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조력자 동석 요청했는데"…세종경찰, 장애인 수사 인권규칙도 어겼다

중증 장애인 A씨의 좌측 늑골 환부. A씨 가족 측 제공

세종의 한 장애인 거주시설에서 중증 장애인 학대 의혹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경찰이 장애인 피해자 조사 과정에서 기본적인 인권 보호 규칙조차 지키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경찰은 장애 특성을 고려해 조력인을 배치해달라는 고발기관의 사전 요청 또한 사실상 묵살한 것으로 확인됐다.

(관련기사 CBS노컷뉴스 26. 05. 15 [단독]"장애인 면담 의미있나"…세종 경찰 부실수사 논란 등)

중증 장애 피해자 홀로 조사…가족·조력자 동석 없었다

19일 대전CBS 취재를 종합하면, 세종 북부경찰서는 지난해 중증 장애인 학대 의혹 사건을 수사하면서 피해자 조사 당시 가족이나 보호시설 관계자 등 신뢰관계인을 동석시키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지적장애 1급인 A씨는 사건 발생 약 70여 일 만인 지난해 5월 단 한 차례 경찰 조사를 받았다.

당시 경찰은 피해자 조사 없이 사건 종결을 검토했고, 이에 가족 측이 "피해자 면담 한 번 없이 어떻게 사건을 끝낼 수 있느냐"고 항의하자 같은 날 오후 쉼터를 찾아 면담을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 가족은 CBS와의 통화에서 "(피해자 면담할 때) 그런 분들 없었다. 진술조력인, 신뢰관계인 아무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발달장애인법은 발달장애인을 조사할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신뢰관계인을 동석하게 하고, 전담 사법경찰관이 조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경찰 수사에 관한 인권 보호 규칙 역시 신체적·정신적 장애로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있는 경우, 조사 전 신뢰관계인 동석 가능 여부를 안내하고, 희망 의사를 확인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장애인차별금지법도 사법기관이 장애인에게 형사사법 절차상 조력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과 구체적인 지원 내용을 알려야 한다고 규정한다.

그러나 경찰은 이같은 권리를 피해자 측에 충분히 안내하지 않았고, 실제 조사 역시 조력인 없이 진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권익옹호기관 "조력자 동석해달라" 요청했는데…경찰, 사실상 '묵살'

지난해 2월 20일 세종시장애인권익옹호기관이 경찰에 제출한 수사의뢰서 캡처. A씨 가족 제공

특히 사건을 최초 의뢰한 세종시장애인권익옹호기관은 수사 초기부터 경찰에 장애 특성을 고려한 조사를 요청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대전CBS가 입수한 권익옹호기관의 수사의뢰서에는 "피해자는 낯선 사람과의 대면 등 사회적 경험이 많지 않은 지적장애인"이라며 "경찰 조사시 신뢰관계인과 진술조력인 등이 동석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경찰은 별다른 조력 절차 없이 조사를 진행했고, 피해자 조사 13일 만에 사건을 입건 전 종결 처리했다. 이 과정에서 최초 수사 의뢰자인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의 참고인 조사는 한 번도 이뤄지지 않았다.
 
경찰학 전문가는 기본적인 장애인 조사 매뉴얼조차 지켜지지 않은 사례라고 지적했다.

순천향대 오윤성 경찰학과 교수는 "신뢰관계인 등 조력자 안내를 성가신 절차로 생각해 수사 매뉴얼을 지키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장애 인권 단체 등에서 충분히 문제를 제기할 만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경찰이 다시 수사에 나선다는 것 자체가 수사 과정에서 일부 미흡한 부분이 있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 경찰은 당시 수사가 미흡했다는 점을 인정하고 재수사에 착수한 상태다.

세종 북부경찰서 관계자는 "피해자가 중증 장애인으로 의사소통이 어렵다고 판단해 시설 관계자와 목격자 중심으로 수사를 진행한 점은 다소 아쉬운 점"이라며 "원점에서 다시 수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해 1월 피해자 가족은 시설 측으로부터 "동생 분이 넘어지거나 부딪혀 멍이 든 거 같다"는 연락을 받았다. 하지만 이후 병원으로 옮겨진 피해자는 갈비뼈와 척추 골절 등 전치 12주의 진단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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