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추진 중인 북극항로 시범 운항 선사로 '팬스타 그룹'이 선정돼 약정 체결을 앞두고 있다. 지역을 기반으로 한 해운기업이 항로 개척 선봉에 나서면서 북극항로 거점이자 해양수도로서 부산의 밑그림도 구체화하고 있다는 반응이다.
18일 취재를 종합하면 한국해양진흥공사와 한국해운협회는 팬스타 그룹 자회사인 '팬스타라인닷컴'과 북극항로 시범 운항 약정 체결을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이다. 해진공 등은 선사 모집 공모 조건을 바탕으로 세부적인 운항 계획과 지원 대책 등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범 운항 이행 약정은 오는 22일쯤 체결할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27일부터 지난 11일까지 진행한 공모에는 팬스타 그룹이 단독으로 신청했다. 해진공 등은 평가위원회 심사 등 검토를 거쳐 지난 15일 팬스타를 선사로 예비 선정했다. 시범 운항 선사에는 해운협회 기금으로 마련한 운항 지원금이 최대 40억 원까지 지원한다. 해진공의 선박 금융에도 우대 혜택이 주어지고 항만시설 사용료도 감면할 계획이다. 화물 발굴, 운항 정보, 법률 자문과 선원 교육도 지원한다. 화주에게도 인센티브를 제공할 예정이다.
시범 운항은 오는 8~9월쯤 진행한다. 팬스타라인닷컴은 극지선박증서 발급이 가능한 3천 TEU급 컨테이너선을 투입해 부산에서 북동항로를 거쳐 유럽까지 배를 보낸다. 팬스타는 애초 내빙 기능을 갖춘 선박 용선도 검토했지만 비용 등을 고려해 지금은 직접 매입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고려 중이다.
팬스타 관계자는 "한 차례 시범 운항을 위해 배를 빌리기에는 용선료 부담이 커서 매입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작업 중"이라며 "컨테이너선인 만큼 시범 운항을 종료한 뒤에도 기존 노선에 투입하는 등 활용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향후 상업운항에 뛰어들 가능성에 대해서는 "아직은 시기 상조"라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북극항로는 부산에서 출발해 북극해를 거쳐 네덜란드 로테르담 등 유럽까지 가는 1만 5천 ㎞ 뱃길로, 기존 수에즈 운하에 비해 7천 ㎞, 운항 시간은 10일가량 줄일 수 있는 꿈의 항로로 불린다. 지금은 여름인 7~10월 사이에만 운항 가능하지만, 지구 온난화 등 기후 변화로 북극 얼음이 빠르게 녹고 있어 운항 가능 일수는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이번 중동 전쟁에 따른 호르무즈 해협 사태로 북극항로의 전략적 가치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해양수산부 황종우 장관은 "북극항로는 대체 항로로서 충분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며 구체적으로 "북동항로는 컨테이너선과 부정기선이 유럽을 오갈 수 있고, 캐나다 쪽 북서항로는 에너지와 광물 등이 많아서 운항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북극항로는 해양수도권 육성과 지역 균형 발전이라는 정부 정책의 핵심 과제로, 항로가 개척되면 기점인 부산항은 글로벌 해운 물류의 중심으로 도약하고, 부산은 해양수도로서의 위상을 갖게 될 전망이다. 이런 점에서 북극항로 개척의 첫걸음인 시범 운항을 부산의 중견 기업이 맡았다는 것은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는 반응이다.
해양수도부산발전협의회 박재율 상임대표는 "부산 업체가 시범 운항에 나서는 것은 북극항로 거점 항만으로서 부산의 역할을 제고하고 해양수도로 나아가는 또 하나의 작은 이정표가 될 것"이라며 "향후 대형 선사들이 중장기적인 항로 개척에 뛰어들 수 있도록 물꼬를 트는 결정"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