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국민의 안전하게 살 권리를 보장하고 국가가 국민을 보호할 책무를 명시한 '생명안전기본법' 공포안이 국회 의결을 거쳐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행정안전부는 26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생명안전기본법' 공포안이 의결됐다고 밝혔다.
그동안 세월호와 이태원, 여객기 참사 등 대형 재난을 계기로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법 제정 요구가 지속된 끝에, 세월호 참사 발생 12년 만에 결실을 맺었다.
이 법은 안전약자와 피해자 권리를 폭넓게 보장하며 독립된 조사기구를 통해 사고 조사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확보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법안은 안전사고 위험으로부터 보호받고 '안전하게 살 권리'를 모든 국민의 기본권으로 명문화했다. 이는 대한민국 영토에 있는 외국인에게도 차별 없이 적용하도록 했다.
특히 사회적 참사가 발생할 때마다 특별법을 제정해야 보장받을 수 있던 피해자의 권리가 명시됐다.
이에 따라 피해자들은 사고 예방부터 복구까지 전 과정에 실질적으로 참여하고 정확한 정보를 제공받을 권리, 사고원인 조사와 과정에 참여를 요구할 권리 등 13개 세부 권리를 보장받는다. 또 차별받지 않고 혐오로부터 보호받을 권리, 사망자 시신과 유품을 인도적으로 인계받을 권리, 생활·의료·심리치료·법률지원을 받을 권리 등도 세부권리에 포함된다.
이에 따라 중앙 및 지방정부와 기업 등은 국민 안전권을 보장하기 위한 책무를 이행해야 하고, 피해자의 조사 요구와 조사 과정 참여 요구에 응할 책무를 진다. 책무를 부담하는 '기업 등'의 구체적인 범위는 대통령령으로 위임하기로 했다.
또 그간 각종 대형 재난을 겪으면서 독립적인 상설 조사기구가 필요하다는 사회적 요구를 반영해 독립적인 상설 조사기구로 국무총리 소속 '국가안전사고조사위원회'를 신설한다.
조사 대상은 △인명과 재산 피해 정도가 크거나 사회적·경제적 영향이 광범위한 안전사고 △안전사고 관련 국회 소관 상임위원장이 간사와 협의하여 조사를 요구하는 안전사고 △조사위원회 의결을 거쳐 조사 대상으로 정하는 사고 등이다. 다만 개별 법령에 따른 조사기구에서 이미 조사 중인 안전사고는 조사위원회 의결 대상에서 제외한다.
국가안전사고조사위원회는 행정위원회 형태로 설치되며 기존 25개 개별 조사기구와 별개로 나란히 운영된다. 위원장과 상임위원은 대통령이 임명하고 비상임위원은 국무총리가 위촉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이를 통해 안전사고 발생 원인과 수습 과정의 적정성을 객관적이고 독립적으로 조사할 것으로 기대된다.
국가 주요 안전 정책을 심의하는 대통령 소속 '국민생명안전위원회'도 설치된다. 국민생명안전위원회는 산업재해, 자살, 자연재난, 교통사고, 어린이 안전사고 등 각 부처에서 추진하는 생명안전 대책을 총괄하는 역할을 맡는다.
특히 위원회는 5년마다 국가 차원의 생명안전종합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뒷받침하도록 안전 관련 재정과 인력 확보를 국가 의무로 규정했다. 수립되는 생명안전종합계획에는 안전권 보장을 위한 주요 정책 기본 방향, 법령·제도 마련 등 기반 조성, 피해자 권리 보장 및 피해지원을 위한 관계기관 협업과 교육·훈련 등이 담긴다. 이 외에도 주요 안전정책 추진상황 점검, 안전약자 및 피해자 권리 관련 제도 개선과 평가 등을 심의한다.
아울러 중앙 및 지방정부가 법령을 제정하거나 개정할 때, 또는 각종 계획과 사업을 시행할 때 안전에 미치는 영향을 사전에 분석하고 평가하는 '안전영향 분석·평가 제도'를 도입한다.
이에 따라 각 기관은 안전사고 유발 가능성과 안전 확보 실효성 등을 의무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기존 재해영향평가나 환경영향평가 등과 중복되지 않도록 구체적인 평가 대상과 방법, 시기 등은 하위법령으로 마련한다. 안전관련기준을 설정·공표·평가하는 통합관리 체계가 구축되며 안전지수 공표와 안전수준 진단, 취약성 분석 근거도 마련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 외에도 안전사고 피해자 신체·정신·경제적 회복을 위한 지원계획을 수립하도록 명시하고, 기업 등도 안전사고와 관련된 정보를 제공하도록 규정했다. 또 피해자와 피해지역에 대한 기억과 추모, 공동체 회복사업을 체계적으로 진행할 지원 기반도 구축했다.
이번 법률안은 공포 후 6개월 및 1년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된다. 다만 국가안전사고조사위원회 조사 대상 중 대통령령 위임 사고와 위원회 의결 사고는 법 시행 이후 발생한 안전사고부터 적용한다. 정부는 법률 공포 후 6개월 뒤 시행 일정에 맞춰 하위법령을 마련하고 국민생명안전위원회 출범을 완료할 계획이다.
윤호중 행안부 장관은 "'생명안전기본법' 제정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단순한 선언이나 추상적인 개념에 머물지 않고, 국가가 책임지고 보호해야 할 법적 권리로 명확히 규정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며 "정부는 수많은 아픔과 간절한 염원이 모여 만들어진 '생명안전기본법'이 그 취지에 맞게 우리 사회에 온전히 뿌리내릴 수 있도록 후속 조치에 철저를 기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