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내고향 여자축구단이 한국에서 12년 만에 성사된 남북 여자축구 맞대결에서 역전승을 거두며 아시아 정상을 향한 결승 티켓을 거머쥐었다.
리유일 감독이 이끄는 내고향은 20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25-2026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챔피언스리그(AWCL) 준결승전에서 수원FC 위민을 상대로 2-1 역전승을 거뒀다.
이날 경기는 오랜만에 성사된 남북 대결로 큰 주목을 받았다. 북한 스포츠 선수가 한국 땅을 밟은 것은 2018년 인천에서 열린 탁구 대회 이후 8년 만이며, 축구로는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이후 12년 만이다.
특히 북한의 여자 축구 클럽팀이 남측을 방문해 경기를 치른 것은 이번이 최초다. 역사적인 매치를 보기 위해 궂은 날씨 속에서도 5763명의 관중이 경기장을 찾았다.
경기는 치열했다. 내고향은 전반 내내 주도권을 내주며 끌려다녔고, 후반 시작 4분 만에 수원FC 하루히에게 선제골을 허용하며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후반 10분 리유정의 날카로운 왼발 프리킥을 최금옥이 헤더 동점 골로 연결하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기세를 탄 내고향은 후반 22분 상대 수비진의 처리 미숙을 틈타 김경영이 헤더 슈팅으로 역전 골을 터뜨렸고, 마지막까지 리드를 지켜내며 승리를 확정 지었다.
경기를 마친 뒤 기자회견에 나선 리유일 감독은 "비가 많이 오고 상대 팀 경기장에서 경기를 치르는 조건 속에서도 선수들이 높은 집중력을 보였다"며 "경기를 잘 운영해 준 것을 감독으로서 좋게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리 감독은 패배한 수원FC를 향해 예우를 갖추기도 했다. 그는 "4강전에 올라온 팀은 누구나 정상에 오를 수 있는 강팀"이라며 "수원 역시 많은 선수가 풍부한 경기 경험과 뛰어난 능력을 갖췄다"고 평가했다. 이어 "우리 팀은 경험이 조금 부족하고 나이도 어리지만, 이번 대회가 한 단계 더 도약하는 발판이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역전 골의 주인공 김경영 역시 "힘든 경기였지만 선수들이 승리를 위해 하나가 돼 열심히 달렸기 때문에 오늘의 성과를 이룰 수 있었다"고 전했다.
결승에 진출한 내고향은 오는 23일 오후 2시 같은 장소에서 도쿄 베르디 벨레자(일본)와 우승컵을 놓고 격돌한다. 올해로 두 번째 시즌을 맞이한 AWCL은 아시아 최고 권위의 여자 클럽 대회로, 우승팀에는 100만 달러(약 14억 원), 준우승팀에는 50만 달러의 상금이 주어진다.
리 감독은 "전술적으로 보면 대회 첫 경기는 항상 어렵고 문제점도 많았다"며 "남은 기간 훈련을 통해 결승전에서 더 훌륭한 경기를 보여드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한편, 경기 마친 뒤 웃으며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 들어선 내고향 선수단은 취재진을 마주하자마자 굳은 표정으로 일관했다. 이들은 취재진의 질문에 침묵을 지킨 채 서둘러 경기장을 빠져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