맞물려 격화된 측면이 있다.
반도체 부문 조합원들로선 한 해에만 수억 원에 달하는 성과급의 쟁취 여부가 달린 일이었고, 사측으로서는 호황을 맞은 메모리사업부 뿐 아니라 여러 사업부를 아우르는 제도적 합리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난제였다.
삼성전자 노사는 작년 12월부터 교섭을 시작한 뒤 법적 공방을 벌일 정도로 첨예한 갈등을 겪었다. 올해 3월 중앙노동위원회에서 협상이 결렬된 후 공동투쟁본부를 꾸린 삼성전자 3개 노조는 곧바로 쟁의 행위 찬반투표를 거친 뒤 성과급 상한폐지·제도화 요구를 강하게 밀어붙이며 이달 21일부터 18일 동안의 총파업을 예고해왔다.
'반도체 중심 포상'에 내부 불만 고조…영업익 N% 성과급 요구 산업계 확산
다만 가까스로 만들어낸 성과급 제도의 초점이 DS 부문 중심 포상에 맞춰지면서 내부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는 점은 노사 모두 직면한 과제다. 연봉 1억 원인 직원을 기준 삼아 노사 합의 내용대로 올해 성과급을 추산하면 DS 부문의 예상 연간 영업이익 300조 원 현실화 시 해당 부문 소속 메모리 사업부의 직원들은 올해 6억 원대 성과급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같은 부문 비메모리 적자 사업부 직원 역시 2억 원 안팎의 성과급을 받을 것으로 추산된다.
반면 완성품 사업(DX) 부문은 흑자 사업부여도 성과급 최대치가 5천만 원(연봉의 50%)이다. DX 부문에는 600만 원 상당의 자사주를 추가 지급한다는 내용이 합의 내용에 포함되기는 했지만, DS 부문과 성과급 격차가 큰 만큼 DX 부문 직원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고 있는 것이다. 초기업노조와 전삼노의 찬성률이 크게 차이가 나는 것도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한 것으로 분석된다.
DX 부문 조합원이 과반인 삼성전자 노동조합 동행(동행노조)은 최대 노조인 초기업노조가 교섭 과정에서 DX부문의 요구는 사실상 배제했다는 판단에 따라 전날 수원지방법원에 노사 잠정합의안에 대한 찬반투표 절차 중지 등 가처분 신청까지 냈다. 동행노조는 향후 투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투표 무효 확인 소송 등을 이어가겠다는 계획으로 파악돼 이들의 행보가 노사 합의의 변수가 될 수도 있다. 다만 법원은 동행노조보다 앞서 일부 DX 부문 직원들이 초기업노조를 상대로 제기한 단체교섭 중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면서 "교섭요구안을 마련할 때 설문조사를 했고, 그런 과정을 보면 소속 조합원의 의사를 확인하거나 의견을 수렴하는 등의 절차를 전혀 거치지 않았다고도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SK하이닉스에 이어 재계 맏형 격인 삼성전자도 대규모 성과급 합의안을 도출하자 그 후폭풍은 재계 전반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당장 삼성 주요 계열사인 삼성전기 노조도 영업이익의 12%를 성과급으로 지급하는 방안을 사측에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 현대자동차 노조와 HD현대중공업 등 다른 기업에서도 순이익 또는 영업이익의 일정 부분을 떼어 성과급으로 달라는 요구가 분출 중이다. 파업 위기가 고조된 카카오의 노사 간 쟁점으로도 성과급 지급 방식이 거론된다.
한편 이번 삼성전자 노사 합의 내용에는 '사용자는 본 노사 합의 정신에 기초해 협력 업체 동반 성장, 지역 사회 공헌, 산업 안전 등을 위한 재원 조성 및 운영 계획을 조속히 발표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반도체를 중심 삼은 삼성전자 성장의 배경에는 협력 업체들의 기여와 사회적 지원도 작용했다는 정부 시각 등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