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 심은 상상의 숲"…경기도서관, 화가 천지수 초대전 개최

'독후화' 개척한 천지수 작가 대표작 망라…내달 14일까지
개념미술가 조셉 코수스 작업서 영감 얻은 '미술·출판 융합' 선봬

천지수 작가의 작품 '꿈 속의 도서관'. 경기도서관 제공

전국 최대 규모의 광역대표도서관인 경기도서관에서 책과 미술의 내밀한 소통을 다룬 이색 전시가 열린다.
 
경기도서관은 다음 달 14일까지 지하 1층 전시홀에서 천지수(38·여) 작가 초대전 '마지네일리아-틈새의 상상'을 연다고 26일 밝혔다.
 
이번 전시는 책을 읽고 난 감상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독후화(讀後畵)'로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해 온 천지수 작가의 대표작들을 한자리에서 조망하는 자리다.
 
전시명인 '마지네일리아(Marginalia)'는 중세 시대부터 서구에서 책의 여백에 기록된 메모나 주석, 삽화 등을 뜻한다. 이번 전시는 인쇄된 글자 사이와 종이의 여백에 존재하는 무한한 '틈'에 주목해, 경기도서관이라는 거대한 '책의 집'에서 틈새의 상상력을 펼쳐 보이기 위해 기획됐다.
 
천지수 작가의 작품 '도서관 판타지-탐험1'. 경기도서관 제공

책과 자연의 순환, 그리고 미술·출판 융합 프로젝트


전시의 첫 번째 축인 '도서관 판타지' 시리즈는 작가의 생태적 관점을 담아낸 대표작이다. 한 그루의 나무였던 종이가 이야기를 담아 책이 되고, 그 책들이 모여 다시 도서관을 이루는 순환을 야수파적 대담한 색채와 원초적 생명력으로 그려냈다.
 
도서관 풍경에 책 속 동물들이 공존하는 초현실적 화면을 통해 질서정연한 도서관 이미지 너머의 무한한 가능성을 선사한다. 이번 전시에는 평소 보기 힘들었던 개인 소장가들의 작품들도 함께 출품됐다.
 
두 번째 축인 '페인팅 북리뷰' 프로젝트는 작가가 책을 읽으며 받은 심상과 영감을 그림과 글로 화답해 온 '출판+미술 융합프로젝트'다. 4년여간 이어진 작업은 2021년 저서 '책 읽는 아틀리에'로 출간된 바 있다.
 
전시장에서는 개념미술가 조셉 코수스(Joseph Kosuth·82)의 작업에서 영감을 얻어 각 회화 작품 옆에 해당 도서와 작가의 서평 발췌문을 함께 배치함으로써 그림·책·글이 하나의 유기적 구조를 이루는 독특한 감상 경험을 제공한다.
 
천지수 작가의 작품 '노킹 온 헤븐스 도어(Knockin' on Heaven's Door)'. 경기도서관 제공

세렝게티 암석벽화서 얻은 원초적 에너지 캔버스에 녹아나


동덕여대 회화과를 졸업하고 로마국립미술원에서 회화를 전공한 천 작가는 2003년 이탈리아미술대전에서 대상을 수상하며 국제적으로 주목받았다. 특히 2008년에는 아프리카 탄자니아 세렝게티 국립공원 내 암석벽화 복원작업에 참여해 약 2년간 체류했다. 이 시기의 경험은 작가에게 '맹렬한 생명' 그 자체로 각인돼 작품 속 원초적 에너지를 형성하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김성신 출판평론가는 "독서는 지식의 영역을 한없이 넓히는 일이며 욕망보다 야망에 훨씬 가까운 행위"라며 "천 작가의 독후화와 도서관 시리즈는 바로 그 야망의 시각적 증거"라고 평가했다.
 
전시를 기획한 김미교 큐레이터는 "관람객이 작품을 감상한 뒤 바로 옆에 놓인 책을 펼쳐볼 수 있도록 해 보는 것에서 읽는 것으로, 다시 읽는 것에서 느끼는 것으로 이어지는 순환을 의도했다"고 설명했다.
 
윤명희 경기도서관장은 "개관 이후 첫 번째로 열리는 이번 상시전시는 도서관이 도민의 삶과 사회를 연결하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는 방향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자리"라며 "도서관이라는 공간에서 책이 단순한 활자를 넘어 그림과 상상이 되는 과정을 도민들이 직접 체감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는 경기도서관이 주최·주관하고 제이그램(JayGram)이 공동 주관하며 관람료는 무료다. 전시 기간 중인 다음 달 13일 오후 2시에는 천 작가가 관객들과 직접 만나 소통하는 특별 행사 '페인팅북토크'가 진행된다. 세부 일정 및 참여 방법은 경기도서관 공식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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