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의 시대, 경고와 죄책감 대신 '감사와 자발적 공존'을 나직하게 건네는 한국의 다큐멘터리 한 편이 세계 무대를 사로잡았다. 지역 방송사인 KNN이 제작하고 최작기획이 공동 제작한 장편 다큐멘터리 영화 <나무의 노래>(연출 진재운)가 세계적 권위의 '2026 뉴욕 페스티벌 TV & 필름 어워즈'에서 금상 2개와 은상 1개를 거머쥐며 3관왕의 쾌거를 이뤄냈다.
올해로 69회를 맞은 뉴욕 페스티벌은 매년 전 세계 언론과 영화계가 주목하는 국제 시상식이다. 전 세계 33개국이 경합을 벌인 올해 시상식에서 <나무의 노래>는 △필름 부문 장편 다큐멘터리 금상 △다큐멘터리 부문 자연·야생 금상 △다큐멘터리 부문 환경·생태 은상을 휩쓸었다. 올해 한국 작품에 돌아간 금상 3개 중 2개를 석권하며 그 압도적인 완성도를 세계 무대에 각인시켰다.
진재운 감독에게는 <위대한 비행>(2012년), <무경계>(2024년)에 이어 세 번째 뉴욕 페스티벌 수상이다. 이로써 진 감독은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넘나들며 독보적인 시선으로 자연과 인간의 공존을 다뤄온 '환경 다큐 거장'의 면모를 다시 한번 증명해냈다.
<나무의 노래>는 홀로 백만 그루의 나무를 심고, 그 숲속에서 나무들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온 한 여성의 여정을 쫓는 장편 다큐멘터리다. 영화는 나무를 단순한 자연의 배경이나 관조의 대상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대신 인간의 삶과 시간, 기억을 함께 품고 숨 쉬는 '생명 그 자체'로 대접한다. 자연과 인간의 단절을 꾸짖기보다, 우리가 본래 하나로 연결되어 있었다는 감각을 시적인 영상 언어와 깊이 있는 시선으로 복원해낸다.
작품의 깊이를 더한 이들의 면면도 화려하다. 섬세한 언어 감각으로 대중의 마음을 읽어온 작사가 김이나가 내레이션으로 참여해 작품에 따뜻하고 다정한 울림을 얹었다. 영화 <기생충>의 영문 번역으로 잘 알려진 달시 파켓(Darcy Paquet)은 영문 번역을 맡아, 자칫 지형적 한계에 갇힐 수 있는 한국적 생태 미학을 세계 관객의 언어로 온전히 번역해냈다.
이러한 울림은 국경을 넘어 먼저 통했다. 정식 개봉에 앞서 지난 4월 2일 미국 뉴욕 맨해튼 이슈타르홀에서 열린 시사회는 전석이 매진되는 뜨거운 열기 속에 진행됐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간 후에도 관객들은 3분여간 기립박수를 보내며 경의를 표했다. 현지의 한 영화 관계자는 "한국뿐 아니라 조만간 미국에서도 개봉을 추진해야 한다"며 찬사를 보냈다.
국내 사전 시사회에 참석한 이들의 반응 역시 '영혼의 정화'에 가까웠다. 시사회에 참석한 선재 스님은 "영화를 본 여운을 침묵으로 즐길 시간을 달라"는 한 문장으로 깊은 감동을 대신했고, 내레이션을 맡은 김이나 작사가는 "속세적인 기술을 사용하면서도 무존재의 눈으로 돌아가 이야기를 담아낸 감독의 연출 방식이 이 영화의 위대함"이라며 전율을 고백했다. 관객들 사이에서는 "죄책감 대신 나도 나무를 심고 싶어졌다", "스크린이 아니라 영혼이 닦이는 시간이었다"는 평이 이어졌다.
진재운 감독은 수상 소감을 통해 우리 시대가 잃어버린 '경청의 감각'을 이야기했다. 진 감독은 "이 영화는 나무와 대화하는 한 여인을 통해 우리가 자연과 연결되어 있음을 침묵으로 전하고자 한다"며 "기후위기에 비명을 지르는 나무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지금 얼마나 자연과 분리된 삶을 살고 있는지 돌아보고, 바쁜 일상 중 잠시 귀를 열어 자연의 소리를 들어보라는 초대장"이라고 전했다.
자본과 인프라가 집중된 중앙 중심의 미디어 환경 속에서, 지역의 역량으로 길어 올린 보편적인 생태적 메시지가 세계 무대에서 통했다는 점에서도 이번 수상은 뜻깊은 이정표를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