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관용→자율관리'…집회 현장서 기동대 빼는 경찰

윤석열 정부 땐 대규모 집회 '강경 진압' 선봉
'자율관리' 급선회…시범운영 경찰력 60% 줄여
'고무줄 방침'에 비판, 정권 줄타기 우려도

위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연합뉴스

"일상의 평온을 심대하게 해친 이번 불법 집회에 대해 엄중하게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를 위한 특단의 조치를 취하겠다."

3년 전 5월, 당시 윤희근 경찰청장의 대국민 담화였다. 건설노조 탄압에 항의하며 건설노동자 양회동씨가 분신한 이후 노동계가 서울 도심에서 1박2일 집회를 열었는데 이를 두고 경찰청장이 직접 나서 엄포를 놓은 것이다.

이처럼 윤석열 정부의 건폭몰이 수사 선봉에는 경찰 수뇌부가 있었다. 조지호 전 서울경찰청장 역시 의정 갈등이 고조되자 기동복을 입고 '무관용 원칙'을 천명했다. 불과 얼마 전까지 경찰의 집회·시위 대응 기조가 강경 일변도였던 것이다.

그랬던 경찰이 이재명 대통령 취임 후 180도 달라졌다. 집회 현장에 대규모 경찰력을 투입하고 차벽을 세우는 방식이 외려 참가자를 자극하고 헌법이 보장하는 집회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한다는 비판을 수용한 것이다. 이 대통령의 '집회 관리 인력 효율화' 주문에 맞춰, 경찰은 올해 초 경찰청장 직무대행이 키를 잡는 TF를 꾸리고 기동대와 기동순찰대 인력을 각각 1천명씩 감축했다. 집회 관리 패러다임을 진압 중심에서 '시민 자율 관리'로 바꾸겠다는 취지다.

정책 변화 효과는 구체적 수치로 증명됐다. 올해 2월부터 4월까지 서울경찰청에서 새 시스템을 시범 운영한 결과 집회 관리 경찰력은 기존 대비 60% 이상 줄었지만 단 한 건의 안전사고도 발생하지 않았다. 사전에 신고된 집회 위험도를 1~4단계로 세분화해 경력 투입을 최소화한 결과다. 관리 필요성이 낮은 1단계는 기동대 배치 없이 일선 경찰서 자체 인력으로 대응하고, 위험도가 높아질수록 기동대를 배치하는 식이다.

현장과 학계의 평가는 대체로 긍정적이다. 집회 관리 경험이 풍부한 한 현장 경찰관은 "집회 주최 측이 질서유지인을 세워 자율적으로 안전을 관리하는 문화가 정착되면서 현장 마찰이 눈에 띄게 줄었다"고 전했다. 강소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 역시 최근 관련 토론회에서 "경찰과 시민사회의 접촉면이 대치에서 소통으로 바뀌면서 향후 상호 협력도가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짚었다.

다만 정권 교체기마다 오락가락하는 정책 기조에 대한 비판도 있다. 정권 교체와 상관없이 집회·시위 관리 방침은 일정해야 한다는 뜻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시민의 자율적인 집회 문화를 지켜주면서도 안전 사고나 폭력 사태로 번지지 않도록 적절히 대응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집회 대처 역량을 성급하게 줄였다가 돌발 사태가 터지면 그 비난의 화살이 오롯이 경찰로 돌아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선 경찰서의 한 간부급 경찰관은 "지난 정권 때는 집회 관리에 특공대까지 투입하더니 정권이 바뀌자마자 기동대를 대거 빼버린다"며 "정치권 기류에 따라 경찰 정책이 극과 극을 달리면 현장 최일선에 있는 경찰관들과 국민들만 혼선을 빚게 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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