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와의 전쟁' 나선 李대통령…'일베 폐쇄' 이어질까

이재명 대통령 SNS 캡처

연일 '혐오와의 전쟁'을 펼치고 있는 이재명 대통령이 이번에는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를 정면 겨냥했다.
 
사이트 폐쇄까지 거론하며 강경 대응을 예고했지만, 앞서 기업 관련 논란과 달리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겨냥한 조치라는 점에서 실효성과 위헌 소지를 둘러싼 논란이 예상된다.
 

李대통령 "혐오 조장하는 일베…폐쇄·징벌배상·과징금 검토해야"


이 대통령은 24일 자신의 엑스(X, 옛 트위터) 계정을 통해 "엄격한 조건하에 조롱 혐오 표현에 대한 처벌과 징벌배상, 일간베스트저장소처럼 조롱, 혐오를 방치 조장하는 사이트 폐쇄, 징벌배상, 과징금 등 필요조치를 허용하는데 대한 공론화와 실제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이 이 메시지를 SNS에 남긴 것은 일베 회원으로 추정되는 인사들이 전날 봉하마을 기념관을 찾아, 노무현 전 대통령의 동상 옆에 앉아 일베 티셔츠를 입은 채로 일베를 상징하는 손가락 표시를 한 일이 전해지면서다.
 
티셔츠에 그려진 그림, 이들이 한 손가락 표시 등은 모두 노 전 대통령의 사망 사건을 조롱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들의 행위를 이들이 속한 일베의 영향력 탓으로 보고 일베에 대한 대응을 구체적 대응을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국무회의에도 지시하겠다"고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에 따르면 실무담당 기관인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가 관련 자료를 준비해 오는 26일 국무회의에서 이 대통령에게 보고할 전망이다.
 

앞선 논란 기업들과는 다른 일베…제도적 대응 가능성 미지수


연합뉴스

이 대통령이 직접 '사이트 폐쇄'를 거론한 만큼 방미통위를 비롯한 관련 부처는 관련 사안에 대해 세부적으로 살펴볼 것으로 보인다.
 
다만 회원들의 조롱 등 모욕적 행위를 이유로 온라인 커뮤니티 자체를 폐쇄할 수 있는지는 불분명하다.
 
봉하마을에서 논란적 행위를 한 이들이나 일베에 혐오·조롱성 글을 게시한 이용자들에 대해서는 사자명예훼손, 모욕 등 혐의로 개별적인 대응이 가능하지만, 이를 근거로 일베 자체를 제재하는 것은 법적으로 다른 차원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최근 이 대통령이 "사람의 탈을 쓰고 이럴 수가 있느냐"며 강하게 비난했던 스타벅스코리아의 '탱크데이' 이벤트와 '사이렌' 행사, 무신사의 '책상을 탁쳤더니 억하고 말라서' 광고 등은 행동 주체가 해당 기업으로 명확하다.
 
이 대통령도 지난 23일 "일베 저장소도 아니고 대기업 공식행사라는데 더 할 말이 없다"며 일베와 기업의 차이점을 직접 인정했다.
 

박근혜 풍자·샤를리엡도 사건에도 고수된 표현의 자유…이번엔?


자유권이라는 헌법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판단이 엇갈리고 있는 점도 변수다.
 
이번 봉하마을 사건의 경우 전직 대통령인 사자에 대한 조롱의 의도가 매우 적나라하게 드러난 사건이다.
 
하지만 일베에 게시된 글들을 모두 같은 잣대로 재단해 폐쇄나 징벌배상, 과징금 등의 행정조치를 가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라는 분석이 나온다.
 
과거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조롱성 메시지를 담은 유채화를 공개했던 홍성담 화백은 검찰로부터 특정한 사실을 적시하지 않은 채 의견을 표출한 것이기 때문에 공직선거법을 적용할 수 없다며 혐의 없음 처분을 받은 바 있다.
 
성역 없는 풍자로 유명한 프랑스의 주간지 샤를리 엡도는 이슬람교와 이슬람 선지자인 무함마드, 극단주의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 등을 무차별적으로 희화화했는데, 2011년 화염병 테러에 이어, 2015년에는 총기 난사 테러를 당해 12명이 숨지는 참사를 겪었다.
 
그럼에도 샤를리 엡도는 전세계적인 추도의 물결이 이는 상황에 대해 "갑자기 친구라는 사람들이 많아져서 역겹다"는 내용의 만평을 공개하는 등 지속적으로 논란을 일으켰고, 종교갈등을 부추겼다는 비판도 받았지만 표현의 자유에 제약을 받지는 않았다.
 

'해도 해도 너무했다' 공감대…與도 "혐오는 불법계엄이자 내란"


이 같은 고민의 지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대통령이 직접 '일베'를 거론한 데는 이번 봉하마을 사건이 '해도 해도 너무했다'는 판단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정치인에 대한 단순한 비판이나, 온라인 게시물을 통한 간접적인 조롱 수준이 아니라, 노 전 대통령의 서거일 당일에, 봉하까지 와서, 그의 동상 옆에서 이 같은 행동을 했다는 점은 비판을 넘어 제재를 당해야 마땅하다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 대통령은 기본적으로 평소에 표현의 자유 등의 가치에 대해 극단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지 않다"며 "참모들도 그런 직접적인 표현을 사용해 대응할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번 지시에 따라 방미통위는 이번 사건으로 인해 혐오적 표현과 자유권이 헌법적 가치 내에서 어떻게 충돌하는지, 이를 어떻게 조정할 수 있는지 등 다양한 내용을 검토할 전망이다.
 
이른바 혐오표현 처벌법으로 불리는 형법 개정안을 아직까지 통과시키지 않고 있던 여당 더불어민주당도 이번 사건에 대해서는 이 대통령이 제기한 강경 대응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나섰다.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극단적 혐오정서와 상대방에 대한 배제 등 극단적 행태는 불법계엄이고 내란"이라며 "표현의 자유라고 해도 허위사실이나 극단적인 혐오의식을 불러일으키는 등의 일을 용납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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