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가 보름 앞으로 다가왔지만, 광역단체장 TV 토론은 보이지 않는다. 특히 서울시장 후보 간 대면 TV 토론은 단 한 차례에 그칠 전망이다. 현행법이 보장하는 최소치다.
26년째 바뀌지 않는 법 조항과, 유불리에 따라 토론을 피하거나 요구해온 여야의 득실 계산이 겹친 결과다. 국민의 알 권리는 이번에도 선거 전략에 밀렸다.
정원오·오세훈 대면토론 '사실상 1회'
현재 서울시장 선거의 주요 전선 가운데 하나는 양자 토론 참여 여부다.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는 더불어민주당 정원오 후보가 공개 토론을 회피하고 있다며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선거 전까지 정 후보가 참여하는 TV 토론은 △방송기자클럽(19일) △관훈클럽(20일) △중앙선관위(28일) 주최 토론이다. 이 가운데 19일과 20일 토론은 후보 한 명씩 나와 패널들의 질문에 답하는 대담 형식이다. 정 후보 측은 오 후보 측의 추가 토론 요구에는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26년째 그대로…개정안 나왔지만 폐기
현행법상 시∙도지사 선거 후보자는 한 차례만 TV 토론에 참여하면 된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대통령 선거는 3회 이상, 시∙도지사 선거는 선거운동 기간 중 1회 이상 선관위 주관 대담∙토론회가 열려야 한다.애초 대통령선거에 한해서만 법정 토론회 횟수가 정해졌었지만, 2000년 2월 선거법이 일부개정된 후 시·도지사 선거도 법정 토론회 개최가 의무화됐다.
이 조항이 26년째 유지되는 동안 국회에서는 토론 의무를 강화하는 취지의 법안들이 발의됐지만, 모두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2018년 권은희 의원이 대표발의한 시·도지사 선거 대담·토론회 2회 이상 개최 의무화 개정안도 문턱을 넘지 못했다.
오세훈도 직전 선거에선 '몸조심'
이 때문에 정 후보가 한 차례만 TV 토론에 참여해도 선거법상 의무는 이행하는 셈이다. 다만 최근 서울시장 선거를 살펴보더라도 거대 양당 후보가 한 차례만 공개 TV 토론을 벌이는 것은 이례적이다.2022년 서울시장 선거에서 오 후보는 송영길 당시 민주당 후보와 두 차례 TV 토론회(방송기자클럽∙선관위 주최)에서 만났다.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도 오 후보는 박영선 당시 민주당 후보와 세 차례 만났다.
다만 오 후보도 2022년 방송사 초청 토론회에 불참해 야권 후보들로부터 비판을 받은 바 있다. 당시 현역 단체장으로서 지지도가 높았던 오 후보는 법정 토론회가 아닌 개별 방송사 주최 토론회는 참석하기 어렵다는 입장이었다.
이에 대해 오 후보 캠프 관계자는 "과거 사례를 문제 삼고 있지만, 문제는 최근 10년 동안 서울시장 선거 TV 토론을 한 번밖에 안 한 사례는 보지도 못했다는 것"이라며 "사전투표일 전날에 토론하는 건 유권자들의 권리를 뺏게 된다"고 말했다.
당적 상관없이 늘상 반복되는 전략
이번 선거에서 오 후보는 정 후보를 추격해야 하는 입장이다. 최근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오 후보가 중도층 표심을 흡수해 초반에 벌어진 격차를 줄이고 있지만, 여전히 정 후보가 우세하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대다수이기 때문이다.CBS가 한국사회여론조사연구소(KSOI)에 의뢰해 지난 12~13일 실시한 여론조사(무선 자동응답 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결과, 정 후보와 오 후보의 지지율은 각각 45.6%와 35.4%로 나타났다. 같은 기관에서 실시한 3주 전 여론조사 때보다 두 후보 간 지지율 격차는 10.2%에서 5.1%로 줄었는데, 특히 중도층에서 오 후보의 지지율이 33.0%에서 38.3%로 5.3%포인트 올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정 후보 입장에선 이런 여론조사 추이가 이어지는 가운데 선거 막판 잦은 TV 출연으로 구설에 오를 가능성이 있는 만큼, 현 상황 관리에 힘쓰는 '부자 몸조심' 전략이 유리하다.
오 후보의 TV 토론회 참석 요구는 정 후보를 향한 네거티브의 연장선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근 '칸쿤 출장 의혹', '폭행 전과 논란' 등 정 후보의 도덕성 논란을 부추기고 있는데, TV 토론회까지 나와 부정적 이슈를 더 키울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정 후보 캠프 관계자는 "오 후보가 지난 3월에는 토론 무용론을 주장하지 않았느냐"고 반문하며 "그런데 지금은 비야냥거리는 태도로 계속 토론을 요구하는 건 저급한 네거티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