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내고향축구단이 南에 남긴 것…'두 국가 딜레마'

8년 만의 北 선수단 방남, 7박 8일 종료
'북측' 호칭에 北 기자회견 퇴장 파행 발생
北 대회기간 '적대적 두 국가' 적극 확인 노력
南일각서도 홈팀 이점 누리지 못했다는 여론
강화되는 '두 국가' 경향…남북유대 확인 필요
남북 각각 원칙 지키며 국제교류 선례 제시

북한의 내고향여자축구단. 연합뉴스

북한의 내고향여자축구단이 23일 아시아축구연맹 결승전에서 도쿄 베르디 벨레자를 꺾고 우승을 차지했지만, 결국 호칭 문제로 문제가 발생했다.
 
북한의 리유일 감독과 김경영 선수는 우승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한 국내 취재진이 "북측 여자축구가 과거부터 수준이 높다"며 질문을 시작하자, 갑자기 불쾌함을 드러내면서 "국호를 제대로 불러라"고 요구하며 일방적으로 기자회견을 중단하고 나간 것이다.
 
취재진이 이 과정에서 "어떻게 표현하길 원하냐"고 묻자 김경영은 "우리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남북합의서에도 사용한 용어 '북측'…이제는 '금기어' 요구 

'북측'과 '남측'이라는 호칭은 북한이 남북관계에 대해 '적대적 두 국가'를 제기하기 전까지는 남북 공식대화에서 아무런 문제없이 공식적으로 사용된 표현이다.
 
'남'이 국호 '대한민국'을 기준으로 남한과 북한이라는 표현을, '북'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기준으로 내부적으로 북조선과 남조선의 용어를 사용하는 만큼, 양측이 공식적으로 대화할 때는 이런 국호를 배제하고 남과 북, 또는 남측과 북측과 같은 표현을 관례적으로 공식적으로 사용했던 것이다.
 
남북 적십자사실무접촉과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운영 등 각종 합의서는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공식 국호만이 아니라 '남측단장'과 '북측단장'과 같은 직함의 명의로 합의 작성되기도 했다.
 
그러나 북한이 지난 2023년 말 '적대적 두 국가'를 제기한 뒤 체육 분야 등 각종 국제대회에서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또는 'DPRK'로 부를 것을 요구하는 일이 반복됐다.
 
리유일 감독은 지난 2023년 항저우 아시안게임 때도 '북측'이라는 호칭에 대해 "북측이 아니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다. 이름을 정확히 부르지 않으면 질문에 답하지 않겠다"고 항의한 바 있다.
 

北 '정상국가' 강조했으나 국제 매너는 아직

내고향여자축구단. 연합뉴스

내고향축구단은 사실 지난 17일 중국 베이징을 거쳐 인천공항에 들어올 때나, 24일 나갈 때나 남북이 '두 국가' 관계임을 확실히 하려고 했다. 선수단 35명 전원이 국가 관계에 사용하는 여권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환영 또는 환송 나온 사람들에게 눈길을 주지 않았다.
 
남측 공동응원단의 열띤 응원에도 반응하지 않았다. 결승전에서 일본의 '도쿄 베르디 벨레자'를 꺾은 뒤 관객들에게 인사를 한 것도 북한의 국기인 인공기를 펼쳐들고 경기장을 도는 세리머니와 함께 한 일이었다.
 
북한이 당초 '적대국'이자 '교전국'이라고 하는 '한국 수원'에 선수단을 보낸 데는 아시아축구연맹 주최의 국제대회에 참여함으로써 다른 나라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정상 국가', 혹은 '일반 국가'라는 점을 강조하려는 뜻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북한 선수단은 이를 의식한 듯 대회 참여 기간 공식 기자회견과 15분의 공개훈련 등 아시아축구연맹이 요구하는 일정을 충실하게 따르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우승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감독과 선수가 일방적으로 퇴장을 함으로써 '여전히 북한은 일반적이지 않다'는 인상이 강하게 남게 됐다. 이는 '적대적 두 국가'라는 정책 기조에 따른 것이지만 '국호로 호칭하라'는 요구에 그치지 않고 중도 퇴장까지 한 것을 국제 매너로 볼 수는 없기 때문이다.
 

남과 북에서 강화되고 있는 '두 국가' 경향

남북공동응원단은 지난 20일 비바람 추위 속에서도 수원FC 위민과 내고향여자축구단의 준결승전 경기를 열렬히 응원했고, 23일 결승전도 응원단의 숫자는 조금 줄었으나 뜨거운 햇볕 속에 성심 성의껏 응원을 했다.
 
통일부는 이번 행사가 "남북 상호이해증진에 기여"한다는 점을 고려해 남북교류협력기금에서 3억 원을 지원하기도 했다.
 
북한이 주장하는 대로 남북관계가 국가관계일 뿐이라면 응원단이 결성될 일도, 우리 정부가 남북교류협력기금을 응원에 지원할 근거도 없는 것이다.
 
남북공동응원단의 응원과정에 대해서는 의도와 달리 실제에 있어서 '치우쳤다'는 지적도 나왔다. 특히 준결승전에서 성남의 지소연 선수가 페널티 킥을 실축하자 관중석 일각에서 '환호성'이 나온 것이 대표적인 실례로 거론됐다.
 
수원 FC 위민의 박길영 감독은 기자회견을 통해 홈팀의 이점을 누리지 못해 "경기하는 내내 속상"했다면서 "우리는 대한민국 축구팀 수원FC 위민"이라고 공동응원에 대해 섭섭함을 감추지 않았다.
 
이번 경기는 아시아축구연맹이 주최한 클럽 대항전임에도 북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전면적으로 내세운 것처럼 남 일각에서도 '대한민국'의 경기라는 국가 인식과 여론이 조성됐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남과 북에서 모두 '두 국가' 인식이 강화되는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에 따라 예전과 같은 남북 단일팀의 구성이나 대규모 체육 교류는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두 국가관계 강해질수록 남북유대 확인 필요

그런데 남과 북은 긍정적인 의미이든 부정적인 의미이든 주변의 일반 국가들처럼 서로를 대하는 것이 가능할까?
 
'조선(북한)'이 아무리 '동포'관계를 부정하고 '민족'개념을 희석시킨다고 해도 남북의 관계에서 특수성의 영역이 모두 사라질 수는 없는 일이다.
 
남과 북에서 '두 국가' 인식이 강화될수록 오히려 '동포'라는 특수성을 확인하고 이를 평화공존에 활용해야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과거 남북기본합의서 체제의 태동이 특수성을 토대로 사실상의 두 국가 관계를 인정한 것이라면 지금처럼 두 국가 관계가 확연해진 상황에서는 국제관계의 틀 속에서 남북의 유대를 확인하고 되살리는 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우리 당국은 북한 선수단이 국가 관계임을 강조하며 제시한 여권에 사증 도장을 찍지 않고 이를 사진 대조 등 참고 자료로 활용했다. 8년 만에 이뤄진 7박 8일의 방남을 통해 서로의 다름이 이번에도 무수하게 확인됐지만 남과 북이 각자의 원칙을 지키며 국제교류를 시작한 선례는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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