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세 최고령 후보, 도전 멈추지 않는 이유

[인터뷰]
'중곡동 대통령' 추윤구 구의원의 7선 도전기

오토바이로 동네를 살핀다는 추윤구 서울 광진구의원 후보자. 전주은 인턴기자
유권자들에게 지방 정치는 물리적으론 가장 가깝지만 심리적으로는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정치 영역이다. 그러나 만약 골목의 깨진 보도블록, 고장 난 보안등, 침수 위험 하수구를 직접 기록하며 주민 민원에 응답하는 정치인이 주변에 있다면 어떨까. 실제로 서울 광진구 중곡동에는 20년 넘게 이런 동네 해결사를 자처하는 구의원이 있다. 스마트폰 앱 대신 빛바랜 붉은색 수기 장부, 관용차 대신 오토바이. 전국 최고령·최다선(6선) 구의원인 추윤구 후보(42년생·만 84세)다.  주민들은 무소속인 그를 '중곡동 대통령', '민원 해결사'로 부른다. 거대 정당 공천 시스템 밖에서 7선에 도전하는 그에게 주민들의 일상 가장 가까운 곳에서 움직이는 지방 정치는 과연 무엇이어야 하는지 물었다.
 
Q. 이미 6선을 지냈는데 또다시 7선에 도전한 이유는 무엇인가.
 
"사실 나이도 있고 지역에 봉사도 많이 해서 이번에는 정말 그만두려고 했다. 그런데 우리 중곡동이 그동안 발전이 참 안 됐는데, 마침 최근 이 일대에 아파트 재개발이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지역 주민들이 '어려운 분들이 많이 살고 있으니 그분들께 더 큰 희망과 기쁨을 줄 수 있게 일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주민들의 부름에 타의 반 자의 반으로 다시 출마하게 됐다."
 
Q. 직전에는 무소속으로 당선된 걸로 안다. 당에 소속되어 있을 때랑 다른 점이 있나.
 
"주민만 바라보고 의정 활동 하니까 주민이 더 소중하다. 민주당으로 5선한 뒤 공천을 못 받아 무소속으로 당선됐다. 주민들이 '일 잘하는 사람을 공천 줘야지 왜 공천을 안 주냐' 해가지고 무소속으로 출마했었다. 당에 소속돼 있을 때는 당 중심으로 하다 보니까 주민들을 위하는 역할이 좀 부족했다. 당 소속으로 당선되면 자기 위원장한테만 충성을 하지 주민들한테는 나타나지 않는다. 중곡동에 구의원 세 사람이 있는데, 내가 세 사람 몫을 하다 보니까 더 민원이 많은 거다. 두 사람들은 위원장에게 잘 보이면 되니까. 지방자치가 그게 잘못된 거다. 모순인 거지."
 
Q. 항상 '최고령'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솔직히 나이에 대한 부담감은 따로 없었나.
 
"4년 전에도 최고령이라 하니까 좀 부담스러웠다. 그런데 지금은 영광스럽다. 전국에 나 혼자뿐이지 않나(웃음). 선거 운동하느라 목이 좀 샜는데, 내가 아침 인사할 때 확성기 안 쓰고 짱짱한 내 육성으로 크게 말한다. '전국 최고령자 최다선 의원, 중곡동 6선 구의원 민원 해결사 일 많이 한 추윤구, 검증된 추윤구입니다! 앞으로 일 잘하겠습니다, 믿어주십시오!'라고 인사한다. 가끔 지나가던 청년들이 나를 보고 '20년은 더 하실 수 있습니다' 하고 지나갈 때 그렇게 힘이 날 수가 없다. 또 어르신들도 가끔 '나이 먹었으니까 이제 죽어야지, 그만해야지…' 한다. 그럼 내가 '나를 보고 희망을 갖고 사십시오' 그런다."
 
