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도심의 인재(人災), 서소문 고가차도에서 떨어진 것은

전조 증상에도 안전불감증…3명 사망, 3명 부상
위험을 제거하려던 철거, 목숨 건 철거 됐다
핵심은 기술 아닌 의식

26일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서소문 고가차도 철거 현장에서 다리 상판이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박종민 기자

26일 오후 2시 32분쯤 서울 서대문구 서소문 고가차도 철거 현장에서 상판 일부가 무너져 현장관리소장과 감리단장, 외부 전문가 등 3명이 숨지고 3명이 다치는 참사가 발생했다. 갑작스런 천재지변도 아니고 이미 계획된 철거작업을 진행하다 안타까운 인명피해로 이어졌고, 더구나 발주처가 다른 곳도 아닌 서울시였다는 점에서 어처구니없는 인재(人災)가 아닐 수 없다.
 
이번 사고의 전개 과정을 들여다보면 안전불감증이 화근임을 한 눈에 알 수 있다. 우선 전조 증상이 있었다. 이날 새벽 2시쯤 고가차도의 상부 바닥판 절단 작업 중 2.9cm의 침하 현상이 발생해 작업이 중단됐다고 한다. 상판의 일부가 주저앉았다면 구조에 심각한 결함이 생긴 것인데 안전진단을 하면서 작업자들을 무방비로 투입한 게 문제였다.
 
선로 위를 지나는 서소문 고가차도는 열차와 차량의 반복적인 통행으로 실제 현장의 구조는 더욱 취약해져 있을 가능성이 있다. 당연히 철거 과정에서 보다 철저한 안전조치가 선행됐어야 했는데 정황상 철거 공정의 오류에 따른 하중 분산의 실패가 사고를 유발했을 공산이 크다. 보강작업과 작업자 동선관리, 행인의 통제도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59년된 서소문 고가차도는 이미 7년 전부터 콘크리트 떨어짐 현상과 철근 부식이 반복적으로 발생해 정밀안전진단에서 D등급 판정을 받은 지 오래다. 주요부재(主要部材)에 결함이 있어 긴급 보수 보강이 필요하거나 사용제한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상태를 뜻한다. 그런데도 철거 작업을 차일피일 미루다 사고를 키웠다.
 
류영주 기자

특히 철거작업과 무관한 차량 운전자가 현장을 지나다 사고를 당한 것은 이번 중대재해 사고가 단순한 산업재해를 넘어 시민재해 성격에도 포함된다고 봐야 한다. 상판의 침하 등 이상 징후가 발견됐는데도 차량통행과 보행자 접근 등 현장을 제대로 통제하지 않은 채 안전점검을 실시했다는 건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만일 떨어진 상판이 차량을 완전히 덮치거나 사고 당시 열차라도 통과했더라면 더 큰 참사로 이어질 뻔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사고 수습과 부상자 치료, 사고 원인 규명에 만전을 기하라고 지시했다. 6·3 지방선거에 출마한 서울시장 후보들은 선거운동을 잠정 중단하고 사고 수습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현 서울시장인 오세훈 후보는 GTX-A 삼성역 철근 누락 사고에 이어 안전 문제와 관련해 잇따른 악재에 직면하게 됐다.
 
위험을 제거하려던 철거가 목숨을 건 철거가 되었다. 문제의 핵심은 기술이 아니라 의식 수준일 지 모른다. 그렇다면 서소문 고가차도에서 떨어진 건 안전의식이었다.

생명의 가치를 맨 앞에 두는 안전 의식이 확고했다면 구조물이 썩어가는 고가차도를 수년째 방치하지 않았을 것이고, 상판이 2.9cm나 내려앉는 이상징후에 그리도 둔감하게 반응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번 사고가 고위험 철거공사의 안전을 일깨우고 안전기준을 재점검하는 엄중한 경고등이 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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