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영 무소속 전북도지사 후보가 제1호 공약으로 내건 '대기업 15개 유치, 50조 원 투자' 구상이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막대한 규모의 자본 유치 계획이 제시됐지만 구체적인 실행 로드맵이 부족해 선언적 구호에 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김관영 후보는 "향후 4년 동안 대기업 15곳을 전북 지역으로 끌어들여 50조 원 시대를 열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이러한 목표액의 근거는 민선 8기 당시 달성한 27조 원 규모의 투자유치 성과다. 지난 4년의 경험을 바탕으로 목표치를 두 배 정도 상향 조정한 셈이다.
하지만 기존 성과인 27조 원의 내부 구조를 들여다보면 상황은 녹록지 않다. 전체 유치액의 30%가량은 새만금 지역 9조 원 투자를 약속한 현대차그룹 단 한 곳에 쏠려 있다. 민선 8기 임기 말 특정 기업의 대규모 자본에 극도로 의존한 구조다.
4년이라는 제한된 임기 안에 50조 원을 채우려면 현대차와 맞먹는 초대형 투자가 최소 2~3건 이상 추가로 이뤄져야 한다. 통상적인 산업단지 조성과 기업 입주 과정을 보면 1~2개의 거대 앵커 기업이 전체 투자액의 50% 이상을 견인하고 나머지 공간을 협력업체나 중견기업이 채우는 방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현재 경제 여건 또한 대규모 투자를 끌어내기에 매우 불리하다. 국제 경기 침체는 물론, 원자재가 상승과 고유가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기업들은 신규 설비투자를 대폭 축소할 수밖에 없다. 수조 원대 자본을 쏟아부을 여력을 갖춘 대기업 자체가 극소수인 상황이다. 지난 성과에 단순히 산술적인 배수를 적용해 새 공약을 만들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운 이유다.
더 큰 우려는 법적 구속력이 전혀 없는 양해각서(MOU) 체결 금액을 마치 확정된 투자 유치인 것처럼 부풀려 홍보하는 기존의 관행이 되풀이될 가능성이다. 실제 공장 착공과 고용 창출로 이어지지 않은 허수 투자가 통계에 섞여 들어갈 경우 도민의 실망감만 키울 수 있다.
"구체적 실행 계획이 있냐"는 질문에 김관영 후보 측은 "27조 원 유치 경험을 내세우며 현실화가 충분히 가능하다"고 답했다.
김 후보 측은 "현대차의 9조 원 투자를 일종의 마중물로 삼아 1조 원대 대형 앵커기업을 연달아 유치하고 관련 협력업체의 동반 이전을 유도하겠다"며 "자생적인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전북이 지닌 강점인 반도체 후공정, 인공지능(AI) 로봇, 방위산업, 농생명 바이오 분야를 융합해 핵심 기업들을 집중적으로 공략할 계획"이라며 "전력 부족과 대규모 공장 부지 확보 난항을 겪는 수도권 소재 기업들의 수요를 흡수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