Q. 평소에 어떻게 일하시는지 궁금하다. 오토바이랑 저기 선거사무소 책상 위에 빼곡한 '붉은 수기 장부'가 인상적이다.
 
"내가 컴퓨터를 못한다. 오토바이 타고 순찰 돌고 메모하는 게 습관이 되어서 컴퓨터를 안 배워버렸다. 그래서 전부 수기 작업 하는거다. (주머니에서 수첩 하나를 꺼내며) 내가 이번 예비후보 때 받은 민원이다. (책장을 가리키며)저 민원 노트는 2001년 것(3002-3100번까지가 민원 노트)이다. 6월 3일 하수도 공사 시 차량 파손, 9월 3일 수도 공사, 6월 25일 옥상 10평 설치하는 데 어려움 있음, 6월 27일 건물 이전 등기 비용 상담… 별별 민원이 다 들어온다. 기록만 해놓으면 안 되는 것이고 바로바로 처리를 해야 된다."
추윤구 후보의 민원 노트. 전주은 인턴기자
 
Q. 왜 오토바이를 타고 동네를 누비시나.
 
"초선 때부터 지금까지 계속해 왔다. 오토바이 타고 다니면 구석 구석을 모두 돌 수 있다. 어두운 곳에 보안등 설치해주고, 도로가 파손됐으면 기록해서 복구해주고. 주민들도 의원에게 접근할 기회가 크게 없다. 나는 내가 먼저 접근한다. 주민들도 내가 순찰 도는게 든든하다고 한다. 오토바이를 타야 민원을 아주 빠른 시간에 처리할 수 있다."
 
Q. 오토바이 타다가 다치진 않았나.
 
"다섯 번 다쳤다. 그 여파로 지금도 한쪽 손이 제대로 안 올라간다. 발목 인대도 다쳤다. 집에서는 위험하다고 말렸지만 지역과 주민이 우선이다. 오토바이를 안 타면 지역이 넓어서 빨리 출동을 못한다. 내 몸, 내 가정, 식구들 보다 나는 지역이 중요하다."
 
Q. 오토바이를 타고 현장에서 해결한 구체적인 민원 사례가 있다면?
 
"광진구에서 넘어지다 다치면 '안심 보험'을 받을 수 있도록 해놨는데 주민들이 모른다. 그래서 오며가며 깁스하거나 목발 짚고 다니시는 분들에게 직접 가서 묻는다. 그래서 대충 15명 정도, 얼마 안 되지만 직접 다 신청해서 돈(보험금)을 받게 해줬다. 민원은 받고 적기만 할 게 아니라, 구청으로 다 발송을 해야 한다. 발송을 하고 중간에 또 얘기를 해주고 해야 신뢰를 갖는 거다. (그것도 다 직접 하나?) 직접 내가 하는 거다. 그저께 민원인이 전화 왔었다. 민원 해결해줘서 고맙다고. (그럴 때 마음 너무 따뜻할 것 같다?) 그렇지. 그런데 그런 것은 당연한 역할을 하는 것이라 전화가 와도 오히려 내가 고맙다.
 
추윤구 후보자의 의원시절 민원노트. 전주은 인턴기자
Q. 의원님의 지난 의정 활동에는 '잘해왔다'는 평가가 많다. 의원님에 의정 활동을 '잘'한다는 건 무슨 의미인가.
 
"잘했다는 것은 민원을 철저히 받아서 주민들한테 알리고 실천력 있게, 신뢰있게 해결해 주는 거다. 나는 '정치인'이라 생각을 안 한다, 오직 동네 일꾼이다. 구청 쪽에는 강하게 주민들한테는 약하게 '강강약약'. 주민 대표로 역할을 잘한 거다. 늑장부리는 직무유기도 될 수가 있고, 심판받아야 될 일이고 해서 민원을 찾아서 또 민원 들어온 거 최대한 반영을 해서 주민들한테 베풀어 주고 하는 것이 내 역할이다."
 
Q. 7선 당선되면 민원 해결 외에 꼭 이루고 싶은 목표는 무엇인가.
 
"중곡동에 반려견 있는 가정들이 많다. 그래서 반려견들과 함께할 수 있는 운동장을 꼭 하나 만들려고 그런다."
 
Q. 최고령 후보로서 던지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특정 세대만 고집해서는 안 된다. 청년·중년·노년이 골고루 의회에 들어가 세대별로 의견을 내고 그것이 결집되어야 행정이 바로 선다. 청년은 청년대로 일자리를 만들어 사회에 적응하고 가정을 이루어야 하는 것이고, 어르신들은 어르신대로 집에만 있을 것이 아니라 일자리와 여가 복지 생활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노련한 경험이라는 무형의 자산이 의회에 융합되어야 한다.

추천기사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