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승준 교사 순직 1주기 앞두고 "유족 배제한 추모제" 반발

제주도교육청, 20일부터 분향소·추모제 운영
유가족 "특정 단체·도교육청 참여 원치 않은데 강행"

지난해 5월 숨진 현승준 교사 추모제. 고상현 기자

악성 민원 등에 시달리다 숨진 현승준 교사의 순직 1주기가 다가오는 가운데 제주도교육청이 유가족을 배제한 추모제를 추진하고 있다며 유가족과 교사단체가 반발하고 나섰다.

현승준 교사 유가족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제주지부 등 도내 4개 교사단체는 18일 공동성명을 내고 "유가족이 배제된 추모 행사는 추모가 아니라 기만"이라고 비판했다.

유가족과 4개 교사단체는 현승준 교사 순직 1주년이 되는 오는 22일 오후 7시 도교육청 별관 앞 주차장에서 교사·학생·시민들이 함께하는 추모제를 열 예정이었다.

도교육청과 특정 교사단체가 추모제 참여를 원했지만 유가족과 4개 교사단체는 이를 거절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자 도교육청은 추모제 협조가 어렵다는 입장을 전달한 데 이어 오는 20일부터 22일까지 도교육청 별관 앞에서 별도 분향소를 운영하고 추모제도 22일 오전 10시 도교육청 대회의실에서 따로 진행하기로 했다.

도교육청은 "그동안 여러 교직단체와 소통하며 이번 추모식의 취지와 운영 방향 등을 공유해 왔다"며 "함께 슬픔을 나누고 서로를 위로하는 자리가 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승준 교사. 고상현 기자

이에 대해 유가족과 4개 교사단체는 도교육청이 유가족 의사를 외면하고 별도의 추모 행사를 강행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유가족은 특정 단체의 참여나 도교육청 주관 행사에 대해 원하지 않는다는 뜻을 분명히 밝혀왔다"며 "그럼에도 유가족이 참여하지 않는 행사를 추진하고 이를 대외적으로 활용하려는 행태는 고인과 유족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마저 저버린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처음부터 진정성 있는 추모의 장을 마련하기보다 이제 와 '통합'과 '공동 주최'를 명분으로 내세우는 모습에 유가족은 깊은 허탈감을 느낀다"며 "도교육청이 장소와 물품 제공을 빌미로 행사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태도는 추모제를 행정 실적으로 전락시키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유가족 동의 없는 영정사진과 화환 사용을 중단하라"며 "보여주기식 행정 대신 유가족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승준 교사는 지난해 5월 22일 새벽 자신이 근무하던 제주중학교 창고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유서에는 "학생 가족과의 갈등으로 힘들었다"는 취지의 내용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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